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주자들, 컷오프 발표 앞두고 신경전 격화…野 대선잠룡들, ‘정권교체’ 강조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주호영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김웅 의원, 윤영석 의원, 홍문표 의원, 조경태 의원, 김은혜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주호영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김웅 의원, 윤영석 의원, 홍문표 의원, 조경태 의원, 김은혜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예비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극에 달하고 있는데, 사실상 정권교체를 내세우는 중진 출신 후보들과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신진 후보들로 양분돼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 대선 강조한 주호영·나경원…“세대교체보다 정권교체” 한 목소리

8명의 후보군 중 본선에는 5명만 오를 수 있지만 이번 경선이 일찌감치 신·구 대결로 비쳐지다 보니 그 중에서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주호영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3자 간 공방이 가장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신진 후보로 급부상하며 유력후보로 떠오른 이 전 최고위원을 주 의원과 나 전 의원이 협공하다시피 견제하는 모양새인데, 전날부터 시작된 이들 사이의 신경전은 당초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27일에 이르자 자칫 내홍 수준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먼저 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동안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성공한 적이 없다. 세대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가 중요한데, 세대교체를 내세워 정권교체를 실패하면 그것만큼 바보짓은 없다”며 “이번 당 대표는 책임 지고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국회의원 100명 넘게 있는 이 당에서 원외가 당 대표가 돼선 당을 이끌기 쉽지 않다”고 이 전 최고위원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로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 당 경선 본선 룰(당원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과 다른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열 몇 차례나 한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으로 당원들 판단에 혼란을 주거나 호도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데 이어 과거 이 전 최고위원의 ‘나중에 유승민 대통령 만들고 (싶다)’고 한 발언까지 꼬집어 “당 대표가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특정 대선후보와 친분이 뚜렷하면 시비가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국민통합연대 문건에 나온 ‘친이계 지원’ 의혹 등 자신을 겨냥한 이 전 최고위원의 공세에 응수하듯 “현역의원 하나도 없는 게 무슨 계파인가. 의원들 열 몇 명 정도가 (유승민) 계파를 형성하고 있지 당내에 다른 계파는 없다”고 맞불을 놨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줄곧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유승민계’라고 주장하며 특정 계파 당 대표가 선출돼선 안 된다고 역설해온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계파 없는 정치를 해왔고 그 어떤 야권 대선주자와도 불편한 감정과 과거가 없다”고 강조했는데, 자신을 친박계가 지지한다는 이 전 최고위원 측 주장에 대해서도 앞서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나와 “계파가 없어 맨날 공천 받느라 고생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며 “이번 당 대표의 책무는 첫째도 둘째도 정권교체란 국민 열망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심판’ 외치며 세대교체, ‘내홍’ 부채질?…대권잠룡들 “정권교체 중요” 호소

