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자구책 내놓는 업체들
정부 '일자리 창출' 역행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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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이영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올해 시간당 7530원 올려 전년대비 16.4% 상승시켰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활성화 시키고 경기도 회복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도 극심했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채용 등을 줄이고 중소기업들은 도산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의 첫발을 띈 올해 햄버거, 생필품, 마른 안주, 코카콜라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음식 및 생필품 등이 오르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무색해졌다.

♦ 업체 “인건비·임대료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

편의점 삼형제(CU·GS25·세븐일레븐)는 일제히 햄버거, 도시락, 샌드위치, 종이컵, 나무젓가락, 면봉, 냉동만두 등 식품 및 생필품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이들에 따르면 “제품을 제조하는 협력사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맘스터치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며 “인건비 부담 및 임대료 상승 등의 요인으로 가격 인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형마트 삼형제(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도 일제히 가격 인상을 하며 “제조업체들의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불가피하다”고 알렸다.

이어 한샘과 시몬스침대 등도 가구 가격을 인상하며 “목재 등 원자재 가격 부담에 따라 불가피하게 인상했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는 “최저임금이 올라 임금 등이 올랐지만 물가도 동반 상승해 무색하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 이와 같은 사안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닐텐데...”라며 토로했다.

♦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 내놓는 업체들…정부 ‘일자리 창출’ 역행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신세계그룹이 밝힌 ‘대기업 최초 주 35시간제 도입’은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사기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인건비를 줄이고 근로 강도를 상승시키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였다는 주장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올해 1월부터 대기업 최초로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오전 10시~오후 12시 영업하던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오후 11시까지 영업할 방침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158만4000원만 받으라고 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주지 않으려는 대표적 꼼수의 하나일 뿐이다”고 비판하며 조사 자료를 매체들에게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월 209시간 일을 했을 때 2018년 최저시급(7530원) 적용 시 157만3770원을 받게 된다. 만약 주 35시간으로 변동되면 월 소정 근로시간은 183시간으로 줄게 되고 이마트 근로자의 월 임금은 158만2000원으로 8230원 더 받게 된다.

만약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시대가 오면 월 209시간(임금 209만원)보다 26만원 낮은 183만원을 받게 된다. 이에 마트산업노동조합은 “롯데마트도 주 35시간 도입하면서 근로자들이 더 바빠져 연차휴무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일과 가정 양립은 말도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19년과 2020년 임금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등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근로자분들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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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애슐리는 손님이 직접 치우는 셀프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최저임금 여파로 셀프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메뉴가 확대되면서 인건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한 소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단면을 보면 너무 좋지만 결국 업체들의 기형적인 자구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쪽은 소비자들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한 달간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이 약 39만명 계약 만료 및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 1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이와 관련 학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내 식음료 매장에는 여러 대의 무인시스템에 도입됐다. 이들은 주문을 주 업무로 담당하고 있으며 외국인 통역 및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편의점 업체들도 곳곳에 인력이 필요 없는 무인편의점을 설치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이어 셀프주유소도 지난 2011년 4.9% 증가율에서 2016년 18.9%로 약 4배가량 상승했다.

♦ ‘봉(鳳)’된 가맹점주·소비자들

한 가맹점주는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해 가맹본부에 가격 인상을 꾸준히 요청했고 드디어 시행됐다”며 “하지만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영향이 제한적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밝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정부의 통계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외식 물가는 전년대비 2.8% 증가해 약 2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런 형태가 지속되자 서민들의 지갑을 열어 경제 활성화를 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한 소비자는 “배달 가격이 오르니 배달음식을 월 3회 정도에서 1회로 줄일 생각이다”며 “의류, 화장품 등의 돈도 아끼고 외식 횟수도 줄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2p로 전월대비 1.7p 낮아지면서 연속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6개 주요지수(현재 생활형편·생활형편 전망, 현재 경기판단·경기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자지출 전망)를 토대로 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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