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직접치료’ 약관에 없어”...논란 핵심
금융정의연대, “금감원은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영업정지 등 보험사 징벌 수위 높여야”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주최로 ‘암보험 가입자 보호 방안 모색을 위한 사례 발표 및 토론회’가 열렸다. ⓒ시사포커스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주최로 ‘암보험 가입자 보호 방안 모색을 위한 사례 발표 및 토론회’가 열렸다. ⓒ시사포커스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암보험 미지급 문제를 둘러싼 국회 토론회가 생명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사태 해결에 대한 경종을 올리며 마무리됐다.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 주최로 ‘암보험 가입자 보호 방안 모색을 위한 사례 발표 및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 국회의원과 암 보험금 미지급건으로 보험사와 소송 및 갈등 중인 암 환자들, 시민단체, 금감원, 생명보험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약관에 명시되지 않거나 가감한 내용을 근거로 보험사가 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데에 문제점들을 낱낱이 지적함과 동시에 보험사 민원을 처리하는 금감원에 대해 크게 질타했다.

전재수 국회의원은 “작년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이후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에 강력 촉구하고 상임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제기했다”며 “그 결과 금감원에서 지급 권고가 결정돼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보험금을 받지 못한 분들이 많은 만큼 보험회사들의 약탈적 관행에 경종을 울리도록 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국정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암보험 관련 수입/지급현황 ⓒ국회 토론회 자료집

◆ 쟁점 핵심 ‘요양병원 암 보험금 미지급’, ‘직접치료’ 피해사례

지난주 금요일 낮에 삼성생명에 패소하고 항소를 준비 중인 암환자 A씨는 “2017년 2월 서울대 병원에서 유방암 2-3기 진단을 받고 암의 크기가 2,3cm인데 항암을 해도 크기가 그다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니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담당 교수의 소견을 듣고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요양병원에서 의사의 권유대로 고주파 주3회, 압노바, 자닥신, 세레나제, 포쉘 등으로 암 치료를 받은 결과 오히려 A씨가 가진 암의 크기는 0.3cm로 크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요양병원에서 7차에 걸친 항암치료가 끝나고 작아진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 및 방사선 치료 등을 거친 뒤 A씨는 20년 넘게 가입한 신한생명과 삼성생명에 암입원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신한생명 측의 손해사정인은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기에 지급해드린다”며 매달 1200만이내의 금액을 6개월 동안 100% 지급을 한데 반해, 삼성생명 측의 손해사정인은 “암의 직접치료가 아니다”란 이유를 들어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한때 삼성생명에서 근무하며 400여명의 고객을 관리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입장에서는 집회를 1년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두 차례 넣었으나 “부당하면 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을 금감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설명이다. A씨는 “1년 6개월 만에 패소됐지만 금감원은 소송 전엔 보험사 편을 들다가 소송을 하게 되니 억울한 사례라며 소송을 취하하고 다시 민원을 제기해주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면서도 “보험금을 받을지 100%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소송을 취하하기 부담스러워 변호사비용 550만원을 금감원에서 변상해 달라하니 ‘그렇게는 안 된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민원만 넣어주시고 집회는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고 회유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이 너무 많다”며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6월에 항암수술 방사선 목적으로 요양병원 입원한 환자들에게는 보험금 지급을 하라고 했는데 왜 패소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토론회에서 사례를 발표한 또 다른 암환자 B씨 역시 요양병원에서 암 보험 치료를 받자 ‘직접치료’가 아니란 이유로 암입원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2000년 삼성생명 암보험을 가입한 B씨는 가입 후 17년이 지나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암 치료과정에서 총 두 차례로 손해사정인이 B씨를 방문했다. 먼저 처음 암센타 입원실로 B씨를 찾아온 손해사정인은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이후 주치의가 본병원 병실부족으로 요양병원 입원을 권유해 입원한 뒤에는 ‘이번만 드리고 삼성생명본사에서 다음부터는 절대로 보험금을 주지 못 한다’는 말을 전화로 통보받은 이후 보험금을 못 받았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에서 보낸 부지급 통보서에는 ‘판례’를 인용해 ‘직접치료가 아니라서 지급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걸로 전해진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 민원담당자를 만나 ‘약관에 없는 내용(약관에 없는 내용(직접치료)을 논한다면 저는 그 자리에 서지 않겠다’고 밝히고 금감원 측에서도 존중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가입한 약관에도, 가입 시 설명에도 듣지 못했던 내용으로 제한(수술후, 항암, 말기암 등으로 제한)돼 분쟁조정건이 인용됐다”고 말했다.

