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국방장관-기무사 충돌에 與野까지 대치…문 대통령, 직접 軍 교통정리 나서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 및 현안보고를 위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 및 현안보고를 위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달 초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처음 공개됐던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논란이 진실규명 차원을 넘어 정치권 논쟁으로 비화된 모양새다.

특히 해당 이슈를 놓고 국회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기무사령부 간 볼썽사나운 설전까지 벌어지면서 군내 이례적인 하극상 사태가 일어났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 여야에서도 이를 놓고 저마다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어 어떤 식으로 수습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계엄령 문건 작성 경위 진상규명이 ‘장관 보고’ 논란으로

기무사가 지난해 초 촛불집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광화문과 여의도에 전차와 장갑차를 투입해 시민들을 진압하고 국가정보원과 국회, 언론까지 통제하려는 계획을 작성했던 것으로 20일 세부 계획이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밝혀지면서 앞서 단순한 치안유지계획이었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하던 정치권을 한층 뜨겁게 달궜다.

당연하게도 여당인 민주당에선 계엄령 문건에 대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세부내용 브리핑 이후 내란음모와 다름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소속됐었던 자유한국당까지 싸잡아 공세수위를 높였고, 정의당은 아예 기무사 해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에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한 가운데, 23일 국방부와 법무부는 2014년 방산비리 수사 이후 4년 만에 다시 군·검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하기로 하고 각각 현역과 예비역 관계자들을 맡아 본격 수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상황이 급진전되는 가운데 사상 최대의 위기에 몰린 기무사에선 24일 국방개혁을 맡게 된 송영무 국방부장관을 겨냥 “송 장관이 7월 9일 부처 국장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해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펼쳤다.

특히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민병삼 대령은 이미 하루 전에 전역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래선지 작심한 듯 송 장관을 향해 거듭 “당시 간담회에는 송 장관 외 14명이 참석했고 각 실장들이 돌아가면서 보고하면 장관께서 지침을 주거나 말씀하시는 순서였다. 장관께선 여러 업무를 소관하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 있지만 기무사령부 관련 발언이어서 (저는) 명확히 기억한다”고 몰아붙였다.

이 같은 민 대령의 주장에 송 장관은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느냐.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위수령은 이미 지난 3월 검토하고 (폐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응수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이석구 기무사령관까지 “3월 16일 송 장관에게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며 “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그렇게 대면보고 했다”고 계속 몰아세웠다.

이는 미리 보고를 받고도 지난 4개월 동안 이 문서와 관련해 왜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인지 송 장관에게도 책임이 돌아올 수 있는 문제였는데, 송 장관은 당시 3월16일 있었던 계엄 문건 보고에 대해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 이것(문건)은 두꺼워서 다 볼 수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때 지방선거도 있고 남북대화도 있고 밝힐 수가 없어서 지나가면 확실한 수사를 시킬 예정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사령관은 5분이 아니라 20분 정도 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할 만큼 충분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는데, 민 대령까지 하루 뒤인 25일 당시 상부 보고를 위해 만든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 송 장관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해당 문건에서 송 장관은 거듭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 될 게 없다고 한다”며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고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宋-기무사, 진실은 누구?…같은 당내서도 반응 엇갈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지난 24일 열린 기무사 문건 국방위원회 보고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사안 본질 흐리는 공방을 그만두고 문건 진상을 밝히라"고 발언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지난 24일 열린 기무사 문건 국방위원회 보고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사안 본질 흐리는 공방을 그만두고 문건 진상을 밝히라"고 발언했다.

