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조 투자에 70만명 직간접 고용효과 韓 경제에 ‘가뭄의 단비’
은둔 모드에서 경영행보 발판 마련 동시에 사회적 책임 우선
얻을 게 없는 정부, 경제 위기 한숨 돌려 재벌개혁 지켜봐야

180조원의 통큰 투자를 단행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돼다는 평가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180조원의 통큰 투자를 단행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돼다는 평가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삼성그룹이 내놓은 3년 간 180조 투자(국내 투자 130조) 4만명 채용 규모는 한국 경제에 ‘가뭄의 단비’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과 반면 180조를 청구서를 받은 정부가 친기업 행보로 재벌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180조 투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행보의 서막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이 ‘뉴 삼성’의 밑그림을 완성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통큰 투자’로 침체를 걷을 것으로 전망된 한국 경제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에 재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청와대는 삼성의 180조원 투자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 상황이 내리막길을 걷을 것이란 위기 속에 나온 투자라 표정관리 중이다. 이번 통큰 투자가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얻을 게 분명히 많아 보인다.

반면 정부로선 삼성의 ‘청구서’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벌개혁 동력 상실 우려를 떨치고 동력을 계속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로선 일자리 창출과 고용 투자에 숨통이 트였다는 점에서 한숨을 돌렸지만 얻을 게 별로 없다는 점에서 반길 수 없는 처지다.

◆이재용과 삼성, 사회적 책임?신뢰 회복 효과

삼성그룹이 이번 투자는 한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노다이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을 첫 만남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이 부회장이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이후 투자 임박설이 흘러 나왔다.

김동연 부총리와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두고 ‘투자 구걸’논란 보도가 나오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삼성그룹은 당초 예상을 깨고 180조라는 ‘통큰 투자’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화답했다.

재계서는 100조원 초반 많아야 15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투자는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회이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27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이 부회장은 “제 꿈은 삼성을 이어받아 열심히 경영해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제가 받아온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 뿐이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9일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7월 9일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삼성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에 휩쓸리며 창사 이래 총수가 첫 구속수감 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하다 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각종 행사에도 자취를 감추며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한 해외 출장 외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자숙모드’를 이어갔다.

이번 삼성의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계획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청년 고용과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70만명의 직간접 고용 유발과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약 25조 원을 투자하는 등 △경제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삼성의 혁신역량과 노하우를 사회에 개방·공유 △오랫동안 지속돼 성과가 입증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상생협력을 확대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8000명 직접고용과 10년 간 삼성과 이 부회장을 괴롭혔던 반도체 백혈병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는 결단을 내린데 이어 180조원의 투자계획 발표 등 이 부회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180조 청구서에 재벌개혁 후퇴하나

삼성에게 얻을 게 많은 반면 문재인 정부로선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데 한숨을 돌린 것 외에는 별 소득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투자고용계획이 발표된 이후 다음날(9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최근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 김 부총리의 만남 직후 발표된 삼성의 투자계획이 삼성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규제완화나 바이오 제품의 가격인상 요구와 맞물리면서 그 진정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아직 대법원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총수사면’과 ‘통큰 거래’를 맞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는 정부가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는 것 역시 재벌개혁이 후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여당에선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일단 삼성의 통큰 투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견제도 이어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납품단가를 인상하는 등 협력사 지원 확대 역시 높이 평가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대기업 투자확대와 재벌개혁은 별개의 문제이고, 낡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를 근절해 상생경제를 만드는 것 역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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