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면돌파’ 의지에 고민한 한국당, ‘청문회 보이콧’ 논의하다 일단 보류

가족들이 여러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에 직면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모습. ⓒ포토포커스DB
가족들이 여러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에 직면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 의혹과 관련해 2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나선 데 이어 조 후보자의 부인과 모친, 동생, 처남 등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본격 수사 움직임을 보이자 당청과 조 후보자는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듯 인사청문회에서 매듭짓겠단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에 당초 청문기간 연장을 요구해오던 야당에선 일부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쏟아지는 의혹과 야권의 압박에 몰려 배수진을 친 당청이 과연 이번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청문회 일정부터 檢 압수수색까지…예상외 전개에 흔들린 당청

당청이 예상 밖의 상황 전개에 흔들린 모습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전격 합의된 지난 26일만 해도 분명하게 드러났었는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권이 제시한 청문회 일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강경한 태도로 맞섰던 게 무색할 만큼 오후 열린 법사위 간사 회동에선 송기헌 민주당 간사가 야당이 제안한 9월 2~3일의 ‘2일 청문회’를 수용했다고 밝히면서 당내 엇박자가 감지됐다.

이미 민주당에선 지난 21일 박용진 의원과 송영길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조 후보자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못 내놓으면 결단을 내려야 된다면서 지도부와 온도차를 보인 데 이어 당 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23일엔 아예 지도부 내에서도 김해영 최고위원이 “후보자 딸의 논문과 대학·대학원 입시 부분은 적법·불법을 떠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당내에서 처음으로 조 후보자의 사과를 요구했다가 갑자기 26일 최고위에선 혼자만 모두발언 없이 침묵하는 등 내부 불협화음이 계속돼 왔다.

그러다보니 친문 주류격인 조 후보자 측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여당 인사들이 점점 몸값이 오르는 조 후보자에 대한 견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나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일부 여당 인사들이 자칫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조국 리스크’에 분명한 거리를 두고자 당 지도부와 달리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이렇듯 여당까지 흔들리는 시점에 급기야 검찰마저 27일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2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조 후보자 가족에 출국금지 조치까지 단행하면서 당청을 더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앞서 국회에서 끝내 ‘2일 청문회’로 합의된 데 대해 26일 강기정 정무수석이 김도읍 자유한국당 간사에게 “청문회를 국회 마음대로 하느냐. 법을 넘어 결정해놓고 받으라고 하면 누가 받냐”라고 거세게 항의했을 정도로 불쾌감을 표출했다가 구설에 올랐던 청와대 측에선 일단 검찰이 조 후보자 측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선 침묵을 지킨 채 27일 고민정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청문회 일정 합의 결과엔 유감을 표하면서도 결국 민주당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 대신 정치적 부담이 큰 검찰 비판엔 청와대가 아니라 여당 대표가 직접 나섰다.

◆ 수사 영향 우려에도 檢 비판 나선 與…조국 인선 강행 의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당장 이해찬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더 우려하는 것은 조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했다는 뉴스”라며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하는데 (검찰이) 관계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고 이례적으로 검찰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열린 전국원외위원장 워크숍에선 “제가 보기엔 후보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며 “언론만 알게 하고선 법무부나 청와대 모르게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거대한 작전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벌써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여러 개 있다. 어제부터 나오는 뉴스들은 피의사실 유출이라 볼 수 있는데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라며 “누가 출국금지 되었다는 둥, 부산에 있는 어떤 분이 대통령 주치의를 하는 데 기여했다는 둥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아예 문책·처벌까지 주장했다.

실제로 검찰은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사전보고는 윤석열 총장이나 대검에 했을 뿐 청와대와 법무부엔 사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공직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검찰의 강제 수사를 받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안을 발표한 다음날 곧바로 단행됐다는 점에서 사법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후보자를 압박해 검찰이 유리한 패를 쥐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선지 이인영 원내대표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문회를 앞두고 일어난 일(압수수색)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진행에 차질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 검찰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아니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당사자인 조 후보자까지 같은 날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수사가 개시돼 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조 후보자는 “담담히 인사청문회 준비에 임하겠다”며 거듭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검찰 수사로 인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이른바 방탄 청문회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제가 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해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역설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관련 의혹을 청문회에서의 해명으로 매듭짓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 같은 조 후보자에 힘을 실어주듯 민주당에선 이날 오후에도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에서 거듭 검찰을 겨냥 “압수수색한 직후 특정 언론사에 보도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고 이런 식의 수사정보 유출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특수2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는 법적으로 정해진 제도인데 검찰 수사가 국회 인사청문제도에 장애를 초래해선 안 된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런 반응만 보더라도 방탄 청문회를 위한 ‘짜고치기 쇼’ 아니냐던 당초 야당의 의심 어린 시선과 달리 검찰의 전격적인 조 후보자 관련 의혹 강제수사는 조 후보자 뿐 아니라 당청의 예상까지 깬 ‘예상 외’ 결과로 풀이되고 있는데, 검찰도 이번 사건을 형사부가 아니라 특수부로 재배당한 데서 용두사미로 끝내지 않겠단 뜻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에 검찰 수사 결과조차 제대로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검찰까지 함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 사태 변화에 청문회 참석 놓고 ‘득실’ 계산 나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처럼 연일 높아지는 검찰의 조 후보자 압박에 기류 변화를 감지한 한국당에선 이미 야권 요구대로 청문회 일정까지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돌연 참석 여부를 고민하기 시작하며 득실 계산에 들어갔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전혀 믿을 수 없다면 차라리 인사청문회를 열어서 야당 의원들이 직접 조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편이 더 낫겠지만 검찰의 수사가 당청의 예상 외로 진행되고 있는 거라면 오히려 피의자로 낙인찍은 채 청문회를 비롯한 조 후보자가 의혹을 소명할 어떤 기회도 주지 않는 편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한국당 연찬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조 후보자 가족들을 출국금지까지 시켜 상황이 달라졌다”며 “증인채택이 문제가 아니다. 청문회 할지말지 긴급 의총 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태흠 의원이 “검찰이 압수수색 했다고 해서 곧바로 청문회 보이콧을 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권성동 의원마저 “민주당이 청문회 보이콧 프레임을 들고 나오면 청문회 논란으로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덮일 수 있다”고 입장 번복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는 등 보이콧에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는데, 결국 나 원내대표도 의총 직후 “오늘 결론을 내지 않고 국민의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일단 결정을 유보했다.

그러면서도 나 원내대표는 내심 청문회 보이콧 쪽에 무게를 뒀던 듯 “사실상 조 후보자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작됐는데 피의자에 대해 청문회를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었다. 역사상 피의자인 후보자를 인사청문회에 올린 적이 없다”며 “지도부로선 청문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다. 청문절차가 있어서 되겠느냐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더 모아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요 범죄 혐의자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 당한 사람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면 극히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얼마든지 청문회를 대신할 장외 공격과 투쟁을 대대적으로 할 수 있고 청문회를 거부할 이유와 명분은 충분하다. 지금부터라도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한국당의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에 즉각 날선 비판을 가했는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보이콧이 결정 안 됐고 보류한다고는 했지만 그런 말이 나오는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국회가 법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이 보이콧 운운하는 것 보면 애초에 청문회를 할 생각이 없던 것 아닌가. 검찰 수사를 핑계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맞서 한국당에서도 김도읍 법사위 간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대상자가 청문회 후보자석에 앉는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란 의견이 있어 논의한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는데,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보이콧 여부를 검토해보기로 결정을 유보한 만큼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공방은 추후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승패가 엇갈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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