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 속 지난달 말부터 기업·군에 적극 접근…보선 참패 후 “기업·청년 일자리” 강조

(위에서부터 아래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위)과 지난 1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청년 일자리를 급선무로 삼아 강조하는 모습(가운데), 13일 청와대에서 신임 해병대사령관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으러 가는 모습.(아래) ⓒ청와대
(위에서부터 아래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위)과 지난 1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청년 일자리를 급선무로 삼아 강조하는 모습(가운데), 13일 청와대에서 신임 해병대사령관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으러 가는 모습.(아래)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연이은 지지율 추락을 면치 못하면서 레임덕 위기로 내몰리자 기업 지원 의사를 밝히며 러브콜을 보내거나 군에 강한 국방력을 강조하는 등 집권 이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이례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례적 행보의 전조는 4·7보궐선거 전망이 여당의 패배로 점쳐지던 지난달 말부터 나타났는데,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일자리를 지켜준 기업인에 특별히 감사드린다. 우리 경제를 세계 7대 수출 강국, 세계 10위권 경제로 이끈 주역이 상공인”이라고 기업인들을 한껏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이 그간 노동조합 등에 힘을 실어준 반면 기업에 대해선 정경유착 등을 지적하며 이른바 적폐청산을 강조했었던 만큼 이례적이란 시선이 적지 않았는데, 특히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취임 후 첫 기념식에 참석했던 데 반해 문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야 처음으로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점도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등 여러 해석이 나오게 만들었다.

이 뿐 아니라 닷새 전인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11주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도 참석했었는데, 지난해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참석이지만 21대 총선 직전이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측의 도발과 관련해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견지하는 모습을 보여 이번 역시 선거를 의식한 방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북한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데다 현충원 분향 당시에도 윤청자 여사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냐고 묻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지만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 아니냐”라는 답변만 남겼던 문 대통령은 이번 기념식에선 전날 있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의식한 듯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큰 것을 잘 알고 있다.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는 했는데, 그럼에도 북한을 규탄하거나 북측에 책임을 묻는 수위의 발언은 아니어서 선거용 행보란 해석에 한층 힘이 실렸다.

여기에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지난해에는 현충원에서 문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천안함과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의 조화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문 대통령의 조화만 놓아두어 논란이 일어났었는데,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이번 기념식에선 정치 중립을 이유로 국방부가 정치인들의 행사 참석을 금지시키면서 그동안 서해수호의날 행사에 참석해왔던 유승민 전 의원이나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은 참석하지 못하게 된 반면 문 대통령은 참석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그럼에도 결국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대통령 지지율 역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문 대통령은 적어도 표면상이나마 한층 안보를 강조하거나 친기업적 모습을 보여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13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오는 15일에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한다. 반도체·전기차·조선 등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회의”라고 밝혔으며 해당 회의에는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등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31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에 기업인들과의 소통 강화를 지시한 이후 이 정책실장이 지난 7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면담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도록 하겠다. 정부, 기업, 국민들까지 같이 손잡고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데 이어 유 비서실장은 지난 9일 삼성전자 고위임원들과 만나 삼성전자 측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반도체 현안 관련 백악관 화상회의 참석 전 준비상황을 지원하는 등 청와대까지 대대적으로 기업인들을 챙기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14일엔 이 정책실장이 한국무역협회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경제를 강조하면서 기업 지원 의사를 적극 내비친 것 외에도 13일엔 문 대통령이 김태성 신임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으면서 “우리가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기까지 강한 국방력이 필요하고 그 선두에 해병대가 앞서 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우발상황이 발생할 때 우리 어민을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등 안보태세를 강조하고 지난 9일엔 KF-21 전투기 시제 1호기 출고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는데, 하지만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레임덕을 막고자 여론을 우호적으로 되돌리기 위한 ‘억지춘향’ 행보 아니냐는 시선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4일 합동참모본부에 군사업무 분야 업무협조 등과 관련해 합동참모의장을 4월 초에 예방하겠다고 오고산 행안부 비상대비정책국장 명의로 군에 공문을 보내왔었는데, 해당 공문에서는 충무사태(전시 상황) 조치사항 160건에 대한 실제 훈련이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고 동원업무 수행절차를 아는 시도, 시군구 공무원이 소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부처 장·차관 등 주요 직위자에게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내용 등과 관련한 문자 상황 전파가 없었다고도 지적하고 있어 문 대통령이 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것 역시 단순히 말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구나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시행을 지지하는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이 장관을 맡고 있는 행안부에서 군에 이런 공문을 발송했다는 점도 레임덕 징후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 소속인 신원식 의원 등이 성명서를 내고 “국방부가 민관군 통합 전시대비 훈련을 안 하는 게 얼마나 위태롭게 보였으면 행안부가 나서겠나. 국방부는 행안부로부터 이 같은 항의성 공문을 받은 주객전도 사태에 반성하라”며 “행안부의 합참에 대한 훈련 정상화 촉구를 전폭 지지한다. 문 대통령과 국방부는 즉각 이를 수용해 전시대비훈련은 물론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선거 참패 이후 문 대통령이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는 기업과 안보 외에 이번 보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청년’이 있는데, 청년들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는 통념과 달리 20대가 정권심판론에 적극 동참했던 점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보선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 청년들은 IMF때 못지않은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할 과제”라며 “정부는 기존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청년들에 중요한 건 일자리인데 민간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갑자기 기업에 적극 다가가는 행보를 보인 데에는 이처럼 청년 표심이 돌아선 데 따른 위기감도 없지 않은데, 다만 이 같은 주문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3월 고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만4천명 늘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청년들의 고용 상황은 지난 2월 14.2%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엔 14.8%로 감소폭이 더 커지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내년 대선까지 이제 1년도 안 남은 청와대의 속은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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