B씨는 약관에 정해진 대로는 아니지만 지급결정을 받은 뒤 삼성생명 측으로부터 2달 반 만에서야 지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삼성생명은 해당직원의 실수라고 핑계를 댔다는 설명이다. B씨는 “삼성생명에서 만든 당시 가입 약관에는 ‘직접치료’라는 문구는 단 한 줄도 없었고 나중에 알았지만 ‘직접치료’는 2014년 이후 약관에 특약으로 구분개정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보다 훨씬 이전인 2000년도에 해당 보험을 가입했고 암입원보험금은 ‘암으로 진단이 확정되고 그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입원 시에 지급한다’고 또렷이 명시돼 있다”며 “가입당시 설계사가 암으로 입원 시 무조건 지급되는 최고의 보험이라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고 저 또한 암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할 시 지급하는 보험으로 설명을 듣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서치원 변호사에 따르면, 보험소비자는 암 환자가 암의 치료를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서 보험자가 암입원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암보험 약관의 취지상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회사는 약관상 ‘직접적인 목적’으로 정해져 있고,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0543 판결 취지에 따라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서는 암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관 기재상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에 대한 추가설명 여부 ⓒ국회 토론회 자료집

◆ “보험약관 해석 악용되는 현실...약관개정·사법부 판단도 기대 어려워”

2014년경 보험사들이 약관을 개정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자 2018년 금감원 주도 하에 암보험약관이 개정됐다. 이에 대해 서치원 변호사는 “그럼에도 현 미지급 문제는 약관 개정 정도를 넘어섰고 사법부의 판단에도 기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개정된 약관에서 불포함 항목은 모두 과거 법원 판결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데 암 치료 완료 후 후유증이나 합병증을 제외한다는 것이 아니라 암 치료 중 발생한 후유 증이나 합병증 치료도 무조건 제외한다는 내용이라 오히려 판례보다도 소비자에게 불리 한 내용으로 개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치료 또는 필수불가결 등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여전히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작동돼야 하는 상황이며 금감원은 개정 약관으로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소급효가 없으므로 2014년 혹은 그 이전 암보험 가입 소비자들에게는 조금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에 의해 필수불가결하지 않으면 지불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구체화돼 ‘복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 상대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약관해석 일반론 제5조2항인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단 지적이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수준인 2700만 명이 가입돼있는 암 보험은 90년대부터 사망보험 위주로 설계되다가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손해가 심해져 2000년대 초반쯤에는 암 보험 판매가 줄었다. 2003년 이후부터 판매가 더 어려워진 가운데 2011년 금감원이 ‘암보험 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암 입원 특약 형식으로 판매돼 신건 계약 건수가 증가하게 됐다.

하지만 전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률은 오히려 예전보다 떨어졌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수입보험료는 매년 1조원 가량 증가하고 암보험 영업이익은 2013년 대비 2017년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지급보험금은 2조원 대를 유지했다. 2013년 47%였던 지급보험금 비율이 5년 후 2017년에는 34%로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쳤다.

서 변호사는 “지급률이 떨어진다고 손해율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손해가 발생하는 걸 암 보험금을 덜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서 손해를 만회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며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없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별 지급권고 현황 ⓒ국회 토론회 자료집?
생명보험사별 지급권고 현황 ⓒ국회 토론회 자료집 

◆ 암환자·전문가, 보험사·금감원에 강력 일침...금감원 조치 강화 ‘한목소리’

토론회에 참여한 암환자들과 관련 전문가 패널들은 금감원이 보험사로부터 떠맡은 민원 분쟁조정 처리과정에서 ‘소송하라’며 소극 대처한 금감원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해결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금감원 측 발제에 앞서 입장을 발표한 생명보험협회 박배철 소비자지원본부장은 “보험회사들이 환자가 암 수술을 위해 대형병원이나 항암치료 후에 입원하거나 말기암인 경우에는 암 보험금을 다 지급했다”고 발언하자 “항암 중인데도 안 나왔다”, “암과 관련해서는 말기암 등 단계를 나눌 수 없다”, “최소한의 근거로 말해야된다” 등 곳곳에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금감원 쪽으로 참석자가 답변을 요구하자 금감원 생명보험 김창호 1팀장은 “개별 건을 다 확인하지 못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참석자들 측에서는 “확인도 다 안 하고 나왔냐”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생보협회에 이어 발제를 진행한 김 팀장은 “저희는 모든 보험사에서 권고한 대로 보험금이 지급되길 강력히 희망했지만 저희가 판단한 기준과 달리 보험사에서 전부 수용이 아닌 일부 또는 부지급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거듭 말한 게 금감원이다”라며 참석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보험사의 조직적인 미지급 정황에는 금감원이 분쟁조정 차원이 아니라 검사국이 나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암 보험금 미지급 사태 해결은 대법원보다도 현재로선 금감원 판단이 핵심인 만큼 분쟁 소송이나 대법원 확정 판정에 대해 보험사가 불수용하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는 등 공적 시스템 차원에서 조치를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자살보험금 지급 사례처럼 금감원이 자기 징계권을 갖고 움직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자살보험금 지급 사례도 검토해보겠으며 돌아가서 금감원 검사국 등 관련 부서에도 모두 전달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수용했다.

한편 토론회 사회를 맡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보험금 미지급 문제는 심각하고 중요한 이슈이지만 밖에서 볼 때는 조용할 수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발판삼아 추후 기자간담회 등 해당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 해결해나가도록 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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