이렇듯 양측 간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면서 계엄령 문건 사태를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던 여당은 예상외의 전개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5일 원내대표회의에서 “현 국면을 송 장관과 기무사 사이의 진실게임인 것처럼 전개하면서 현 국방부장관 개혁의지를 좌초시키기 위해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양상”이라며 “장관을 말실수쟁이,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현재 보도에 대해 언론, 군 조직은 국민을 두고 제대로 된 이 문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당장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같은 날 김성태 원내대표가 비대위 회의에서 “국방부장관으로서 자신의 부하로부터 하극상을 당하는 대한민국 국군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송 장관을 압박했고, 바른미래당에서도 김관영 원내대표가 “정상적 임무수행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맞고 청와대도 송 장관 거취에 결단 내리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방위 소속인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26일 의원총회에서 “10명 실국장으로부터 송 장관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인을 받은 문서가 공개됐다. 자기가 거짓말했다는 것을 은폐하기 위한 조직적 시도를 했다는 것”이라며 “송 장관이 거짓말한 게 거의 확실하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하 의원은 국방부를 향해서도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부처가 되어 국가조작부가 돼 있다. 장관 거짓말을 은페하는 도우미 조직으로 변질됐다면 국방부 자체도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국방부는 결단해야 한다. 진실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든지, 송 장관 스스로 사퇴하고 거짓말에 동조한 사람 모두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민주평화당마저 25일 장병완 원내대표가 국회의원-최고위원 연석회의를 통해 “송 장관은 국민 앞에 군 수뇌부가 서로 책임 떠넘기는 부끄러운 모습을 연출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고 인사권자로서 문 대통령은 인사결단을 내려 군기를 엄정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해 국방부를 한층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다만 같은 당내에서도 지도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도 나왔는데, 한국당에선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이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무사령관이 직을 걸고 부당한 상사에 대든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상사에 잘 보이기 위해 그런 모양새”라며 “기무사령관은 부대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직 사령관 사진을 치울 때 알아봤다. 기무사령관부터 옷을 벗는 게 순서”라고 송 장관보다 기무사 쪽을 공격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평화당에서도 박지원 의원이 당 지도부와는 다른 견해를 피력했는데, 송 장관을 비판한 장 원내대표와 달리 박 의원은 26일 “기무사가 조직 보호차원에서 대통령의 강력한 수사 요구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완전하게 개혁,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도 송 장관이 중심을 잘 잡아야 된다. 여기서 물러나선 안 된다”고 도리어 여당 주장에 힘을 보탰다.

기무개혁역설한 문 대통령, 사실상 장관 판정승?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취임 후 처음 개최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취임 후 처음 개최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처럼 정치권까지 서로 사분오열되자 결국 청와대가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문 대통령은 26일 김의겸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합동수사단의 철저한 수사가 최우선적인 과제”라며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못을 박아 기무사 개혁의지를 분명하게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가닥을 잡아서 하나하나 풀어갈 필요가 있다”며 “송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덧붙여 송 장관 징계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긴장수위가 극도로 높아진 가운데 27일 청와대에서의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한 뒤 송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 브리핑에서 “국방개혁을 성공시키고 기무개혁도 성공시키는 데 제 소임을 다할 뿐 저는 장관 자리에 연연한다, 이런 것은 없다”며 “정치개입 금지, 민간사찰 금지, 특권의식 내려놓기 등 3가지를 주축으로 기무개혁을 실시토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앞서 문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중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불법적 일탈 행위”라며 “본연 임무에 충실해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기무사가 돼야 한다. 기무사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기무사 압박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했던 점을 의식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대통령이 송 장관 측 손을 들어준 셈인데, 이런 기류 변화를 감지했는지 이석구 기무사령관조차 하극상 논란이 일어난 지 수일이 지난 27일에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는 장관님 부하고 절대 하극상은 있을 수 없다.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부대로 장관님께 충성을 다하는 부대”라며 “기무사 개혁위원회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적극 동참해 개혁 잘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지난 25일 기무사의 계엄 문건 작성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열기로 여야가 이미 합의한 만큼 특수단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간 입장차에 따라 논란이 재발할 여지는 남아있어 송 장관과 기무사 중 어느 쪽이 최후 승기를 쥘 것인지 아직 확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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