[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은행장이 최근 지연되고 있는 기업들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경쟁당국에 ‘섭섭하고 유감이다’라며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대에 대해서도 해외 경쟁국의 기업결합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13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항공사간 합의는 마무리됐지만,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우리 경쟁당국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글로벌적으로 우리 항공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면서 “우리 경쟁당국이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경쟁당국도 설득하는 등 앞장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아마존이나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려고 할 때 미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보호한다”면서 “우리 당국은 너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공개적으로 읍소하겠다”며 “조속한 승인절차를 밟아달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도 국내 노조와 지역사회를 상대로 쓴소리를 했다.

이 회장은 “산업 재편의 문제를 국내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며 “두 기업의 기업결합심사가 승인이 안 되면 책임을 누가 지느냐 그때 가서 산은에 다시 책임을 물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생존이 가능하냐”며 “대우조선해양이 금융지원없이 독자 생존이 가능한 방법을 말한다면 직접 정부를 설득해서라도 (노조와 지역사회에) 건네주겠다”며 강경하게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HMM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일진보했다”고 평가했다.

임단협을 매년 경신하는 노사문화로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만큼 HMM처럼 노사 간 자율합의를 전제로 3년이상의 호봉제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봉제 영향으로 대부분의 직원이 퇴직기간은 오래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고임금이기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보다는 ‘나는 높은 임금을 받고 퇴직하겠다’는 풍토도 있는 것 같다”며 “최소한 구조조정 기업이라도 호봉제는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이뤄지는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능력있고 책임있는 경영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규투자자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에 따라서 조속히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인수 후보자들이 쌍용차 평택 부지 개발이익을 노리는 이른바 ‘먹튀’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현재 쌍용차 공장 이전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고, 최소한 10년여가 걸리는 데다, 또 다른 부지의 용도를 다시 변경해야 하는 등 수년간의 작업이 걸린다”며 “이런 불확실성으로 쌍용차 투자를 결정할까. 산업은행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