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주요 10대 경제 뉴스를 선정했다. ⓒ뉴시스

올해는 전반적으로 대내외 여건이 급변함에 따라 스마트폰, 조선업 등 제조업체들이 시련을 겪은 한 해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했고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은 대체적으로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3분기 4조원대로 급락했고 현대중공업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첫 글로벌 800만대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현대차는 정작 ‘홈그라운드’인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들이 약진함에 따라 악전고투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전 부지 고가 인수 논란으로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경기 침체 및 가계 부채 폭증, 전세난, 증세 논란 등으로 서민들은 올 한해도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고, ‘호갱’을 없애겠다며 야심차게 시행된 단통법은 그 본연의 목적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연말에 터진 ‘땅콩 회항’ 사건은 재벌가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뒤흔들어 막대한 파급효과를 낳았고, 카드사 정보유출과 잇따라 터진 초대형 사기대출은 금융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았다.

다가오는 2015년, 을미년을 앞두고 저물어 가는 갑오년, 2014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주요 경제 뉴스 중 10여개를 순위와 상관 없이 선정해 되돌아 봤다.

◆모뉴엘·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금융권 ‘아수라장’
올해 초 KT의 자회사 KT ENS의 임직원이 무려 2조원에 가까운 사기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막 출범한 황창규호 KT가 시작부터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임직원 등이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6년여 동안 각종 서류를 위조해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과 13개 저축은행 등 16곳으로부터 463회에 걸쳐 모두 1조8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범행을 주도한 김 모 부장은 29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가로채 은행권이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KT ENS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전업체 모뉴엘의 사기 대출 사건도 큰 파문을 낳았다. 모뉴엘은 3조원대의 허위·가공 매출 실적 서류를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7천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대출을 받았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금융권이 대출 심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고, 보증을 서준 무역보험공사의 임직원들과 모뉴엘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수사가 현재 진행중이다. 이 사건으로 모뉴엘은 결국 파산이 선고됐고 수천억원의 대출금을 떼이게 된 은행들 역시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금융권은 부실 심사 관행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금융 당국 역시 관리 감독 책임 소홀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삼성-한화 4조원대 ‘빅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규모의 대기업간 M&A로 기록된 지난 11월 삼성그룹과 한화그룹과의 ‘빅딜’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한꺼번에 다른 그룹에 넘기는 소위 ‘패키지 딜’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그룹은 전자·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 역량을 쏟기 위해 방산·정유 등의 계열사를 정리하는 효과를 거뒀고 몸집을 불린 한화그룹은 재계 9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이 ‘빅딜’을 두고 집행유예 이후 사회봉사명령을 수행하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한편 이 딜에 포함된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정유화학, 삼성탈레스 등의 직원들은 ‘삼성맨’ 타이틀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게 되자 노조를 결성하고 집회를 여는 등 매각 반대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 올해는 저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역대 최악의 전세난으로 불리고 있다. ⓒ뉴시스

◆‘역대급’ 전세난에 서민들 울상
올해의 전세난은 가히 역대급이라 불릴만 하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집 주인들이 전세금 투자로 얻는 이익이 줄어들자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이어져 전세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전세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월세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전세가격을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아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아파트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곳도 속출하는 등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 물량이 줄고 집 주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1.6%를 기록, 3년 새 10%가까이 오르는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주택구입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전세가격이 상승하자 전세를 얻기 위해 받은 신규전세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월 평균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10월 30일(목) 저소득층 월세자금 지원과 임대주택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서민 주거비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했으나, 주거비 완화를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크게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 않은 만큼 내년에도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 시행에 전국 ‘들썩’

지난 10월 1일자로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은 정부가 유통구조를 개선해 불법 보조금을 뿌리뽑고 소비자들이 차별 없는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정부는 통신사나 제조사의 장려금을 규제해 보조금의 상한선을 정하고 통신사의 보조금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으나 단통법이 시행되자 휴대전화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국민들은 전 국민이 ‘호갱’이 되는 법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법 시행 일주일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반토막 나는 등 시장이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폐업하는 대리점들이 속출하고 판매량이 감소한 제조사들도 실적 부진을 겪는 등 큰 후유증을 겪었으나 이동통신사들의 수익 구조는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회는 단통법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분리공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잇따라 제출했으나 현재까지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인수, ‘통 큰 베팅’인가 ‘무리수’인가
지난 9월 18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 전력 부지 매입 입찰에서 현대차그룹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 컨소시엄이 삼성그룹 등을 제치고 승리했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하지만 감정가가 3조원대였던 한전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베팅한 금액은 무려 3배에 육박하는 10조 5500억원. 현대차그룹은 통합 사옥 등을 짓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지였고 현금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매입 금액이 발표되자 고가 인수 논란이 일었고 정몽구 회장이 배임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주주들 사이에서도 반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집중적으로 현대차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 시가총액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전 부지 매입 발표 이후 현대차의 시총은 30% 이상 떨어졌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16%정도 감소하는 등 그룹 전체의 시총이 추락해 한 때 재계 2위 자리를 SK그룹에 턱밑까지 추격당하는 ‘굴욕인 듯 굴욕아닌’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대차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통해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까지도 고가 인수의 여파는 불씨로 남아 있다.

