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늑장 사과’ 별무소득…LH사태 ‘특검’ 등 정면 돌파 택했지만 여론 불신 여전

문재인 대통령(위)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의 4.7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아래) ⓒ청와대, 한국리서치
문재인 대통령(위)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의 4.7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아래) ⓒ청와대, 한국리서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도 수용하겠다면서 특검,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 데 이어 야권을 향해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엔 엘시티 특혜분양·시세차익 의혹을 주장하는 등 ‘판 뒤집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 LH특검 추진 합의되자 ‘엘시티·MB뉴타운’ 특검 외치며 역공 나선 與

여야가 지난 16일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와 LH특검과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조사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하자며 거꾸로 야권 공세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특검 수사대상을 3기 신도시 뿐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부동산 개발까지 포함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김종민 최고위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2기 신도시 이후 부동산 비리와 관련돼 있는 것은 일단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는 해봐야 한다. 이명박 뉴타운 때도 이런 게 있었다고 드러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은 지난 17일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특검 등 추진 방향을 처음 논의한 자리에선 (특검과는 다른) 별도기관에 전수조사를 맡겨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4·7재보선 후보를 포함해 투기 의혹을 살피자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공직자 전수조사에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공무원도 넣자고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같은 날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부산시당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LH특검과 함께 엘시티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며 엘시티에 거주 중인 박 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폈는데, 이에 박 후보는 “한 채는 실거주 목적으로 지난해 10억여 원의 대출을 받아 배우자 명의로 구입했고 다른 한 채는 전처의 딸이 소유한 것”이라며 “집값 상승은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것이고 아파트 구입에 어떤 불법이나 비리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같은 당 국민의힘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선거 국면에서 본질을 흐리려고 여기저기 난사하는 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에 경고했으며 주호영 원내대표도 1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4년 전 합의하고도 사실상 거부했던 엘시티 특검을 뒤늦게 들고 나왔는데, 하자고 들면 못할 것도 없지만 LH사태로 국민 분노가 치솟는 판에 여론 물타기다. 가덕도(신공항) 카드가 시원치 않자 앞뒤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로 특검 카드를 던지는 작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문 대통령까지 직접 방문하며 추진 의사를 표명했던 가덕도 신공항 카드는 오거돈 전 시장 일가의 인근 부지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퇴색돼 지난 9~11일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실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에선 찬성 29%, 반대 47%를 기록하며 한 발 전보다 찬반 격차가 오차범위 밖(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으로 벌어졌고, 그래선지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직접 부산까지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가덕도 관련 일정은 없이 해운대 엘시티 앞에서 ‘엘시티 특검’ 필요성만 역설했다.

다만 지난 2017년 3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부산 엘시티 특검법 도입에 합의하고 대선 이후 추진하기로 했었지만 문 정부가 출범한 뒤로는 흐지부지된 채 특검이 이뤄지지 않았었다는 점에 비추어 현재 여당이 갑자기 다시 꺼낸 엘시티 특검 주장은 물론 LH특검 역시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불신의 시선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 당청 지지율 하락세 지속…‘국면 전환’ 노력에도 싸늘한 여론

알앤써치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위)와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알앤써치, 한국리서치
알앤써치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위)와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알앤써치, 한국리서치

