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확립, 사업구조 재편 및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굵직한 이슈 많아

▲ 삼성그룹은 올 한 해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처리하며 많은 부문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뉴시스
올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있는 가운데 구 현대그룹의 분리 이후 재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삼성그룹에게 2015년은 여러모로 ‘역대급’이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 한 해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처리하며 많은 부문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후계자로 꼽히던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한 해 내내 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구조 재편을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
 
또한 수 년 간 협상을 지속해오던 반도체 직업병 피해 보상도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여러모로 미래의 삼성그룹이 2015년을 되돌아 볼 때 전환기로 기억할 만한 일들이 유독 많았던 한 해라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 확립
올 한 해 삼성그룹의 최대 이슈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확립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잇따라 상장시킨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으로 승계 실탄 확보를, 제일모직 상장으로 지배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어 지난 5월 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과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나왔다. 삼성전자 지분이 미미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을 합병시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일부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광고가 지상파 및 신문사에 일제히 걸리는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뜨거운 논란 속에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은 주주총회를 통과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2차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대중 앞에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삼성을 대표하는 인물이 이건희 회장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활발한 사업구조 재편, 한 해 내내 들썩
 
▲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보상이 사실상 마무리에 접어든 것도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사업구조 재편 역시 올 한 해 삼성그룹을 뒤흔들었던 주요 이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과감하게 비주력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대형 딜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이재용 시대를 알렸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은 한화와의 2조원대 빅딜로 방산·화학 분야의 4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위로금 협상 이슈 등이 발목을 잡았지만 올해 결국 딜을 완료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매각은 IMF 이후 처음이었다.
 
10월 삼성그룹은 화학사업을 아예 접기로 하고 롯데그룹에 케미칼 분야를 매각키로 결정, 또 한 차례 눈길을 끌었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를 떼내 롯데케미칼에 2조원 이상으로 매각키로 했고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도 대상이 됐다. 총 금액은 3조원 가량에 육박한다.
 
이로써 지난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넘겼던 삼성은 아예 화학사업에서 발을 떼게 됐다. 금융과 전자에 집중키로 한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다.
 
활발한 인수전도 과거의 삼성과 다른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연초 미국의 발광다이오드(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인수로 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강화했다. 삼성SDI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사업을 인수했고 삼성벤처투자는 이스라엘의 의료용 센서 벤처기업인 얼리센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2월경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한 것은 가장 큰 소득으로 평가받는다. 마그네틱 보안 방식 결제 특허를 갖고 있던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는 꺼져가던 갤럭시 시리즈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에 성공했다. 루프페이 인수 덕에 간편 결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범용성과 편리성을 널리 인정받게 됐다.
 
◆직업병 보상 마무리 수순도 성과
수 년 간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보상이 사실상 마무리에 접어든 것도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다.
 
삼성전자는 그간 조정위원회를 통해 반올림과 가족위와의 협상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조정권고안이 지나치게 반올림 측의 입장에 치우치게 나왔다고 판단한 삼성전자는 과감하게 독자 보상 방침을 밝혔다.
 
지난 11일 삼성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보상금 지급 절차가 공시된 9월 이후 총 70명에게 보상금이 지급됐다. 단독 보상에 반발하던 반올림을 통해 신청한 피해자들도 20명 가까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연말 보상금 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최근 들어 보상금을 신청하는 피해자 가족들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과 일부 시민단체 및 피해자 가족들이 여전히 단독 보상절차를 거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상했던 수준보다 더 많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됨으로써 사실상 수 년 간 삼성전자를 괴롭혔던 보상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신성장 동력 찾기도 활발
또한 올 한 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로는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사업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인수한 삼성메디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흡수합병 가능성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독자 운영키로 결정한 바 있다. 세계 의료기기 3대 메이저인 GE·필립스·지멘스도 M&A를 통해 커왔듯이 신규 진입자인 삼성이 앞으로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9일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새로 만들었다. 초기에는 이미 노하우가 쌓여 있고 비교적 진출이 용이한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개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전업계 라이벌인 LG전자가 이미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에 진출한 바 있어 이 분야에서도 또 한 번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은 삼성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웨어러블 기기 및 사물인터넷 분야로의 영향력 확대도 꾀하고 있다. 조직개편에서 모바일 인헨싱 팀을 만들고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점유율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2017년까지 모든 TV를 연결하고 2020년까지 모든 제품을 연결하겠다는 사물인터넷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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