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 데스노트 미루다 역풍 맞는 정의당…강경 지도부에 이견 나온 민주당

조국 법무부장관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조국 법무부장관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현직 장관으로서 사상 초유의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자녀와 동생까지 검찰에 소환되고 부인까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게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그동안 꿋꿋이 조 후보자를 두둔해오던 범여권에서도 차갑게 돌아선 민심을 의식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나오고 있다.

◆ 지지율 하락·진중권 탈당 해프닝까지…조국 후폭풍 휩싸인 정의당

이들이 이름을 올리면 무조건 낙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동안 ‘데스노트’로 주목 받아왔던 정의당은 연일 쏟아져 나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조 장관을 비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결국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당초 소수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당의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한 정의당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행보였다지만 주요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청년들이 조 장관 관련 의혹으로 박탈감을 크게 느끼면서 정의당 지지를 철회해 결과적으로 소탐대실이 되어 버렸다.

당장 지지율만 해도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조사한 9월 3주차 정당 지지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은 이전 조사 당시 대비 1%P 하락한 7%에 그치며 동기 대비 1%P 오른 바른미래당과 동률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또 다른 조사기관인 알앤써치가 아시아 투데이 의뢰를 받아 지난 20~21일 전국 성인 1065명에게 조사한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정의당은 6.2%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는데, 이 조사기관이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조 장관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선 ‘계속 직무’가 41.9%였던 데 반해 ‘사퇴’가 54.3%였고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도 조국 사태의 여파로 3달 만에 다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8%를 얻어 1위를 하는 등 사실상 범여권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선지 심상정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정의당의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권과 차별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청년들과 당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 한 사람의 자격평가를 넘어 개혁과 반개혁 대결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정의당은 개혁전선을 선택하게 됐다”고 해명하는 등 현재 입장을 뒤집을 뜻은 보이지 않으면서 파장은 한층 확대됐다.

급기야 24일엔 유명 진보논객인 진중권 교수마저 탈당계를 낸 것으로 알려져 지도부가 설득에 나서는 등 혼란은 극에 달했는데, 정의당 청년당원 모임 ‘모멘텀’의 김지문 조직국장조차 2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당은 항상 평등과 사회 정의를 외치는 정당이었는데, 그런 진보정당의 가치가 있음에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외쳤다”며 중앙당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진중권 교수의 탈당 논란에 대해 탈당 철회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시사포커스DB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진중권 교수의 탈당 논란에 대해 탈당 철회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분위기가 자칫 연쇄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이 거론하는 탈당러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선 데 이어 심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진 교수가 탈당 철회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고, 같은 당 이정미 의원은 26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나와 진 교수 탈당 논란과 관련해 “탈당까진 가지 않겠다고 해 마무리된 일인데 언론에 일파만파 보도돼버렸다.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과잉 뉴스화되고 있다”며 조 장관 사태와는 무관하단 입장을 내놨다.

다만 정의당이 이 같은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달라진 자세를 취하긴 어려울 거란 지적은 여전히 적지 않은데, 이를 보여주듯 심 대표는 26일 상무위원회의에서 “검찰에서 사생결단하듯 무리한 수사를 밀고 가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은 제2의 조국 대전을 벼르면서 전쟁터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이전처럼 여당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덮어놓고 조국 지지하던 민주당에서도 ‘이견’ 불거져

마찬가지로 민주당에서도 지도부가 앞장서서 연일 조 장관 비호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아예 피의사실 공표 문제로 검찰을 고발하겠다고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가 당내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검찰·교육제도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24일 의원총회에선 14명의 의원들 중 9명이 당초 주제와 달리 조 장관 관련 발언을 했고, 이들 중 일부는 “조 장관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들의 의견도 잘 들어야 한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뿐 아니라 송영길 의원은 24일 검찰을 고발하겠다는 당 지도부를 겨냥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집권당임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 이를 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 고발하겠다는 민주당을 송 의원이 막았군요. 집권당인 현 정부가 임명한 검찰 고발하는 건 듣도 보도 못한 해외토픽감”이라며 “하마터면 민주당이 반정부세력 될 뻔 했다. 검찰 고발은 정상적인 야당도 못하고 법치주의 부정하던 통진당이나 돼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민주당이 정상 아니란 것”이라고 여당을 꼬집었다.

결국 민주당에선 이인영 원내대표가 25일 최고위에서 검찰 고발과 관련해 “그 카드를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입장을 내놨고,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일부 의원들께서 여당이 검찰을 고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는데 그것은 좀 잘못된 표현인 것 같다. 해당 검사를 고발하겠다는 것이지 검찰을 고발하는 게 아니다”라며 “고발 검토를 검찰과 당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즉각 진화에 나섰으나 조 장관 문제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 당내 파열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이렇듯 당내 상황도 그렇거니와 심상찮은 여론 동향 때문인지 역풍을 받을 만한 사안은 최소화하려는 듯 점차 신중히 대응하기 시작했는데, 일례로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증거 인멸 의혹과 관련해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두둔 발언에 대해서도 우상호 의원이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우리 당원도 아닌 유 작가 이야기”라며 “우리 도와주는 스피커라 볼 수 있지만 여당 입장 반영하는 발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증거 인멸인지 아닌지 판단을 유 이사장이 하실 건 아니다. 법적인 부분과는 조금 떨어진 해석”이라고 유 이사장과 거리를 뒀는데, 불과 지난달 30일만 해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유 이사장을 향해 “유시민씨는 민주당 당원이 아니다. 편들어주는 건 고맙지만 오버하지 말라”고 발언했다가 같은 당 전재수 의원으로부터 “자네의 오버 말라는 발언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비판 받았던 상황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인데, 결국 여당에서 민심 이반을 체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 범여권 흔들어놓고도 ‘요지부동’ 조국…거취 어떻게 될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원내정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실제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완전히 민심이 돌아섰다고 말할 순 없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의지가 높아졌다”며 민심이 아직 자신들에게 완전히 유리한 분위기가 아니란 현실을 에둘러 시인하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일부 보도에선 연말 교체를 생각하고 임명했는데 조 장관이 그보다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여권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었고,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25일 “문 대통령의 출국 직후 이뤄진 검찰의 조국 자택 압수수색은 청와대와 검찰이 조율한 결과”라며 조 장관의 조기사퇴를 예상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믿을만한 현 정권 소식통이 전해왔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비등한 비판 여론에 청와대가 결국 조국을 내치는 것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리며 “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그만큼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범죄 의혹 규명을 위한 마지막 수순에 돌입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같은 관측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은 26일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에 소환될 경우 장관직을 사퇴할지 묻는 의원 질의에 “통지가 온다면 고민하겠다”고만 답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조 장관은 본회의장 연단에서 “검찰개혁의 무거운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스스로 물러날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은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검찰 현장 관계자와 통화했다고 인정한 부분을 꼬집어 직권남용이고 탄핵 사유가 명백하다며 조 장관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빈 말이 아니라는 듯 한국당에선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즉각 구속수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탄핵 추진은 물론 직권남용 고발 등을 위해 당 의원들 모두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했으며 바른미래당에선 오신환 원내대표가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 장관이 개별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검찰청법을 어긴 중대 위법행위”라며 “조 장관은 그동안 수사 개입하지 않았고 보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지만 거짓말이었다는 게 확인됐다. 탄핵 소추안 발의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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