당장 대통령 지지율만 해도 데일리안이 지난 15~16일 전국 유권자 1065명에게 실시한 3월 3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경우 긍정평가는 올해 최저치인 36.7%로 떨어진 반면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3.4%P 오른 58.1%를 기록해 긍·부정 격차가 21.4%에 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으로 꼽혔던 20대 여성들도 돌아서 18세 이상 20대의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30.2%P 떨어졌으며 부정평가는 21.6%P 급등해 51.7% 한 주 만에 긍·부정률이 반전됐고, 정치성향 조사에선 스스로 ‘진보’(12.8%)나 ‘중도진보’(24.5%)라고 응답한 비율은 감소한 반면 보수(16.2%)라고 응답한 비율이 늘어나는 등 문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인데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문 정부가 과거 정권들보다 과정은 공정했는가’란 질문에도 공정하다는 답변(40%)보다 불공정하다(49%)는 답변이 더 높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이 조사 뿐 아니라 지난 15~17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유권자 1009명에게 실시해 18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7월 조사 이래 최저수준인 39%로 하락한 반면 부정평가는 53%로 상승했으며 정당 지지율 역시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1%P 하락한 30%를 기록해 NBS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7월 2주 이후로 국민의힘과의 격차(4%P)가 가장 좁혀진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LH사태 관련 정부 대응에 있어선 불신하는 비율이 70%선을 넘길 만큼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황인데, 투기 관련 정부 합동조사단과 청와대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에 대해선 73%가 ‘신뢰하지 않는다’(‘신뢰한다’는 23%)고 답했으며 LH에 대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사는 어렵다고 본다는 비율(74%)이 합조단 수사를 신뢰하는 비율(21%)의 3배를 훌쩍 넘었고 신도시 투기 수사 및 재발 방지 논의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다(77%)는 답변이 충분하다(17%)는 비율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LH투기 의혹이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선 영향이 있을 것(82%)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없을 것’(13%)이라고 답한 비율의 6배를 넘었는데, 그래선지 이번 재보궐선거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40%)는 답변보다 국정운영 심판을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48%)는 비율이 오차범위 밖 우세한 것으로 나왔고, 보선 지역에 포함되는 서울과 부산·울산·경남에선 아예 정권심판론이 국정안정론보다 10%P 이상 높은 것으로 나왔다.

◆ 불신 원인, 늑장사과·졸속 조사 논란 등 당정청 ‘정략적 대응’ 탓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LH사태가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좌)과 당청의 LH사태 조사에 대한 여론의 신뢰도 조사 결과 ⓒ한국리서치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LH사태가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좌)과 당청의 LH사태 조사에 대한 여론의 신뢰도 조사 결과 ⓒ한국리서치

이처럼 당청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유는 여러 조치들을 그저 선거를 앞둔 정략적 행보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 LH사태만 해도 지난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이 LH와 국토부 직원 1만4319명을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자를 7명 더 찾아낸 데 그쳤고,  가족·친인척 등을 통한 차명거래 여부는 아예 검증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와 민변조차 “한계가 뚜렷하다”며 ‘부실·졸속 조사’라고 혹평한 바 있다.

여기에 청와대 역시 11일 LH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 대통령 일가를 포함 비서관급 이상 고위 직원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368명의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부동산 투기로 의심할만한 거래는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가 ‘셀프조사’란 지적을 받았음에도 반응 없던 문 대통령은 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양산 사저 의혹으로까지 확대되자 12일 SNS를 통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라”고 대응하고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LH사태에 대해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며 “정치권도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촛불정신’, ‘적폐청산’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앞서 지난 4일엔 투기 의혹에 대한 ‘발본색원’을 지시했음에도 11일 민변에도 지적 받는 합조단 조사 결과나 나오는 등 그동안 불신을 키운 탓에 거듭된 강경 발언에도 민심의 반응이 없었고 이를 의식한 듯 LH 직원 투기 의혹이 폭로된 지 2주 만인 16일에야 국무회의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처음으로 사과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늑장 사과는 진보야당인 정의당에게조차 비판받았는데,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적폐를 언급하며 국민도 마음을 모아 달라고 했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은 바로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에 있다. 현 정권 책임을 희석하고 한 발 빼려는 것이라면 더 큰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여당 역시 이 같은 ‘늑장 사과’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했는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었음에도 김태년 대표 직무권한대행은 같은 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남인순 의원을 당 차원에서 징계해달라고 했다’고 질문하자 “그거 관련해선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을 아끼다가 다음 날인 18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야 “당을 대표해서 피해자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17일 페이스북에서 박 전 시장 피해자를 향해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입장을 내놨었지만 18일 관악구 낙성대공원에서 지역발표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박 후보 선거캠프에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의원들이 있다며 징계를 요청한 피해자의 호소에 대해 “진심을 전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과 바깥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지 않나”라며 피해호소인 발언을 했던 의원들의 퇴출은 거부해 구설에 올랐다.

결국 논란이 확산되자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 중 1명인 고민정 의원이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스스로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렇듯 여론에 떠밀려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보니 진정성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태도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아 당청의 여러 시도에도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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