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자본시장경제 근간 뒤흔들어”

▲ 3조원이 넘는 금액의 대출 사기와 금품 로비 등의 혐의로 금융권을 ‘패닉’에 몰아 넣었던 모뉴엘 박홍석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모뉴엘
3조원이 넘는 금액의 대출 사기와 금품 로비 등의 혐의로 금융권을 ‘패닉’에 몰아 넣었던 모뉴엘 박홍석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박홍석 대표에 대해 징역 23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362억여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결심공판에서 박홍석 대표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선고는 매출 1조원 클럽이라는 신화를 쌓았던 중소가전업체 모뉴엘이 지난해 10월 20일 갑작스러운 법정관리를 신청해 금융권을 혼란 속으로 몰아 넣은 지 1년여 만에 내려졌다.
 
이날 재판부는 “허위 수출 계약서를 작성해 거래가 없는 컴퓨터를 수출한 것처럼 꾸며 보증을 받고 막대한 금액을 대출했다”면서 사기 대출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10곳이 피해를 입었고 상환하지 못한 금액이 5천억여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모뉴엘에 수출 보증을 제공한 무역보험공사에 상당한 피해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모뉴엘 사태로 금융권의 부실 대출 심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시중은행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던 점을 꾸짖은 셈이다.
 
재판부는 “박홍석 대표 등은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계획적으로 대규모 외환거래를 반복하는 등의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극히 나쁘다”면서 “박홍석 대표가 범행의 주모자이자 최종 책임자”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을 자수하고 반성하는 점, 회사 임직원 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검찰 수사에 자진해서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박홍석 대표는 자금 마련을 위해 저가의 홈시어터 컴퓨터(HTPC)를 고가로 부풀려 홍콩 등의 해외로 수출했고, 이를 통해 발생된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팔아 총 3조4000억원 대의 사기 대출을 발생시킨 혐의를 받아 왔다. 상당수는 상환됐지만 아직도 55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미상환으로 남아 있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박홍석 대표는 수출대금 채권의 상환 기일이 오면 또 다른 허위 수출을 일으켜 대출받고 해외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출대금을 결제케 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선하증권을 동원해 실제 물품을 제조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도 동원됐다.
 
이 과정은 법정관리가 이뤄지기 전까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제주에 신사옥까지 건립하며 승승장구하던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내부 직원들조차 큰 충격을 받았다. 법정관리 신청 직후 잠시 잠적했던 박홍석 대표는 곧 제주 신사옥에 나타나 직원들에게 눈물로 사과했지만 법정관리 신청 10여일 만에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9일 모뉴엘에 대한 파산 선고 결정이 내려져 청산 절차가 개시됐고 시중 은행들은 3000억원에 가까운 신용대출 금액을 떼이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무역보험공사는 시중은행들에게 보험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통보해 은행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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