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일파만파 확산에 당청 직격탄…싸늘한 여론에도 민주당 ‘文 두둔’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집권여당의 보궐선거 전망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궁지로 몰리고 있는 모양새다.

◆ 끊이지 않는 투기 의혹…초조해진 文? SNS로 직접 맞대응 나서

LH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019년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을 맡기도 한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2016년 9월 농업 관련 시민단체인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연합회 대표를 지내던 당시 그의 배우자가 농지 66㎡를 5천만원에 매입했었는데, 해당 토지가 민간도시개발사업인 화양지구 개발사업 부지와 가까웠다는 점에서 쪼개기 투자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에 농식품부에선 “박 차관의 배우자가 해당 토지를 지인 권유에 따라 주말농장용으로 사들인 것으로 투기 목적이 아니었으며 이 땅으로 이득을 취한 것도 없다”고 해명했고 실제로 500만원 손해를 보고 판 것으로 밝혀져 진화되는 듯했지만 같은 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가 가덕도 신공항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KTX 진영역 인근에 소유한 토지가 8만평이 넘는다고 발표하면서 투기 파문에 격앙되어있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앞서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의 처남인 김씨가 지난 2002년부터 8년 간 매입한 그린벨트 내 토지에 대해 지난 2011년 그린벨트 해제된 뒤 LH로부터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금액으로 인한 차익만 47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는데, 급기야 같은 당 윤영석 의원실에선 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기 위해 매입한 토지의 형질변경 절차 완료됐다고 밝히면서 현재 ‘밭’으로 되어 있는 제목이 ‘대지’로 바뀌어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문 대통령까지 직격했고 안병길 의원까지 문 대통령이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결국 문 대통령은 12일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직접 페이스북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에 윤 의원은 “남의 허물에 대해선 그렇게 가혹했던 문 대통령이 본인 허물을 지적하는 비판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조절 장애 증상을 보이는 게 민망하고 난감할 따름”이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LH불법투기에 대한 국민 분노가 들끓고 국토부 장관은 사표 쓰고 LH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날, 대통령은 본인 사저 부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고 좀스럽다고 짜증을 낸다. 국민들은 허탈과 분노를 달래줄 대통령의 공감, 사과, 위로의 말을 기대했는데 그런 국민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고작 본인 소유 부지에 대한 원색적인 분노 표출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사저 부지는 경호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처분할 수 없는 땅이라고 반박한 데 대해 “경호법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10년이면 끝나는데 10년 후엔 양산 사저를 국가에 헌납하겠단 이야기냐”고 맞받아친 데 이어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도 꼬집어 “그린벨트 내의 땅을 사고팔아 47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처남도 법대로 재산 증식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냐. 화내지 말고 아니면 아니라 말하라”고 맞불을 놨다.

여기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까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 “더 큰 문제는 문 정권이 대처하는 태도다. 대국민사과를 해야 할 분이 오히려 성을 내선 안 된다”며 “먼저 문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첫 단추다. 재보선 이후까지만 민심을 모면하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은 성난 사자의 코털을 뽑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 추락하는 文 지지율…與, 보선 전망 악영향에도 文 비호 급급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2021년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에스티아이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2021년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에스티아이

 

실제로 이런 지적을 증명하듯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을 뿐 아니라 내달 있을 4·7보궐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지난 13일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에 의뢰해 보궐선거 실시 지역인 서울에 거주하는 유권자 802명을 상대로 진행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3.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따르면 부정평가는 61.7%(긍정평가 35%)를 기록했으며 특히 중도층의 65.2%, 무당층의 79.5%조차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여당 심판을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답변한 비율(52.8%)이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비율(35.3%)을 크게 상회하기도 했는데, 정당 지지율마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30.3%로 선두를 달렸고 민주당은 26.8%에 그쳤다.

이 뿐 아니라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가 지난 12~13일 서울 거주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여야 후보 가상 양자 대결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선 야권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모두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30%대에 그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제쳤으며 ‘LH사건이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엔 75.4%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고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도 61.5%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당청을 향한 싸늘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끝까지 문 대통령 비호에 나섰는데,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문 대통령 사저 문제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문제 제기했고 다 파헤쳤다. LH사건이 터지니까 또 이건과 연계해서 대통령을 공격하려고 하는 시도로 보인다”며 농지를 매입한 뒤 대지로 전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골에 있는 전원주택들이 대체로 그렇게 많이 짓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이날 동 라디오에 나와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난리쳤던 야당은 아직 사과 한 마디 없다. 문 대통령께 다시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의 SNS 글에 대해선 “선거를 앞두고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대해 자제해 달라는 인간적인 호소”라고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사진 / ⓒ윤건영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사진 / ⓒ윤건영 의원 페이스북

또 마찬가지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을 겨냥 “귀농할 때 형질 변경은 수시로 발생하는 일인데 전혀 문제가 없는 양산 사저에 대해 계속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망신 주려고 하고 있다.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제기”라며 농업경영계획서에 문 대통령이 영농경력 11년으로 기재했다는 야권의 지적에 대해서도 “농사경력은 일종의 참고사항이다. 농사 경력이 있거나 없거나 누구나 농영경영계획서를 작성해 신청하면 지자체가 종합 판단해 자격을 준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 사과 없이 유체이탈 화법? 文 “부동산 적폐청산, 촛불정신 구현하는 일”

다만 여당 뿐 아니라 당사자인 문 대통령 역시 거듭된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앞선 여론조사에서 나오듯 국민이 필요하다고 한 대국민사과 메지시는 분명하게 내놓지 않은 채 유체이탈 화법을 통한 정면 돌파 의지만 드러냈는데, 15일 오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그는 “일부 LH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사건 자체의 대응 차원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오히려 야당을 향해 “정부가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지만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해오지 못한 문제”라며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함께 국회 역시 입법으로 분명한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국회에 주문하면서 LH사태로 촉발된 현 정국을 자신이 주도하는 듯한 자세도 취했다.

아울러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뿌리 깊은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어떻게 하면 2·4 공급대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게 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답하면서 사과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었는데, 논란이 된 문 대통령의 지난 12일 SNS 글에 대해서도 “핵심은 ‘이제 그 정도 하시지요’란 내용이다. 대통령이 그 정도 하자고 했는데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선 제가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비단 청와대 뿐 아니라 선거를 앞둔 여당조차 여론 동향을 의식하지 않는 듯 자성하는 분위기는 없었는데,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토지공사·주택공사를 통합한 이후 너무 많은 정보와 권한이 집중됐다”며 이전 정부를 탓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앞서 14일엔 민주당 부산지역 정·관·경 토착비리 조사 특위 간사를 맡은 장경태 의원이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인 조모씨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부산 엘시티 특혜 분양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 부회장은 분양 받은 게 아니라 분양 받은 분으로부터 정상 구매했다”는 신세계그룹 측 반박을 받아 빈축을 샀다.

이렇듯 ‘남 탓’으로 일관하는 당청의 태도에 국민의힘은 15일 김은혜 대변인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청산’ 발언을 꼬집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며 호언장담하던 대통령이 오늘은 이마저 정치권 탓으로 돌렸다. 조국 전 장관 딸 입시비리 의혹엔 입시제도 탓하더니 이번에도 제도 탓”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이 그토록 찾고 싶은 부동산 적폐란 문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현직 차관의 아내, 청와대 비서관의 쪼개기 매입까지 등장하는 이 모든 상황이 적폐”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임기 말에 다시금 ‘적폐청산’을 외친 문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내달 있을 선거에서 민심에 얼마나 통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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