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 1년간 매도 의견 0.3%…외국계 16%와 대조

▲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의 비율이 지난 1년간 0.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증권사는 매도 의견이 단 한 건도 없는 곳도 있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 비율은 16.5%에 달해 크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 1년 동안 내놓은 ‘매도’ 의견 보고서가 0.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걷어차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별 보고서 투자등급 비율’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3곳의 투자 등급 비율에서 최근 1년간 ‘팔자’ 의견은 평균 0.3%에 불과한 반면, ‘사자’ 의견은 무려 8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립’ 의견은 12.7%였다.

특히 전체 증권사 34곳 중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낸 곳은 한화투자증권(4.6%), 한국투자증권(3.3%), 동부증권(0.9%), 메리츠종금증권(0.8%), 유진투자증권(0.6%), 키움증권(0.6%) 등 6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8곳은 아예 ‘팔자’ 의견이 없었던 셈이다.

심지어 부국증권, 유화증권, 흥국증권, 바로투자증권 등 4곳은 중립조차 없이 모두 ‘사자’ 의견만 낸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한화투자증권은 잇단 새로운 시도로 증권가에서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주진형 대표의 ‘고객 신뢰성 회복’ 주문으로 매도 의견 비율이 가장 높아졌지만, 그마저도 4.6%에 그쳤다.

주요 10대 증권사로 범위를 좁혀 봐도 매도 의견 비율은 평균과 거의 차이가 없는 0.4%에 그쳤다. 매수 의견 비율은 81.8%, 중립(보유) 비율은 17.8%이었다.

반면 골드만삭스·노무라 등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증권사 16곳의 ‘매도’ 의견 비율은 16.5%에 달해 크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매도 의견이 없는 외국계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매도 의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으로 무려 40.9%에 달했다.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38.3%), 메릴린치인터내셔날인코포레이티드증권(29.4%)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 의견 비율은 52.4%로 전체 투자 의견의 절반에 불과했으며 중립(보유) 비율은 31.1%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내는 데 인색한 건 애널리스트와 상장사 간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회사의 임원은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 상장사가 해당 증권사에 출입 금지령을 내리고 기업공개(IPO)나 기업설명회(NDR) 등 영업 관계를 끊는 관행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의 관계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셈이다.

상장사를 지속적으로 접촉해 ‘영업’을 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중립이나 매도 의견을 적극 내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한 증권사 관계자도 “아무래도 국내는 롱(매수) 위주의 투자 방식을 고수하는 데다 증권사 입장에서 기관 투자자나 기업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매도 보고서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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