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 속 물러선 與와 ‘힘 받은’ 野…與 일각 반발에 뒤집힐 가능성도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9시 30분 적선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로비에서 검찰개혁 등에 관한 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9시 30분 적선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로비에서 검찰개혁 등에 관한 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가 문 정권 2기 개각이 완성됐다는 이번 인선의 하이라이트 격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놓고 사실상 데드라인인 26일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간 끝에 결국 내달 2~3일 이틀간 실시키로 합의했다.

앞서 청와대가 지난 14일 국회에 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소관 상임위엔 16일 회부돼 15일 이내 인사청문회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인사청문회법(9조 1항)상 오는 29일까지는 일단 모두 마쳐야 하나 더불어민주당은 적어도 이달 내로 조 후보자를 포함해 인사청문회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에선 현 정권에서 법정기한을 넘겨 청문회가 열린 경우가 이미 7번에 달한다면서 9월 초에 실시하자는 입장을 내놓으며 맞서왔었는데, 이 같은 결과는 결국 여당이 한 발 물러서고 야권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8월 중 안 되면 ‘국민청문회’ 외치던 與, 왜 합의 했나

그동안 민주당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30일 이전에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해왔는데, 당장 여당이 협상시한으로 못 박은 26일 오전만 해도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는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조 후보자만 예외일 수 없고 법적 시한인 30일까지 개최하기 위해선 오늘까지 응답해야 한다”고 한국당에 최후통첩한 데 이어 같은 날 3당 원내대표 회동 뒤에도 “오늘까지 거부한다면 내일부터 국민·언론·국회와의 대화 등 형식에 구애 없이 국민청문회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었다.

더구나 앞서 지난 23일에도 이 원내대표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만난 뒤 “30일까지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려면 늦어도 26일까지 일자를 확정해야 하며 확정되지 않으면 27일 국민 청문회 절차를 밟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던 데다 조 후보자조차 지난 23일 “국민청문회가 준비될 경우 당연히 여기에 출석해 답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26일 오전에도 “만약 청문회가 무산된다면 여러 방법으로 직접 설명 드릴 기회를 찾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이미 청와대와 조 후보자까지 국민청문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뒤집듯 3당 원내대표가 공을 넘겼던 26일 오후 법사위 3당 간사 회동에선 야권 주장대로 9월 2~3일로 결정됐는데, 앞서 범여권으로 꼽혀온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마저 26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야당 없는 국민청문회는 객관성도, 실표성도 떨어진다”며 사실상 국민청문회에 반대 의사를 표한 데다 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특권 엘리트층의 삶을 여과 없이 살아온 조 후보자가 기득권층의 저항을 뚫고 사법개혁을 밀고 갈 수 있는지, 과연 적임자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점도 이 같은 변화에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여당의 협조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이 이른바 그간 지목한 인사들 모두 낙마했다는 ‘데스노트’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아오던 가운데 민주당과 온도차를 보이는 이런 입장을 내놨다는 데에서 의미가 큰데, 그래선지 민주당에선 활동시한이 며칠 남지 않은 26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1소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해 한국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체회의 안건으로 넘긴 데 이어 같은 날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심 대표를 찾는 등 정의당 설득에 부쩍 공을 들였다.

[사진 / 박고은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운데)가 26일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인 김후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왼쪽에서 두번째)으로부터 조 후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소명을 직접 듣기 위해 만나고 있다.
[사진 / 박고은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운데)가 26일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인 김후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왼쪽에서 두번째)으로부터 조 후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소명을 직접 듣기 위해 만나고 있다.

또 조 후보자 논란이 지속되던 와중에 청와대가 단행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별개로 추락했다는 점 역시 여당이 끝내 야당 요구대로 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되고 있는데,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전국 성인 501명에게 조사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54.9%로 과반을 이뤘으나 동 기관이 YTN 의뢰로 19~23일 전국 성인 2512명에 조사한 문 대통령 지지율(95%신뢰수준±2.0%P)에선 부정평가가 취임 후 처음 50%를 돌파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조 후보자 파문이 주요 원인인데다 현재 한일 갈등과 같은 다른 이슈들에 대한 입장과 별개로 민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예고한 28일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선고가 있을 29일을 목전에 둔 27일에 조 후보자 관련 국민청문회를 열어야 될 이유가 없어졌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는 28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조 후보자를 규탄하는 2차 촛불집회를 예고하는 등 좀처럼 여론이 수그러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다 정작 인사청문회 법정시한 준수 등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법에 없는’ 국민청문회를 내세워 야권을 압박하는 여당의 모순된 행보 역시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절차란 야권의 비판에 힘만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내달로 미뤄질지언정 국민청문회가 아니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여는 쪽으로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하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여당이 제안한 국민청문회를 꼬집어 “국회법상, 인사청문법상 법적 근거가 없어서 불가능하다”며 “출처도, 주관하는 주체도 불분명하고 위증해도 처벌할 수 없고 홍보만 할 게 뻔해서 청문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야권 ‘존재감 부각’된 조국 사태…국면 전환 계기 될까

