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못 막는 한국당, 돌파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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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한국당 추진해도 리스크 곳곳 산재…공수처법 강행 시 선거법보다 대응 어려워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배현진이  26일 오전 국회(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호소문을 대독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배현진이 26일 오전 국회(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호소문을 대독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이어져온 무제한토론이 무색하게 새 임시국회 시작과 함께 국회 표결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이를 저지할 방도가 없는 자유한국당에선 비례한국당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례한국당을 만들어도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례민주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서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데, 심지어 보수진영 내에서도 비례한국당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다 선거법 개정안에 이은 패스트트랙 2라운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강행 때는 딱히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한국당의 고민을 한층 깊게 만들고 있다.

◆ 선거법 개정에 대한 맞불로 비례한국당 공식화? 엄포인가 진심인가

앞서 비례한국당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던 한국당에선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목전으로 다가오자 이제는 연일 강조하면서 공식화하고 있는데, 26일 조경태 최고위원이 “한국당에선 내일 선거법이 통과되면 그에 상응하는 비례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같은 날 병상에 있는 황교안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비례대표 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 그것만이 꼼수 선거법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어떤 정당에서 미리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했기 때문에 비례한국당 이름을 그대로 저희들이 받아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만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비례 대표도 한국당 지지하는 800만 표가 사표가 돼버리니까 한국당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야 될 필요도 있지만 사표를 방지하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 결과를 위해서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재철 원내대표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면 선거법을 포기하라”며 “민주당이 선거법을 철회한다면 한국당도 비례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고, 민주당도 비례민주당 창당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여당을 압박하는 등 일단 비례한국당을 만들기보다 선거법 포기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비례한국당을 만든다고 해도 그 과정과 결과가 순탄할 거라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으로 비례대표 표를 결집시키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를 한 명도 내지 않는다 해도 한국당 지지자들이 비례한국당에 모두 표를 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그나마 가능성을 높이려면 일반 유권자들도 인지하기 쉽도록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비례한국당이 한국당과 똑같은 2번 자리를 차지하는 게 유리하지만 현역 의원들을 어느 정도나 비례한국당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인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김세연 등 3선 이상의 인지도 있는 의원들을 비례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겨 비례당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정작 이들이 황 대표 뜻대로 ‘장기말’처럼 움직여주기엔 지도부를 직격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했을 정도로 자못 껄끄러운 상황이고, 지역구 공천에서 떨어진 현역 의원들이 움직일 리는 더더욱 만무하기 때문인데, 다만 이런 지적에 대해 주호영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은 SNS라든지 언론이 워낙 많기 때문에 예를 들면 한국당의 지역구 기호가 2번이면 비례대표 번호가 꼭 2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2-7. 2-9. 2-5 이런 식으로 금방 학습이 된다”며 굳이 비례한국당도 2번이어야 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정당득표율 3%를 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 받지 못하는 봉쇄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고령 유권자를 지지층으로 둔 한국당으로선 SNS 등에 기대 자신감을 내비칠 만큼 비례당의 인지도 문제를 경시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없지 않은데, 현재 원내정당인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조차 여론조사상으로는 3% 봉쇄조항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례한국당’이란 당명조차 쓰기 어려워진 한국당이 마냥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부분은 아니다.

