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시민단체 등 소비자들 불매운동 움직임 거세

▲ 김만식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이 직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뉴시스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의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직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만행에 제대로 ‘뿔 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불사하겠다”는 의사표현으로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가 과거 피죤 청부 폭행 사건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 ‘나쁜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피죤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몽고식품 사태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극도로 치닫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몽고식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런 반응은 온라인뿐만이 아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내년 1월1일부터 인권, 노동, 소비자 등 단체들과 연대해 몽고식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엄포를 놨다. 이 단체는 김 전 회장을 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도 다음 주 중 몽고식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부는 폭행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 등 전반적인 부분을 확인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의 만행이 알려진 건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A(43)씨가 지난 22일 “올 9월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0월 중순 자기 부인 부탁으로 회사에 가있는 A씨에게 “왜 거기에 있느냐”고 호통을 친 뒤 자택으로 돌아온 A씨의 낭심을 구둣발로 걷어찼다. 이로 인해 A씨는 병원 진료를 받았고, 아랫배 통증으로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야 했다.
 
김 전 회장은 이전에도 A씨에게 수시로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휴대전화로 녹음해 공개한 파일에는 ‘XX놈’ ‘X자식’ ‘XXX 없는 XX’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담겨 있다. A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모든 것을 참고 견뎌냈으나 결국 15일 권고사직 당했다.
 
◆소비자들 분노…불매운동 움직임 거세
 
논란이 불거지자 몽고식품은 이튿날인 24일 홈페이지에 “피해 당사자분에게는 반드시 직접 사과를 드리겠다. 이와 함께 사태를 책임지고 명예회장직에서도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오히려 비난은 더 거세졌다. 사과문을 올린 당사자가 김 전 회장이 아니라 장남인 김현승 대표이사였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28일에서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김 대표도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몽고식품을 사랑해준 국민께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렸다.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지난달 30일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 대상’의 산업부문 식품산업 대상을 차지했고, 사훈이 ‘사원을 가족처럼’이라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이중적인 행태’를 지적받고 있다.
 
▲ 논란이 불거지자 몽고식품은 이튿날인 24일 홈페이지에 “피해 당사자분에게는 반드시 직접 사과를 드리겠다. 이와 함께 사태를 책임지고 명예회장직에서도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몽고식품 홈페이지

◆매출하락 불가피…피죤 사태 재현되나
 
창업주 고 김홍구 회장이 지난 1905년 설립한 몽고식품은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간장·고추장·된장 등을 주력으로 제조·판매해 지난해 매출 447억원·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점유율은 20~30% 정도로 2~3위권이다. 다만 호텔·일식집·식당 등 업소 시장에서는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몽고식품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지난 201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윤재 전 피죤 회장의 청부 폭행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유통업계 ‘오너리스크’ 사건으로 꼽히는 피죤 청부 폭행 사건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두 사건 모두 오너의 직원 경시 풍조와 독단적 경영 행태를 지적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8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죤 본사 집무실에서 조직폭력배에게 3억원을 주고 전문경영인인 이은욱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두 사람은 인사와 정리해고 문제 등으로 이견을 보여 갈등을 빚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사장 등에게 겁을 주든지, 괴롭히든지 해 (해고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해결하라”며 청부 폭력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사장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폭력조직원들에게 도피자금 명목으로 현금 1억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당시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피죤은 국내 주요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게재했지만, 이를 두고 ‘기사 막기용 광고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최근 몽고식품의 대국민 사과와 마찬가지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은 것이다.
 
◆피죤 사태 후 시장 점유율 ‘뚝’
 
피죤은 2009년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 48.3%를 기록하는 등 사태가 일기 전까지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사태로 ‘나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점유율은 추락했다. 사건 다음 해인 2012년 점유율은 23.5%로 뚝 떨어진 뒤, 2013년 23.7%, 2014년 22.6%, 올해 8월 기준 24.7%로 2~3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 전 회장은 청부 폭행죄로 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당시 “경영 후선으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8개월 만에 가석방된 이후 얼굴을 고치고 회사 경영에 개입해 논란을 빚었다.
 
또 이 전 회장은 1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국외 법인 투자 등으로 사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1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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