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이후 체감경기 큰 폭 하락
반도체 투자 위축에 자동차 수출 부진

반도체 관련 투자가 위축되고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마저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반도체 관련 투자가 위축되고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마저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경기하강이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각각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종합해보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고, 이에 따른 투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관련 투자가 위축되고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마저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하반기에도 내수 반등이 쉽지 않은데다 대외 무역환경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가 살아날 호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본격적인 경기 하강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7월 업황BSI는 74로 전월대비 6p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업황BSI가 77로 반등에 성공해 6월까지 증가하다 3개월 만에 하락 반전해 3월(74)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하락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맞았던 2015년 6월(-7p) 이후 가장 컸다.

BSI는 전국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지나 13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한 결과다. 기업규모별로 대기업(-6p)·중소기업(-5p), 기업형태별로 수출기업(-3p)·내수기업(-7p) 모두 하락했다. BSI는 기업활동의 실적과 계획, 경기동향 등에 대한 기업가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 조사, 지수화해 전반적인 경기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고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다.

이날 발표를 볼 때 기업들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제조업의 다음 달 업황 전망BSI(73)도 지난달 전망대비 7p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내수부진에 따른 체감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인력난·인건비상승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았다.

비제조업의 7월 업황BSI는 76으로 전월대비 4p 하락하였으며, 다음달 업황전망BSI(74)도 지난달 전망대비 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한국은행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한국은행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6월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했음에도 기계류를 중심으로 투자가 줄면서 5월보다 5.9% 줄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넉 달 내리 줄어든 것은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1.9%) 및 토목(-11.0%)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년 분기대비 4.2% 감소, 전 분기대비 5.6%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 역시 주택, 사무실·점포 등 건축(-16.0%) 및 도로·교량, 철도·궤도 등 토목(-19.9%)에서 모두 줄어 전년 분기대비 1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발표한 8월 BSI 전망치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전망치는 89.2를 기록하며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갱신했고, 작년 2월 이후 BSI 전망치가 8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7월 실적은 89.7로 2015년 4월 실적 101.3을 기록한 이후 39개월간 100선 아래에 머물렀다. 여름철 휴가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 계절적 요인과 함께 내수침체 및 수출둔화 등 전반적인 경기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올해 들어 100선을 넘으며 기대감을 나타냈던 기업경기 전망과 실적이 최근 들어 급격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수출과 투자가 전망은 물론 실적까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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