◆ 선거제 놓고 벌인 민주당-정의당 신경전처럼 보수진영 내 견제도 ‘발목’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새로운보수당 비전회의에서 26일 인재영입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새로운보수당 비전회의에서 26일 인재영입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심지어 선거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연동형 캡이나 석패율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정당별 유·불리에 따라 범여권 내에서조차 민주당과 정의당 간 신경전이 벌어졌듯 보수진영 내에서도 선거법 개정을 막을 수 없어진 이상 내년 총선을 의식해 벌써부터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데, 당장 비례민주당 출현 가능성을 놓고도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사이에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황 대표가 26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이 (선거)법안을 발의한 정당으로서 (비례대표 정당 추진)할 수 없겠지만 한국당은 할 것”이라며 비례민주당 창당은 어려울 거라 본 데 반해 새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같은 날 창당준비위원회 비전회의에서 “비례한국당이 생기면 비례민주당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엇갈린 전망을 내놨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유 의원은 비례한국당에 대해서도 “정당이란 게 정치적 이념, 가치를 같이하는 정치적 결사체인데 철학을 같이하는 정당이 하나가 돼 있어야지 한국당이 있고, 위성정당, 자매당이 따로 출현한다는 것”이라며 ‘코미디’라고 날선 비판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유 의원이 비례한국당 출현의 책임을 민주당 등 범여권으로 돌리며 수위를 조절하기는 했으나 “자유로운 정치적 결사체는 새보수당 밖에 없다. 비례한국당, 비례민주당이 생기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는 점에서 이미 새 선거법을 감안한 보수정당 내 표심경쟁은 시작됐다고 봐도 어렵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 전진4.0 등 보수성향 정당들도 난립하면서 차기 총선에서 한국당이 다수의 지역구 의석수를 확보할 것이라 확언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비례대표 후보는 한 명도 내지 않은 채 별도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당선을 위해 총력을 쏟아야 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거대정당인 한국당에 어떤 식으로든 쉽지 않은 싸움이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선지 황 대표는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흩어져선 저들을 막아낼 수 없다.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는데 당의 울타리가 무슨 소용인가, 다 걷어내고 맞서 싸우자”고 보수진영을 향해 공동대응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황 대표는 통합을 강조하려는 듯 이 메시지를 그간 자신을 비판했던 홍준표 전 대표와도 가까운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대독케 했는데, 홍 전 대표까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야당이 별다른 저항 수단을 찾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 절박함, 절실함이 부족한 게 첫째 이유이고 탄핵 잔당이란 오명을 씻지 못한 것이 둘째 이유인데, 91년 3당 합당 모델을 상기해야 한다”며 “통합 비대위를 만들자.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고 통합 비대위를 한국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보수당이 같은 날 당 로고와 당색 등을 확정·발표하고 하태경 창준위원장은 “패스트트랙 정국이 내년 1월 5일까지 끝나지 않더라도 창당에 맞춰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하겠다”고 밝히는 등 속속 창당 작업에 제각기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들과 달리 비례정당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한국당으로선 황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보여주듯 향후 공천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속내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일례로 지역구 정당과 비례정당을 따로 나눠 총선에 임할 경우 향후 두 당의 당선자 수에 따라 한쪽 당으로 힘이 쏠릴 가능성이 있는데, 만일 황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는 정당이 아니라면 자칫 지역구와 비례 당선 극대화란 기능적 목적에서 분리했던 두 당이 자칫 아예 두 세력으로 갈라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 비례한국당 만들어도 與 맞불 가능성?…공수처법 대응엔 더 ‘막막’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김도읍 의원 등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김도읍 의원 등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비례한국당이란 신당에 황 대표가 동참해야 양당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혹시 모를 배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데, 여기에 여당에선 한국당의 위성정당 안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한국당이 이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민주당에선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나왔던 ‘비례민주당’과 관련해선 의원총회에서 비례민주당을 공식 검토했다는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CBS라디오에 나와 “당분간 한국당 움직임과 여론 동향을 좀 지켜볼 생각”이라고 밝힌 데 이어 비례한국당 창당을 막기 위한 ‘4+1 협의체’의 수정동의안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박찬대 원내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가능한 것 같지만 그에 대한 의지와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아 한국당에게 마냥 불리하진 않다는 시각도 없진 않다.

하지만 선거법보다 더 막막한 것은 뒤이어 범여권이 상정할 공수처 법안인데, 게임의 룰임에도 당사자 중 하나인 한국당을 사실상 제외한 채 선거법까지 일방 상정한 상황에 공수처 역시 필리버스터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알고 이번에도 의장 권한을 위시해 강행 처리하려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심 원내대표가 이날 공수처법 처리를 우려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론전을 강화하는 데 그치고 있는데, 선거법에 이어 공수처법도 저지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닌지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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