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대 탈세 혐의로 수사선상…이사장 소환 가능성까지

▲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서울지방국세청이 탈세 혐의 등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사진)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최근 수 년 동안 잇따라 억대의 뇌물과 횡령 등의 비리가 발생했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번에는 거액의 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끊임없는 비리 혐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서울지방국세청이 탈세 혐의 등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88년 서울올림픽 수익금 3500억원을 기반으로 조성된 기금을 운용하며 경륜·경정 등 각종 사업을 펼치고 스포츠토토의 발매권을 갖는 공공기관이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세무조사에서 공단이 소득세 및 18억원의 개별소비세 신고를 일부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800억원 대의 세금을 추징함과 동시에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올해 1월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심층(특별) 세무조사를 3개월 간 진행하고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
 
특히 검찰이 이번에 또 다시 제기되고 있는 공단 내부 직원들의 공금 횡령 등의 의혹도 살펴보기 위해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세청은 공단이 2010년 임원들의 직무수행 경비를 비과세 수당으로 처리하거나 도로사이클대회 ‘투르 드 코리아’를 진행하면서 받은 협찬 물품에 대한 1억원 대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이사장 측근에게 연구 용역을 몰아주거나 연구비 일부를 과다하게 집행한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공단은 “업무상 놓친 부분이 있었다”며 8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 전액이 탈세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국세청 산하 국세심사위원회에 과세적부심사를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이 인정한 부분은 35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거에도 수 차례 대형 비리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던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 번에도 ‘비리 의혹 폭탄’으로 또 다시 사정 태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공단의 전 이사장은 물론 현직인 이창섭 이사장과 임원이 소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되풀이되는 비리 수사 또?
경륜·경정·스포츠토토 등 대형 사업을 운영하는 정부 산하기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비리 관련 수사는 상당히 잦다. 비리 복마전이라는 인식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내부 직원들이 뇌물을 받거나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방식이다.
 
특히 지난 해 11월에는 이사장을 역임했던 정정택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마저 3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되면서 공단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정정택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 7일부터 지난해 4월 22일까지 지인과 체육계 관계자 수백 명에게 수십 만원 상당의 고가품을 명절 선물 등으로 보내 임직원 5명과 더불어 법인자금 2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공단 회계규정상 홍보물품은 3만원 이하로 돼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양주와 명품지갑, 화장품, 굴비세트, 한우갈비세트 등의 고가품이 선물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송파경찰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정정택 전 이사장 등은 2년 반 동안 납품업체로부터 견적가를 부풀려 되돌려 받거나 허위 회계처리한 혐의를 받았다. 김 실장은 인사혜택이나 납품대가로 1380만원을 받아 가족 여행경비로 사용했으며 다른 임직원은 홍보물품 납품 대가로 유흥비와 직장동료 겨울잠바 구입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김 실장은 규정을 맞추기 위해 3만원 이하의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회계처리하도록 지시해 정정택 전 이사장의 횡령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송파경찰서는 납품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진술을 확보하고 공단 및 납품업체를 압수해 홍보물품 구입 내역서, 거래처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이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임직원들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하면서 경찰은 정정택 전 이사장으로 이 자금들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정정택 전 이사장은 이 같은 횡령이 관행이었다고 진술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고 두 명의 측근은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에도 올해 2월 정정택 전 이사장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하고 기소를 포기해 ‘윗선’으로의 연결 고리를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 특히 검찰은 이번에 또 다시 제기되고 있는 공단 내부 직원들의 공금 횡령 등의 의혹도 살펴보기 위해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전 이사장까지 용의 선상 올랐지만 증거 불충분
올해도 비리 수사는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공단의 전 직원이 수 억원 대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 직원의 혐의는 정정택 전 이사장을 불구속 입건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첩보에 따라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송파경찰서는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정보화기획팀 조모 과장을 구속하고 조 씨에게 뇌물을 준 업체 대표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저소득층을 위한 스포츠 관람 바우처 사업 등과 관련된 용역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IT업체 13곳으로부터 47차례에 걸쳐 3억12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조 씨는 용역 견적가를 부풀려 법인자금 77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 업체들은 수주를 따낸 후 공단에 파견한 계약직 직원 명의로 개설한 차명 계좌 등을 이용해 조 씨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0년께 선물 투자 손실을 만회하고자 동료들에게 돈을 빌려 재차 투사에 나섰다가 또 실패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태여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뇌물로 받은 돈 역시 채무변제와 생활비, 선물 투자 등으로 탕진됐다.
 
특히 경찰에 따르면 조 씨의 전횡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찰은 “정보화기획팀에는 팀장이 따로 있지만 IT전문가인 조씨가 전권을 휘둘렀다”면서 “조씨는 뇌물을 받고 입찰정보를 흘렸고, 특정회사에 하도급을 주도록 공개입찰로 선정된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스포츠 바우처 관련 전산프로그램 용역 등 관련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고 용역업체들은 용역을 수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 씨와 호의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요구에 응했다고 진술했다.
 
◆구조적 문제 인식에도 해결 요원
막대한 이권이 걸린 스포츠토토 사업에 대한 비리도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성모 전 본부장은 지난해 자신이 관리·감독하던 스포츠토토로 하여금 특정 단체를 후원토록 강요한 혐의로징역 3년 6월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대법원에 따르면 성모 전 본무장은 2009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공단 스포츠산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이 관리·감독하던 스포츠토토에 특정 지역과 단체를 위한 후원금을 내도록 요구해 12회에 걸쳐 2억5천여만원을 후원케하거나 약속받았다.
 
성 전 본부장은 공단 사업과 관련해 알계 된 관계자에게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700만원을 받기도 했다. 후원금을 요구한 곳은 자신이 만든 건강 관련 협회와 충남의 한 지방교육청 등이었다.
 
이 같은 잇따른 국민체육진흥공단 임직원들의 비위 행위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단에는 직원 보직 순환에 대한 별도의 내부지침이 없어 특정 보직을 오래 담당한 직원과 용역업체 사이에 유착 고리가 형성되는 경우가 잦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5월 구속된 조 씨와 지난해 구속된 홍보실장 김 씨도 각각 정보화기획팀과 홍보실에서 4년 동안 일하며 관련업체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 측은 지난해 12월 3년마다 보직을 순환하는 내부지침을 신설하는 등 임직원 비리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연달아 터지는 비리 수사는 개혁 의지 자체를 희석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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