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공대위 “또 다른 사회적 문제 발생할 것…피해 해결 아냐”

금융자본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2011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1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열린 금융자본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사태와 관련해 피해기업 일부에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보여주기식 깜깜이 보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치 못한 보상으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중순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키코 관련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쟁과 관련된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중소기업의 현실 등을 감안해 보상을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씨티은행 측은 “키코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업체 중 과거 법원판결기준에 비추어 보상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한 보상을 검토해왔다”고 밝혔으며, 신한은행 측도 “기존 대법원 판결 및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법률 의견을 참고하고, 개별기업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상기준을 세웠다”고 밝혔다.

다만 두 은행 모두 정확한 금액 및 보상대상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키코 공대위는 이 부분이 매우 모순적이라고 판단했다.

키코 공대위는 28일 성명을 내고 “은행들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피해기업에 얼마만큼의 보상금을 줄 것인지 금융감독기관의 감독과 피해기업 대표의 관리 하에서 공개적으로 이행되는 것이 아니라면 피해기업들 간에 오해가 발생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결코 키코 피해의 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빙자하고 있고, 은밀하고 형식적인 보상을 빙자함으로써 최고경영진(CEO)들이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중징계를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금감원은 은행협의체를 통한 자율협상의 원칙을 고수해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상 기준과 규모는 은행협의체에 선정된 내용과 일치해야 하고, 또 이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며 “은행협의체를 공식 가동해 피해기업 대표단과 공동 관리 하에 자율협상을 실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협상을 관리 및 지원하고 사후에도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상을 결정한 은행들은 현재 보상기업 범위와 보상금액을 결정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두 은행이 보상을 결정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며 “보상 절차가 어느 정도 진척이 되더라도 (보상기업·보상금액 등을) 공개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은행은 키코 배상이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은은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고, 판매 절차에서 관련 의무를 다 이행했다”며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배상해주는 것이 국민세금이 나가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키코는 녹인(KI)옵션과 녹아웃(KO)옵션을 결합(KIKO)해 만든 구조화파생금융상품으로, 환율 안정 구간에서는 기업에 유리하지만 환율의 등락폭이 큰 시기에는 손실의 위험도가 올라가는 상품이다.

은행권이 2005년부터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거 판매한 키코 상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 환율이 올라가면서 기업들을 파산지경에 이르게 해 일명 10년에 걸친 ‘키코 사태’를 야기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금융위기시 발생한 키코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이중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에 총 42억원의 키코배상을 결정하고 배상금 지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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