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과 전략적 제휴 강화 관측도

▲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을 전부 매각함에 따라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 3년 간 이어온 불편한 동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넥슨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보유하고 있던 지분 15.08%(330만6897주)를 처분하면서 실질적으로 엔씨소프트 경영에서 손을 뗐다.
 
넥슨은 이번 매각 건에 대해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지 3년이 되었으나, 시너지가 창출되지 않았다. 넥슨은 현재 자산 효율성을 확보해 주주 가치를 보장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으며, 이 일환으로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매각 이후에도 엔씨소프트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게임업계 양대 산맥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협업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김택진 대표 체제 공고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넥슨으로부터 자사 지분 44만주를 사들였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공시를 통해 “당사의 대표이사인 김택진 사장이 최대주주인 넥슨 및 특수관계인이 진행한 블록딜에 삼성증권을 통해 44만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44만주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매입했다. 한 주당 가격은 18만3000원에 책정, 주식 구매금액은 6051억원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강화해, 기업가치 향상에 전념하기 위해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은 이전에 비해 좀 더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택진 대표의 지분과 특수관계인 등, 넷마블 등 김택진 대표에 우호적인 지분은 약 19%다. 게다가 10.31%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도 올해 초 주총에서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권 논쟁 이후 적대 관계에 있던 넥슨이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사실상 적이 없어지는 셈이다.
 
◆협력 목적 달성 못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불편한 동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김정주 NXC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하락세로 접어든 시가총액이 4조원까지 떨어진 미국 대형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를 목표로 손을 맞잡았다. 김택진 대표는 자사 지분 14.88%를 8056억원에 넥슨에 넘겼다. 이에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가 됐고 김택진 대표는 3대 주주로 내려왔다.
 
그러나 EA가 실적을 회복해 인수에 실패하고 같이 협력했던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양사의 협력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N스퀘어라는 조직을 통해 양측의 개발자들을 투입, ‘마비노기2’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기업 문화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마찰을 겪다 N스퀘어는 지난해 상반기에 문을 닫고 마비노기2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갔다.
 
협력 초기엔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으나 넥슨은 올해 초 엔씨소프트 지분 0.38%를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늘려 경영권 다툼의 씨앗이 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에 손을 대려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에 넥슨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15.08%를 보유해 기업결합심사 요건인 15%를 넘겼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공식화 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고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넥슨 관계자는 지난 1월 “넥슨은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고 엔씨소프트와 다양한 협업 기회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단순 투자자로서 역할이 제한된 기존의 협력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경영 참여에 뜻을 내비쳤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줄곧 넥슨의 경영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침해에 적극적 방어자세를 취하자 넥슨은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자사 추천 이사의 엔씨소프트 이사회 진입, 실질주주 명부의 열람 및 등사 요청을 했다. 시장이 온라인 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외부 기업과의 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도 요구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넷마블과 지분스왑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맺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넷마블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엔씨소프트가 넷마블 지분 9.8%를, 넷마블이 엔씨소프트 지분 8.9%를 상호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최대주주는 넥슨이지만 자사주를 넷마블과의 제휴를 통해 우호지분으로 만들게 되면서 김택진 대표의 의결권이 강화됐다.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자, 넥슨은 당시 “최대주주인 넥슨과 상의 없이 자사주를 매각하고 대규모 지분 투자를 해 유감스럽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넥슨도 더 이상 엔씨소프트에 별다른 요청은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주총에서도 주요 주주로 참여했지만 넥슨은 별다른 발언은 없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매각 건으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김택진 대표 체제로 공고화되고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지분스왑 등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어왔던 넷마블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 시사포커스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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