야권 대선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 홍준표 무소속 의원(중), 원희룡 제주도지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야권 대선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 홍준표 무소속 의원(중), 원희룡 제주도지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중진 후보들이 경험을 앞세워 우선 정권교체에 힘을 실은 반면 신진 후보들은 내년 대선까지 300일이 채 안 남았음에도 세대교체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전 최고위원은 27일 자신을 ‘유승민계’라고 칭한 주 의원과 나 전 의원을 겨냥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캠프에 있으면서 언젠가는 심판하겠다고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당 후보가 선출된 뒤에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 밖 사람들에게 줄 서서 부족함이 없던 우리 당 후보를 흔들어댔던 사람들, 존경받지 못할 탐욕스러운 선배들의 모습”이라며 “전당대회를 계파니 조직이니 구태로 회귀시키려는 분들, 크게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오 후보에 패했던 나 전 의원과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작당했다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했던 주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자칫 안 대표와의 합당은 물론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까지 흔들어놓을 수 있는 이런 폭로를 하는 데에는 그가 주로 당 개혁, 세대교체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비록 이 전 최고위원도 이를 예상한 듯 그동안 안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개인적 관계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이미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외관은 청년이지만 기득권 정신으로 가득차 있다”며 “지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기득권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당엔 오로지 돈과 조직이 있는 국민의힘만 존재할 뿐이란 이 전 최고위원의 기득권 정신으로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야권통합을 이뤄내는 걸 기대할 수 없다”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다른 야권 대선잠룡들도 당장 대선이 급선무라 생각하는 만큼 세대교체보단 정권교체에 힘을 싣고 있는데,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대교체보다는 정권교체다. 지난 총선 때 황교안 전 대표를 되지도 않을 종로 선거에 내몰아 폭망하게 했다”며 “정권교체가 화두가 돼야 할 당 대표 선거를 세대교체로 몰고 가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이 전 최고위원에 우려를 표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25일에도 이른바 국민의힘의 신진 돌풍을 꼬집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다.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정당이 될 순 없다”며 신진 후보들의 급부상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바 있는데, 이에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의원이 정권교체와 세대교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취사선택의 프레임,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교환관계로 보는 건 틀렸다. 지금부터라도 과거의 막말과 꼰대류의 낡은 생각과 문화에서 벗어난다면 홍 의원도 정권교체를 위해 생각교체와 문화교체의 선봉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같은 신·구 대결 구도가 자칫 내홍으로 비화될까 우려한 대권주자는 홍 의원만은 아닌데,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를 세대 간 싸움으로 변질시키거나 계파싸움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정권교체에 도움이 된다면 누가 후보가 되고 어느 계파가 후보 되고 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원 지사는 신진세력에 힘을 싣는 듯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되고,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우리의 유일한 목표,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한 확실한 변화’만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2030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변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당의 미래를 위해 모두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덧붙여 홍 의원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 계파 없다더니 급기야 ‘계파’ 논쟁까지…당 대표 선출돼도 ‘후유증’ 우려

27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위), 나경원 전 의원(가운데), 주호영 의원(아래) SNS 글 내용. ⓒ이준석, 나경원, 주호영 페이스북
27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위), 나경원 전 의원(가운데), 주호영 의원(아래) SNS 글 내용. ⓒ이준석, 나경원, 주호영 페이스북

문제는 이 같은 대선잠룡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초선인 김은혜 의원은 나 전 의원 등을 겨냥 “느닷없는 계파 낙인으로 전당대회를 순식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면서 무슨 공정한 대선 관리인가.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물러서라”며 “조카뻘 밖에 안 되는 젊은 정치인의 도전인데 넉넉히 품어내고 페어플레이를 솔선수범해야 경륜 아니겠나. 옹졸한 리더십에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 전 의원으로부터 ‘유승민계’로 지목된 바 있는 또 다른 초선 당권주자인 김웅 의원도 전날 대전시당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 선거가 어려우니 계파 도움 받으려고 한다. 본인이 계파 정치하면서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계파를 씌우려고 한다”며 “이 전 최고위원과 저의 계파가 같으면 단일화 등 상의를 했을 것”이라고 나 전 의원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처럼 내홍 양상으로 치닫자 나 전 의원은 당 분열을 우려한 듯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 대통합을 위한 정권교체란 최우선 과제를 해내야 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다. 이번 전당대회는 분열이 아닌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저는 당 대표가 되어도 이른바 유승민계와 공존할 것이고 유 전 의원도 한 명의 대선주자로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탐욕스러운 선배들, 언젠가 심판하겠다’고 발언한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듣기에 섬뜩한 이런 표현들이 더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고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심판의 대상은 독선과 무능으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라며 “어느 후보도, 특정 인물을 적대시하고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지 우리는 함께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신·구 대결로 비쳐진 이번 당 대표 선거가 전당대회 이후에도 대선 준비는커녕 내분으로 치달을까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되는데, 앞서 하루 전에도 황보승희·유경준·하태경 의원 등은 20·30대 답변이 여론조사에 거의 반영되지 못해 신진후보에 불리할 수 있는 당 대표 경선 룰에 대해 적극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일부는 아예 의총 소집까지 요청하기에 이르는 등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어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그 결과에 의문을 품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선지 당초 이날 나올 예정이던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는 20·30대 여성 표본이 부족하다는 여론조사업체의 요청을 이유로 들어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28일 오전 중 발표하겠다고 하루 연기했는데, 아직 당내 뚜렷한 유력 대선주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준비가 시급한 상황에 무엇이 중요한지 본질은 잊은 채 당권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