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차 맞은 KT, 1등과 불통의 갈림길

▲ KT 황창규 사장이 취임 3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성과 극대화에 나섰지만 내외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임기 마지막해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통신공룡 KT 황창규 사장이 취임 3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성과 극대화에 나섰지만 내외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임기 마지막해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황창규 회장은 임직원에게 신년 메시지를 보내고 올해 높은 목표에 도전해 진정한 ‘1등 KT’로 도약하자고 당부했다.
 
황창규 회장의 ‘1등 KT’는 올해 KT의 비전을 집약하는 단어로 설명된다. 그는 2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의 경영성과로 직원들이 1등 DNA를 갖게 된 점을 꼽고 올해 본격적인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봤다.
 
황창규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 그룹은 인터넷·IPTV·유선전화·기업통신·IDC·클라우드 등에서 모두 1등이고 빅데이터나 스마트에너지 등에서도 1등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고객인식에서도 1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것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 황창규 회장은 고객인식에서도 1등으로 기억되고 새 사업 및 새 시장에서 성과를 창출하면서 완벽하게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의 마부정제(馬不停蹄)라는 사자성어를 인용, 자발적 혁신의지를 더한다면 글로벌 1등이라는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일정 부분 성과
이처럼 황창규 회장이 임기 마지막해를 맞아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 및 성과 창출에 나선 것은 지난해 비대해져가던 KT가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등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으면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내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KT는 경영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 수익성 개선 등을 이유로 자회사 KT미디어허브를 흡수합병하고 KTIS의 알뜰폰 사업을 분사시켜 엠모바일에 이관했다. KT렌탈은 1조원에 롯데로 넘어갔고 KT캐피탈은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가 가져가면서 비통신 계열사도 정리됐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4월 KT는 15년 이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무려 8000여명이라는 초대형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논란도 일부 제기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막대한 인건비가 절감되면서 단기적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었음에도 향후 수익성 전망이 한층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이동통신시장에서도 십 년 이상 고착화돼있던 SK텔레콤의 50%선이 무너지는 와중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통신업계 라이벌인 SK텔레콤이 인터넷 전문은행 선정전에서 고배를 마신 반면 KT는 컨소시엄을 주도하며 축배를 들었다.
 
2014년 초대형 사기 대출 사건에 휘말렸던 KT ENS 때문에 AAA ‘부정적’으로 내려갔던 신용도 역시 지난해 AAA ‘안정적’으로 회복됐다. 방만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던 KT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여러모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해결 과제도 산적…인사 놓고 벌써 뒷말
 
▲ 올해 황창규 회장이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 발휘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도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뉴시스
다만 올해 황창규 회장이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 발휘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도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임기 마지막해나 다름없는 황창규 회장의 일방행보에 대한 불만이 조직 내외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점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황창규 회장은 최근 실시된 정기 임원 인사를 두고 구설수에 올라 있다. 당초 내년 정기주주총회까지로 예정돼 있는 임기를 고려하면 안정적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이번 정기 인사에서 황창규 회장의 측근들이 전면으로 급부상하는 등 변동폭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지난달 4일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매스총괄과 경영기획·지원부서를 담당하는 경영지원총괄 부서를 신설하고 대대적인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두 부서의 수장에는 황창규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헌문 사장과 구현모 부사장이 선임됐다. 임헌문 사장은 이석채 회장 시절 KT를 떠났으나 황창규 회장이 직접 KT로 데려온 인물이고 구현모 부사장은 2년 동안 황창규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또한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윤리경영센터는 비서실 소속으로 편입됐고 비서실장에는 K뱅크 추진 TF장인 김인회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황창규 회장의 오른팔로 여겨지는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과 매출 성장이 확고한 이니텍 김의찬 대표 역시 유임됐다.
 
자회사를 포함한 그룹 홍보 총괄 기능이 홍보실로 편입되면서 삼성 출신인 황창규 회장과 연이 있는 윤종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홍보실을 이끌게 됐다. 이처럼 대체적으로 예상을 깨고 측근들을 대대적으로 주요 보직에 앉히면서 친정체제 구축을 통한 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끊이지 않는 불통 지적도
직원들 사이에서 불통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게 제기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KT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거부자에 대한 발령 또는 따돌림 등에 관한 의혹으로 고초를 겪은 바 있다. 또한 법원이 KT 노조원들이 KT노조 및 위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면서 불통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직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떠넘겼다는 논란이나 사내방송을 강제적으로 시청케 하고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는 논란 등도 직원들의 불만을 샀던 요인이 된 바 있다.
 
마지막해 ‘막판 스퍼트’를 위해 또 한 차례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KT스카이라이프가 최근 복리후생비를 10~50%까지 삭감하는 등 최근 계열사 임직원들의 상여금이 대폭 줄어들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KT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KT가 희망퇴직 카드를 또 꺼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만큼 직원들의 불안감과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부터 불통과 마이웨이에 대한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삼성과 현저히 다른 KT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단독 행보를 지속해 내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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