◆‘어닝쇼크’ 삼성전자, 스마트폰 순익 급락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사업 분야이자 대한민국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스마트폰 사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돼 향후 전망이 어둡게 됐다. 영업이익의 70%를 스마트폰으로 거둬들이던 삼성전자는 3분기 5조원대의 영업이익 전망치에 한참 못미치는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발표해 시장에 ‘어닝쇼크’를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조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라 스마트폰 시장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더 큰 문제는 발표를 앞두고 있는 4분기 실적 비롯, 내년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데에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무서운 약진으로 저가 제품군 시장이 공략당하고 있고, 프리미엄 제품군 시장은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이같은 우려는 3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에서도 나타났다. 3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8%p나 급락해 24.4%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3~5위를 싹쓸이하며 향후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슈퍼 달러’와 엔저에 한숨 내쉬는 제조업
올해 원달러 환율은 급락과 급등을 반복했고 일본 엔저는 약세를 지속했다.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에 시장을 빼앗기고 채산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다. 3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20원대로 우리의 수출 주종목인 자동차 부문 실적 악화에 원인이 됐다. 특히 수출이 많은 현대차는 2010년 4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영업이익과 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원달러 환율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저는 현재도 우리나라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내세우는 양적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엔저는 올 한해 우리 제조업체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여기에 최근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아베노믹스가 재신임받은만큼 내년에도 엔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 부품소재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여온 터라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체제 구축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뉴시스

◆이건희 회장 와병에 ‘이재용 시대’ 급물살
지난 4월 마하경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 달만인 지난 5월 10일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연말인 현재까지도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심폐소생술과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에 현재까지도 입원중이다. 최근까지 뇌와 장기 손상 등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은 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와병은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그룹 전체의 위기론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이 회장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던 것. 여기에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전반적으로 실적 둔화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경영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재용 시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속도로 추진되기 시작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슬림화에 맞춘 조직개편을 비롯해 비효율성 사업 정리 차원으로 석유화학·방위 사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등 또 다른 성장전략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경영권 승계와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한 달여간 잇따라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업계에서 난무하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카드사 정보유출…국민들 집단 ‘멘붕’
연초 불거진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은 금융권 최대의 사건라고 불릴 만하다. KB국민·롯데·NH농협 등 대형 카드 3사에서 무려 1억400만건의 개인정보가 대출모집업체에 유출된 이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연초부터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시 검찰과 카드사 측은 2차 피해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국정조사 등을 통해 유출된 개인정보 대부분이 시중에 추가 유출됐던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솜방망이 처벌과 안일한 대처가 정보유출 사고 재발의 주범이라는 비판에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벌였고 해당 카드 3사의 최고경영자가 모두 옷을 벗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카드 3사에는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고,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카드 정보유출자들은 이후 지난 10월 최종 형이 확정됐다. 또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 법 개정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정보유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법정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땅콩 회항’, 재벌가 전체를 흔들다
지난 5일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을 매뉴얼대로 서비스하지 않았다며 사무장을 내리게 하고 탑승교를 떠난 항공기를 돌려세우는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이 보도돼 전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부적절한 사과 및 이해할 수 없는 대처, 국토부의 ‘칼(KAL)피아’ 및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고 여기에 조양호 회장 일가의 과거 무분별한 행적까지 재조명되며 재벌가 집안에 대한 시선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 등 대부분의 보직을 내려놓았고 한진그룹의 후계구도마저 안개 속에 빠지게 됐다. 국제 유가 급락이라는 드문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주가는 유가 하락의 효과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비난 여론에 따라 국제교통부는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인천-뉴욕 노선의 운항정지까지도 검토하는 중이다. 여기에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반감이 급속도로 확산돼 복역중인 재벌 총수들의 사면 논의 자체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30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으로써 사상 처음으로 재벌가 딸이 구속되는 사례의 주인공으로 남게 됐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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