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공대위 “키코피해기업 공중분해 작업 즉각 중단하라”
유암코, 경영정상화 단계 일성하이스코 매각 방침에 ‘태도돌변’ 의심

유암코(UAMCO)가 키코 분쟁조정 대상 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의 울산공장을 매각한다는 소식에 은행권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유암코(UAMCO)가 키코 분쟁조정 대상 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의 울산공장을 매각하려한다는 소식에 은행권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유암코가 키코 분쟁조정 대상 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의 울산공장을 매각한다는 소식에 은행권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키코는 녹인(Knock-In; KI)옵션과 녹아웃(Knock-Out; KO)옵션을 결합(KIKO)해 만든 구조화파생상품으로 환율 안정 구간에서는 기업에 유리한 상품이지만 환율의 등락폭이 큰 시기에는 손실의 위험도가 커질 수 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부터 중소기업을 상대로 많이 팔렸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 중소기업을 파산지경에 이르게 해 일명 문제의 ‘키코 사태’를 야기했다.

5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은행들이 유암코를 앞세워 금감원 키코분쟁조정 4개 기업 중 하나인 일성하이스코(이하 일성)를 공중분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일성 울산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2009년 설립된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 유암코(UAMCO)는 부실채권의 인수 및 회수를 위한 회사의 설립 이나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 및 자금대여 업무를 하는 부실채권(NPL) 투자회사다. 시중은행이 출자해 설립된 유암코에는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주로 구성돼있다.

1984년에 시작된 일성하이스코는 열교한기, 플랜트 제조와 수출입 및 건설 등을 하는 제조업체다. 일성은 은행이 판매한 환헤지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2008년 환율급등으로 피해를 보게 돼 지난 4년 7개월 간 법정관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성하이스코에 따르면 기업회생은 자체적으로 6~7개월만에 거의 마무리됐으나 기업회생 절차상 투자자 역할이 필요해 유안코가 2016년도부터 해당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해당 문제제기는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키코 피해기업들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재조사가 착수돼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일성하이스코를 포함한 4개 피해 기업을 중심으로 재조사를 벌인 결과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키코 공대위는 “약 3개월 전 유암코는 인수 희망자들까지 이끌고 일성하이스코 울산 공장을 방문했다”며 “이는 사실상 일성하이스코 공장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성하이스코는 4년 7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이미 경영정상화에 들어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해외수주를 따낼 정도였으나 유암코가 돌연 기존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뒤집고 멀쩡한 회사의 손발을 자르겠다고 나섰다는 것이 공대위의 설명이다.

키코 공대위는 분쟁조정 절차의 결과에 따라 키코 피해기업에 보상 책임을 지게 될 은행이 개입돼있을 거란 주장이다. 공대위는 “유암코의 입장이 돌변한 시점과 키코분쟁조정이 재이슈화되던 때가 상당히 일치한다”며 “은행들이 대리인인 유암코를 내세워 분쟁조정 대상을 한 개라도 줄이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암코 뒤에 숨어 피해기업들을 옥죄는 움직임이 또 포착될 시에는 은행들의 계략을 저지할 조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며 “해당 사실에 관해서는 이미 금감원, 금융위, 국회정무위원회, 청와대에 공문을 통해 알렸으니 키코피해기업 옥죄기를 즉각 중단하고 분쟁조정에 적극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조붕구 공대위 위원장은 “일성 하이스코는 매년 2억불 이상을 수출 하던 기업이고 현재도 수주 잔고가 1억불을 넘게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알짜 수출 기업의 공장을 매각하는 건 친일 매국 은행의 대국민 선전포고 행위”라면서도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일본의 경제공격이 본격화된 작금의 현실에서 글로벌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키코 피해 수출 기업들을 보호는 못할망정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한 기업의 공장을 팔아버리려는 은행의 작태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암코에 대해 조 위원장은 “지난 5월부터 금감원 분조위가 지연되더니 결국은 그때부터 일성 공장매각을 추진해왔고 두 달 전 갑자기 유암코가 일성에 유동성 지원을 끊는다는 압박을 해오더니 지난달 31일에는 키코 담당자를 짜르고 키코 업무가 유암코에서 파견된 인물에게로 넘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유암코가 경영권 보장을 5년간 하기로 한 조건에 따라 투자를 한 건데 월권을 하면서까지 멀쩡한 기업을 옥죄는 건 금융 독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니 투자계약 조항 같은 건 있으나 마나했던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일본 수출 규제 등 국제 불확실성 요인 증가와 관련해서도 조 위원장은 “지난 2일 하루사이에 환율이 1200원으로 껑충 뛰는 등 환율 널뛰기가 시작될 수 있다”며 “한국산 제품 공급에 불안감을 느낀 바이어들은 이탈할 것이고 과거의 단순한 외화 유동성 위기 문제를 크게 넘어선 국가 생존의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지금 바이어들을 잡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해야 하며 한국수출의 20%이상을 담당했던 키코 기업들을 살려내야 한다”며 “은행의 횡포와 기세에 눌려 10년 넘게 신음하고 있는 919개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키코 공대위는 시민단체들과 검찰개혁 최우선 과제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키코 사건 재수사 관련 요청문을 대검에 제출했다. 공대위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 공정한 키코 재수사와 함께 키코사건 재판거래와 관련한 사법농단에 대해서도 준엄하게 수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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