이 뿐 아니라 사태 초반에 가짜뉴스라고 호기롭게 외치던 모습과 달리 25일엔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이제 조 후보자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단순한 장관 후보 문제를 넘어 정권 전반 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조 후보자와 이를 비호하는 여당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세간에 비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보여주듯 KBS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성인 1006명에 조사한 조 후보자의 장관직 수행 적합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에선 적합하다는 답변이 18%에 그친 데 반해 부적합하다는 응답은 그 2배가 넘는 48%나 나왔고, 전 연령에 걸쳐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적합보다 높았을 뿐 아니라 가장 해명이 필요한 의혹 역시 조 후보자가 기부 천명 등으로 정면 대응했던 웅동학원이나 사모펀드가 아니라 그가 고개를 숙였던 자녀 논문 및 입시 특혜 의혹(65%)으로 우선 꼽혔다.

불과 한 주 전 동 기관 조사에서 조 후보자 지명이 적절하다고 답했던 비율이 42%를 기록했던 만큼 순식간에 급변한 여론을 의식해 야권은 비단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 뿐 아니라 민주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 등 진보정당에 이르기까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조 후보자 비판에 총력을 쏟는 중인데, 그에 힘입어 정당 지지율도 리얼미터가 YTN 의뢰를 받아 지난 19~23일 전국 성인 2512명에게 조사한 8월 3주차 주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조 후보자를 비판한 정당들이 모두 상승했다.

이런 기류 속에 야권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가 바로 승부처고 야당이 만회하고 일어설 절호의 기회”라며 이번 논란을 국면 전환의 기회라고 지목했듯 한국당이 1일 청문회를 요구하는 여당을 향해 도리어 ‘3일 청문회’ 주장으로 맞불을 놓은 데 이어 바른미래당에선 이와 차별화된 2일 청문회를 중재안으로 제시하는 등 경쟁적으로 조 후보자와 민주당 동시 압박에 나섰는데, 교육위와 예결위 등 이날 열린 모든 국회 상임위에서도 대부분 조 후보자 관련 질의만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한 발 더 나아가 추석 전인 9월 초에 조 후보자 청문회를 열어 이번 논란의 파장을 명절에도 이어가고자 최대효과를 노리고 있는 야권에선 모처럼 호기를 잡았다는 듯 벌써 특검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데, 홍 전 대표는 “조국 특검법을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하고 이 특검법 관철을 위해 전 의원이 국회 농성에 들어가 조국을 막으라. 국조도 추진하라”고 한국당 지도부에 주문했으며 바른미래당에선 이날 하태경 의원이 SNS를 통해 “조 후보자 청문회는 결국 감방 청문회”라며 “장관 후보 사퇴하면 검찰조사, 임명 강행하면 특검조사”라고 입장을 내놨다.

◆ 曺 청문회 ‘해명’ 따라 승패 갈릴 듯…與 내 반발도 여전한 건 변수

[시사포커스 / 장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장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심지어 야권에선 이날 사실상 ‘이틀 청문회’로 여당의 양보를 받아냈음에도 김도읍 법사위 한국당 간사가 “서면질의서 송부라든지 증인, 참고인 출석 요구라든지 이런 것은 늦어도 이번 주 수요일 발송해야 하고 앞으로 논의될 증인, 참고인에 대해선 민주당과 조 후보자가 일체 거부 없이 전격 수용해 달라”며 “수용치 않고 시간을 보내면서 청문회 절차를 정회한다 그러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더 바짝 조였다.

반면 여당은 송기언 법사위 민주당 간사가 “지금까지 관례를 봐서 정치 공세로 보이는 증인 채택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단정해서 얘기하는 건 곤란하고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들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일찌감치 철통방어에 들어갔는데, 논란의 중심에 선 조 후보자가 내달 청문회에 나와 얼마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을 지가 결국 여야 간 승패를 가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 일각에선 내달 3일까지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한 이번 합의 결과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한데 이인영 원내대표는 법사위 간사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기헌 간사와) 조율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최종 판단할 때 소통을 할 수 없어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고, 청문회 일정 합의 수용 여부는 27일 원내대표단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 전했는데 어렵사리 합의된 청문회 일정이 무산된다면 그 책임을 여당이 져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기에 과연 이번 결과가 번복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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