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못 받고, 음식물 못 팔면 의미가 없다”
PC방 살리기 위해 게임업계 지원 줄 이어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 음식물 섭취 금지, 띄어 앉기 등이 적시된 예방 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 음식물 섭취 금지, 띄어 앉기 등이 적시된 예방 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PC방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매출이 40% 이상 감소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에는 PC방이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한 달 가까이 영업을 하지 못했고, 최근 다시 영업이 재개됐지만 방역수칙이 과도해 여전히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5일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하고 수도권은 19일부터, 그 외 지역은 23일부터 운영을 중단시켰다. PC방 점주들은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세에 PC방이 주된 요인이 아니고 전국 대부분의 PC방은 방역수칙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어 집단감염 및 전파 사례가 없음에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지 의문을 나타냈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별도의 지원책 없이 시행된 지침으로 인해 문을 닫는 PC방이 늘어났다.

이후 지난 13일 방역당국은 PC방을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해 영업을 재개하게 됐지만 운영 조건으로 ▲미성년자 출입금지 ▲좌석 띄어 앉기 ▲음식 판매·섭취 금지 등의 방역수칙을 내걸어 PC방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PC방 대책위는 “앞으로 2주간 PC방 매출 비중이 높은 미성년자 손님과 음식물 판매를 불허하는 조건은 문만 열어놓고 장사는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운영조건이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에 따르면 PC방은 다른 업종과 다르게 머무는 시간도 짧고 ‘ㄷ’자로 둘러싸인 내부 칸막이들로 구성된 자리이며 얘기를 하더라도 마스크와 헤드셋을 착용하고, 특히 서로 마주보고 대화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학생들도 감염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또 식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 휴게음식업 허가를 받고, 위생교육 이수 및 준수사항들을 지키며 운영하고 있으며 판매되는 식품 또한 간단한 조리만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모두 1인 1팩 처리돼있는 등 위생적인 음식만 취급·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또 손님들이 함께 음식을 먹는 경우도 없기 때문에 식당이나 커피전문점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PC방특별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고위험시설 운영조건 해제와 실질적인 재난지원금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PC방특별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고위험시설 운영조건 해제와 실질적인 재난지원금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주고객층인 상권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가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성년자가 출입금지이다 보니 매출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또 요금 PC방 이용료만 가지고는 운영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그 부족분을 먹거리에도 충당하는데 이마저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니 사실상 문만 열어놓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들을 만나 PC방 운영 금지 기간 동안 전기료 감면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고, 17일에는 서울시청에 불합리한 방역수칙을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 “PC방 살려야 한다” 게임업계 지원 속속

한편 PC방을 살리기 위한 게임업계의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방역당국이 PC방의 영업 재개를 허가했지만 음식물은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달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고, 이튿날 펍지주식회사와 함께 사업주 요금을 1개월 무료 지원하는 PC방 상생안을 내놓았다.

카카오게임즈와 펍지주식회사는 이달 22일 부터 총 1개월 간 해당 사업주의 PC방에서 소진된 사업주 요금을 D코인으로 환급해주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 PC방 가맹 사업주들은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환급받게 되며, 펍지주식회사가 개발한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와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의 ‘패스 오브 엑자일’ 등 카카오게임즈 PC방 서비스 게임이 그 대상이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가맹 PC방에 발로란트 PC방 포인트 11만6500포인트를 지급했다. ‘발로란트’는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등을 500시간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단 오는 10월 이내에 설치·소진 이력이 확인될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넥슨의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도 ‘게토(GetO)’ PC방 통합 관리프로그램 가맹점을 대상으로 ‘게토PC방 웰컴백’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29일까지 PC방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1만원(500명), 5000원(1000명), 1000원(1만명) 등 200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

엔미디어플랫폼 송재화 대표는 “PC방 운영 정상화가 조금이라도 빨리 당겨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PC방을 방문해주시는 고객분들께 작지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객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전했다.

펄어비스도 검은사막 및 섀도우 아레나 게임 이용 시간을 한 달간 무료로 지원한다. 전국 검은사막과 섀도우 아레나를 서비스하는 PC방 가맹 사업주는 별도의 신청 없이도 게임 이용 시간 100%를 무료로 지원받게 된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와 상생 논의를 통해 PC방 사업주가 선호하는 시기에 맞춰 게임 이용 시간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지원 기간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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