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중국 베이징 국영기업 신탁그룹의 창쩐밍 동사장(董事長)이 지난 3월 만나 금융사업 협력 방안을 협의한 가운데, 시틱그룹이 KDB대우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됐다.

최근 중국의 안방보험(安邦保險)이 국내 동양생명 보험을, 대만 최대 금융그룹인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을 인수해 호실적을 내고 있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삼성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국내 기업 인수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시틱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중신증권은 국내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에 관한 자문계약을 논의 중이다. 중국내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5조3500억원이었고, 순이익은 2조800억원을 기록했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지목된 대우증권은 총자산 약 32조2000억원에 자기자본 약 4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산업은행을 민영화 금융지주사가 아닌 국책은행으로 만들기로 방향을 틀면서 대우증권의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대우증권 인수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증권 주식 1억4048만1383주(43%)를 15일 종가 1만575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2조2000억원 규모다. 여기에다 경영권 등의 프리미엄이 더해진다고 가정하면 매각가는 약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사들 중 3조원대의 인수가를 지불할 여력이 있는 곳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정도다. KB금융의 조달 가능 자본력은 4조원대로 추산되고, 만약 LIG손해보험 연내 인수가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3조원대의 자본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는 KDB대우증권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여기에다 최근 한국금융지주도 KDB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4위로 자기자본 3조1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KDB대우증권을 놓고 중신증권과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간 접전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