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3월 法 처리돼도 빨라야 5월 출범…국정조사, 증인·참고인 합의가 관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좌)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좌)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정국이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국정조사, 특검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그 범위가 한층 확대되는 모양새지만 자칫 선거가 끝난 이후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없지 않다.

앞서 지난 1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부동산 투기 여부에 대한 자체 조사 입장을 거두고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전격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을 뿐 아니라 특검과 국정조사도 함께 실시하자고 주장했었는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를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이미 양이원영, 양향자, 김경만, 서영석, 김주영, 윤재갑 등 6명의 자당 의원이 가족의 투기 의혹을 받으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 민주당은 전수조사를 통해 야당 의원들도 검증하자는 ‘물타기’ 전략에 사활을 건 모양새인데, “부동산 투기에 있어 이미 국민의힘은 과거부터 전력이 화려하다”고 주장한 홍익표 정책위의장의 지난 16일 원내대책회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재보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터진 LH사태란 악재로 서울·부산시장 선거 모두 불리한 상황에 처한 민주당은 후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추격보다 사실상 야권 후보를 끌어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려는 모양새인데, 그래선지 야당에 재보선 출마자와 직계 존비속 조사를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재보선 판세를 뒤집어보겠다는 심산인데, 실제로 민주당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내곡동 가족보유 땅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으로 수십억원을 ‘셀프 보상’ 받은 게 아니냐는 공세를 펴고 있으며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 대해선 해운대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제기하면서 압박에 나섰고 급기야 17일엔 여당 지도부가 부산에서 현장 선대위 회의를 열고 엘시티 현장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부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야당에선 전수조사 대상에 청와대도 포함시키자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청와대를 겨냥한 거듭된 의혹 제기로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재보선 승리와 더 나아가 정권 교체 바람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제각각 동상이몽 속에 특검, 전수조사,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다 보니 결국 각론에 들어가면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인데, 당장 청와대 조사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앞서 청와대가 ‘투기 의심자는 없다’고 발표했던 자체 조사 결과를 국회가 검증하는 정도의 입장만 내놓고 있는데다 전수조사 주체 역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외부위원을 위촉해 실시하자는 의견과 감사원에 감사 청구하자는 의견 등으로 여야가 각각 엇갈리고 있어 협의 시작부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특검 역시 여야 모두 3월 임시국회 내에 특검법을 처리하는 데 공감하고 있기는 해도 수사대상·범위와 기한 등을 놓고 일단 상호 접점을 찾아야 할 뿐 아니라 특검 후보 추천 과정을 거친 뒤에도 특검팀 준비기간으로 20일이 보장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오는 5월에야 특검팀이 출범하게 된다는 점에서 당장 선거를 앞둔 여당의 ‘소나기 피하기’ 위한 지연 전략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또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는 특검보다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국회에 출석할 증인과 참고인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자칫 ‘맹탕’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일단 국민의힘 유상범, 김성원, 최형두 의원이 17일 오전 3기 신도시 토지 거래를 조사범위로 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면서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유의미한 결과가 있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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