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치 않아”…이태규 “중도층·젊은층 지지, 안철수 덕분”

8일 선거 참패에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는 민주당 지도부(좌), 4.7재보선에서 투표하고 있는 유권자(중),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발언하는 모습(우). 사진 / 이강산, 오훈 기자
8일 선거 참패에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는 민주당 지도부(좌), 4.7재보선에서 투표하고 있는 유권자(중),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발언하는 모습(우). 사진 / 이강산,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4·7보궐선거 결과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4·7보선의 의미, 문제해결 없는 당청의 거듭된 자충수…‘文·與 심판론’ 작동

가장 큰 원인은 25번이나 내놓은 대책에도 해결책을 제대로 찾지 못한 부동산 문제가 LH사태를 촉매로 그간 집구하기 어렵던 20~30대 청년층의 분노에 불을 붙였고, 그 와중에 3기 신도시 지역의 땅 투기 의혹이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온 악재에다 임대차3법 처리를 앞두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작 임대료를 올렸던 ‘내로남불’ 행태까지 밝혀지면서 아예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또 그동안 집값이 오르자 관망세를 취해오던 주택 소유자들마저 지난달 16일 국토부가 지난해보다 19.1%나 오른 전국 1620만 가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자 정권심판 대열에 적극 뛰어들면서 이번 선거에서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3구의 투표율은 60%를 넘겼고 급기야 서초와 강남은 전체 자치구 중 1, 2위를 차지했는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 등 수십개 분야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다 보니 사실상 세금 인상 가능성에 직면한 데 대한 불만 여론도 이번 보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선 외신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는데, 8일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여당 참패에 대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라고 해석했으며 미국 뉴욕타임즈(NYT)도 7일(현지시간)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시민들은 치솟는 주택가격을 붙잡는 데 반복적으로 실패한 문재인 대통령의 시도에 분노하고 있다. LH사태가 선거전을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NYT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 중 한 사람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입시 비리 의혹 등을 둘러싸고 지난해 거대한 집회들이 분출됐다. 한국인들은 내로남불이란 유행어를 통해 문 대통령의 진보적인 측근들의 행태에 대해 위선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냉소를 표현했다”고 강조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캠페인도 광택을 잃었다.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 경제 악화, 백신을 빨리 확보하지 못한 정부 실패 등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좌절감이 증가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용산과 강남·서초·송파 등 전통적인 국민의힘 강세 지역을 제외하고 서울 전역을 석권했던 민주당이 불과 1년도 채 안 돼 서울에서조차 이처럼 싸늘한 민심에 직면하게 됐다는 건 앞서 여러 매체에서 거론했듯 문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180석 의석을 얻고도 유권자들이 기대한 결과는 보여주지 못한 채 그간 민생과 거리가 있는 권력기관 개혁 등에만 매진해온 여당을 향한 심판 성격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정부와 민주당이 강력하게 힘을 실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비롯한 검찰개혁이 오히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야권 대권주자로 띄워버린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핵심을 짚기보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경쟁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에만 주로 집중하면서 스스로 반전의 여지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민주당 패배=국민의힘 승리 아냐”…‘대선’ 염두에 두고 자중하는 野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좌)과 같은 당 김기현 의원(우)이 선거 다음 날인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윤희숙,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좌)과 같은 당 김기현 의원(우)이 선거 다음 날인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윤희숙,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이처럼 이번 보선의 키워드가 정권심판이 돼버리다 보니 대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민주당으로선 대선 전초전에서의 참패로 한층 초조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선거가 단지 여당의 패배일 뿐 국민의힘을 지지했다는 의미는 아니기에 정권교체가 더 중요한 제1야당 역시 이번 보선 승리만으로 자축하기는 이르다며 대체로 자중하는 분위기다.

당장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다음 날인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치 않다. 4·7보궐선거는 여당 폭주에 대한 견제구”라며 “야당이 잘해서 찍어준 게 아니라는 경고의 말들이 뼈아프다. 진정한 의미는 대선에서 드러날 것이고 여야가 쇄신하는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신중한 반응을 내놨고,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도, 후보자가 뛰어나서도, 국민의힘을 적극 지지해서도 아니다. 내로남불 정권에 대한 냉혹한 심판의 결과”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각인시켜준 시민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날을 끝으로 당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선거 승리에 도취되기보다는 “민생을 위한 노력 없이 당권에만 욕심 부리는 사람이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 그런 욕심·갈등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언제든 재현될 조짐”이라며 “이번 보선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래선지 당선인들까지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한껏 낮추는 분위기인데,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이날 자정께 당선이 확실시 된 뒤 “산적한 과제들을 빠른 시일 내 해결해 고통 받는 시민들을 보듬어달라는 지상명령으로 생각하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도 같은 날 당사에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가 저 박형준이 잘나서 또는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로 표출된 민심에 따라 국정을 대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희가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그 무서운 심판의 민심은 저희를 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이번 선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한동안 참패는커녕 연이어 4차례나 선거에서 승리하며 국민의힘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는데, 이번 보선의 원인이 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만 해도 지난 2018년 6·14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장 3선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민주당은 서울 25개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서 구청장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어 민심이야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대로 뒤집힐 수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자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보선 결과만으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 국민의힘, 정권교체 위해선 향후 안철수 등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취재진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취재진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더구나 보선 역시 국민의힘 자당 역량으로 온전히 이긴 선거라기보다 정권심판론으로 인한 반사효과는 물론 중도 성향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압승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으로선 여러 과제를 안게 됐는데, 이를 상기시켜주듯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도층과 젊은 층의 야당 지지는 구조적 지지가 아니라 이번 선거에 한한 선택적 지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안철수라는 승리의 견인차 덕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세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만들어냈지만 궁극적인 선거 승리는 안 대표가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심지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보선 직후 신동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대신 막대기를 출마시켰다면 아마 표차는 더 컸을 것”이라고도 평해 이번 선거 승리를 이끈 주역은 김 위원장보다 안 대표라는 데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향후 안 대표와의 관계설정 역시 차기 대선을 위해 국민의힘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끝내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안 대표가 아니라 오 당선인이 나오게 됐던 점을 들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당하듯 윤석열도 이용당할 소지가 높다”고 비꼬았듯 윤 전 검찰총장 등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까지 향후 국민의힘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선 안 대표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일종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서울시장 취임 첫 날 “내년도 정권교체의 초석을 놓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오 당선인도 보선 승리 소감 발표 당시 안 대표에 “야권 승리 위해 노력해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한 데 이어 사전에 약속한 안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경영에 대해서도 “정책 공조 시작에 바탕을 둘 것이다. 시정을 함께 의논하고 챙겨가는 모습을 볼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안 대표는 일단 서울시 공동경영보다도 “문 정권은 여전히 강력하다. 지금의 선거지형과 근본적으로 다른 대선에선 범야권이 모두 합쳐야 하고 통합의 전제는 야권의 혁신”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분열과 갈라치기, 패거리 정치는 심판 받았고 중도와 실용의 정신으로 문제해결의 정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대통합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확인됐다. 문 정권이 망쳐놓은 대한민국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선 대선은 물론 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 그리고 2024년 총선까지 모두 야권이 승리해야 한다”고 한층 큰 그림을 제시한 만큼 향후 정계개편을 통해 내년 선거까지 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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