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내용 담긴 문자 돌아 뒤숭숭…임단협 쟁점 가능성↑

▲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조만간 실시할 것으로 예측되는 희망퇴직과 관련한 내용이 돌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부실 여파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조만간 실시할 것으로 예측되는 희망퇴직과 관련한 내용이 돌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삼성중공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망퇴직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문자를 통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자에는 우선적으로 차장급과 부장급이 대상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는 ‘저상과자’, ‘조직에 방해되는 사람’, ‘3년간 하위 고과 2회’, ‘병가’ 등이 거론됐다. 승격 누락 3회 역시 기준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시기에 따른 위로금 규모와 일정 등도 담겨 있다. 오는 11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에게는 54세 기준으로 2억원을 지급하고, 2차로 내달 10일까지 신청하는 근로자에게는 2억원의 80%인 1억6000만원, 3차로 11월 초까지 신청하는 근로자에게는 1억20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각 팀당 5~6명이 할당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측은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수치가 명시된 문자가 돌면서 희망퇴직에 반발하고 있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찍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반발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되면 창사 이래 처음인 만큼 그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원 감축과 관련해 최근 퇴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임원들에 대한 정보와 관련된 얘기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말까지 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9명의 임원이 상담을 통해 퇴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의 임원은 상근 기준으로 총 81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태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또 다른 문자에는 이 9명의 명단이 공개돼 있다. 하지만 이 문자에는 동시에 7명을 상무나 전무 등의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7명은 계약직으로 재계약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적자 수주의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임원 9명을 자르고 7명을 승진시키는 것이 무슨 뼈를 깎는 고통분담이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밖에 이 문자에는 원가절감 방안으로 시간선택제 채택이나 향후 계약직 미채용, 정보화 강의 폐지나 부산대·카이스트의 MBA 중단, 사내택시·택배 중단, 연차휴가 100% 소진 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이에 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최악’ 치닫는 노사, 노동자 반발↑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방안이 나오면서 희망퇴직의 가능성은 꾸준히 언급돼 왔다. 연초 현대중공업이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줄인 것을 참고삼아 삼성중공업 역시 이 정도의 규모로 인원을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최근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은 “희망퇴직을 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 “상황을 봐가면서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삼성중공업은 12년 만의 그룹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받고 희망퇴직을 추진했다가 직원들의 반발로 접은 바 있다. 올해도 노동자협의회 측은 “올초 임금협상 조인식에서 사측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한 만큼 올해까지는 인력 구조조정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 측은 “희망퇴직 등은 반드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현재 삼성중공업의 노사 관계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14회에 달하는 교섭에도 타협을 이끌어 내지 못한 삼성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후 임단협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중공업은 기본급 동결을 제시하고 있고 노동자협의회 측은 기본급 12만4900원 인상과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생산성격려금 고정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다음 날인 오는 9일에는 사상 초유의 조선 ‘빅3’ 공동 파업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출범한 조선업종 노조연대 소속 일부 조선사들은 9일 오후 4시간 파업에 지난달 동의했다. 이미 임단협이 타결된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사실상 파업 불참을 선언한 한진중공업 등의 제대로 된 참여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맏형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파업 참가 의지를 확고하게 비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나란히 이날 오후 사측과 교섭을 갖고 결과에 따라 파업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양사 도합 영업손실이 4조원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사측이 근로자 측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사상 초유의 조선 ‘빅3’ 공동 파업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 대규모 희망퇴직과 관련된 얘기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상황은 더욱 양측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
◆삼성重, 공동파업 앞두고 변수 만나
여기에 대규모 희망퇴직과 관련된 얘기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상황은 더욱 양측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다수의 대규모 희망퇴직은 ‘강제퇴직’이나 ‘찍퇴’ 등의 논란에 이어 거부자에 대한 보복 논란까지 수 많은 갈등을 양산해 왔다는 점에서다.
 
실례로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도 온갖 잡음이 새어 나왔다. 명단을 만들어 대상자들을 지정해놓고 강제로 희망퇴직 신청을 종용했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희망퇴직을 거부한 근로자들에게는 과도한 직무역량 교육 등으로 사측이 보복에 나섰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강제성이 이슈가 될 경우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병가’나 ‘조직에 방해되는 사람’ 등의 조건은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병가를 썼다고 희망퇴직 대상으로 지정된다거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조직에의 방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경우 근로자들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나친 인원 감축은 오히려 필수 인력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된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현대중공업은 최근 경력직을 예년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과도한 인원 감축으로 부서별 필수 인력 부족 현상을 절감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파업이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노동자협의회 측으로서도 부담이다. 저유가 여파와 업황 부진에 해양플랜트 부실까지 겹치면서 조선업계 빅3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번갈아가면서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 측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