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원전건설 추진방안 등 530개 자료 무단 폐기한 산업부 공무원, 첫 재판 열려
자료 삭제 누가 지시했나가 관건...'윗선'에 입 다문 공무원들
변호인 "실제 월성원전 관련자료인지 따져 봐야...삭제 자료들 최종 버전도 아니였다" 주장

사진은 2022년까지 가동되려다 2019년 폐쇄돼 조기폐쇄 논란이 일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모습 / ⓒ뉴시스DB
사진은 2022년까지 가동되려다 2019년 폐쇄돼 조기폐쇄 논란이 일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모습 / ⓒ뉴시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하루 전 월성 원전 관련 530개 자료를 무단 삭제한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9일 열렸다.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산업부 국장급 A(53)씨 등 3명(2명 구속·1명 불구속)에 대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를 물으며 공판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법정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방청권을 피고인 가족을 포함해 20명으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고인인 공무원 3명은 모두 법정에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측의 변호인은 "검찰서 주장하는 삭제 자료는 대부분 최종 버전이 아닌 중간 또는 임시 자료였다"면서 "최종 버전 이전의 것을 지웠다는 사실 만으로 죄를 묻는다면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모두 전자기록 등 손상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기본적으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부하직원에게) 말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삭제된 자료들이) 실제 월성 원전과 관련된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 28일 SBS '끝까지 판다' 탐사팀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가 담긴 공소장을 입수해 그 문건에 담긴 530건의 자료 목록을 공개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60 pohjois(뽀요이스,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라는 폴더에 북한 원전 추진방안의 약자로 보이는 '북원추' 하위 폴더 안에 '북한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라는 자료가 삭제된 흔적이 발견됐다.

이 문서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차(4월 27일)와 2차(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시기로 알려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이번 정권은 '탈원전'을 기조로 한 정권인 만큼 논란도 뜨거웠다.

산업부는 당시 논란에 대해 공무원들의 '에너지 협력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모은 것'이라며 청와대 '윗선'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산업부는 해당 문건 삭제를 지시한 명확한 이유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장관은 월성원전 1호기 가동 중단과 관련해 원전 담당 공무원을 향해 "너 죽을래?"라면서 "즉시 가동 중단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도 있다. 더욱이 백 전 장관의 이러한 지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냐"고 물은 이후 진행된 발언이기에 청와대 '윗선' 개입 의혹을 샀다.

월성 원전 1호기는 2019년 12월에 영구 정지됐으며,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받으며 아직도 검찰 수사 중에 있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 정권과 대립하게 된 사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구속중인 산업부 공무원 2명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증거인멸의 우려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를 진행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의 의사결정 과정에 누군가의 압력이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피고인의 보석 심문 이후 다음 달 20일 한 차례 더 공판 준비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상황인 만큼 이번 사건이 덮힐 우려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산업부 공무원의 무단 자료 삭제 과정에 '누가' 지시했나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인다. 

이날 재판 중에 있는 산업부 공무원 3명은 감사원 감사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019년 12월 1일(일요일)에 사무실에 들어가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된 530개의 문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삭제된 자료 가운데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된 자료는 530개 중 53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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