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경영진갈등’, ‘가공매출’ 등 다양한 의혹 쏟아져

▲ 22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 ⓒ뉴시스

소형 가전업계에서 혁신업체로 주목받아온 중견기업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의 여신규모는 1금융권 5900억원, 2금융권 200억원 등 총 6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여신 규모는 기업은행이 1500억원 가량으로 가장 크고, 산업은행이 1165억원, 외환은행이 1100억원 가량 등이다. 대출채권의 대부분은 수출대금을 조기에 융통하기 위해 매입한 수출환어음 때문이다.

농협은 해당 채권을 부도처리했고,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도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로 처리했다.

모뉴엘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소식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모뉴엘은 지난해 매출이 1조 2700억원, 영업이익이 1천 100억원에 달했고 현금 738억원과 매출채권 934억원 등 유동자산만 3591억원에 달해 재무여건이 튼실한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또한 매출도 7년만에 50배 가까이 성장,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해 성공 신화로 칭송받기도 했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지 불과 10개월 만이고 지난달까지만 해도 홈쇼핑에서 마케팅을 벌이고 있었다.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잘만테크는 컴퓨터 냉각장치 부문 세계 1위를 달리는 PC 하드웨어 전문 기업이다. 지난 2011년 모뉴엘에 인수된 잘만테크는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47.8% 증가한 53억5913만원을, 매출액 역시 전년대비 23.5% 증가한 1327억5191만원을 기록했다. 이날 잘만테크 주가는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모뉴엘의 이번 법정관리 신청의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먼저 수출 비중이 높았던 모뉴엘의 사업 특성상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것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모뉴엘 매출의 80% 이상은 수출이 차지한다.

또 지난 2011년 인수한 자회사 잘만테크에 대한 무리한 지원 탓이라는 분석과 함께, 서류를 조작해 수출 규모를 부풀려 가공매출을 일으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금 흐름이 없는 가운데 매출이 늘어난 것은 해외 법인과 가공 매출을 통해 매출을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선적서류 조작 등의 방법으로 가공매출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이번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사태의 이유로 경영진간 불화와 분식회계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창업주인 원덕연 전 부사장과 2007년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 박홍석 현 대표와의 관계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원 전 부사장은 최근 퇴사했고 박 대표 역시 법정관리 신청 이후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져 도피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한편 모뉴엘은 총 500억원의 투자를 통해 본사를 제주도 첨단산업단지로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법정관리로 제주 이전 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은 모뉴엘의 매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압류를 금지하는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후 법정관리 개시 여부는 2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뉴엘은 국내에서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와 홈시어터 PC 등으로 급성장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2007년 CES(세계가전전시회)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만한 회사로 지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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