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전량 現 경영진에 매각…시세차익 90% 달해

▲ 일동제약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오던 녹십자가 현 경영진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분쟁을 마무리했다. ⓒ녹십자

지난 3월 슈퍼 주총데이 당시 일동제약과의 경영권 분쟁 표결로 눈길을 끌었던 녹십자가 결국 2년여에 걸친 갈등 끝에 지분 전량을 현 일동제약 경영진에게 넘겼다.

지난 29일 녹십자는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이 보유 중인 일동제약 주식 735만9773주(지분 29.36%) 전량을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에게 매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해당 지분을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들였으며 매각 대금은 1398억원이다.

이로써 일동제약 2대 주주로서 지분 32.52%를 보유한 윤원영 회장 등 최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녹십자는 일동제약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꿈을 접게 됐다. 처분일자는 오는 7월29일이다.

녹십자는 이번 매각에 대해 공식적으로 “북미, 중국 등지에서 영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가속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녹십자는 지분을 사모아 2대 주주에 오른 뒤 지난해 1월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해 경영권 인수의사를 드러냈다. 곧이어 열린 일동제약 임시주총에서 녹십자는 일동제약 윤 회장측이 내놓은 지주사 전환안건을 부결시키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되고 상호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지난 3월 일동제약 정기주총을 앞두고 녹십자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까지 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치열한 표 대결 끝에 녹십자 측의 안건은 부결됐고, 적대적 인수합병이 쉽지 않음을 깨달은 녹십자가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녹십자는 실제로 혈액제제사업 확대와 세포치료제 기술 이용사업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처지다. 결국 승산없는 싸움에 매달리기보다 미래를 위한 사업에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일동제약과 경영권 분쟁을 끝내기로 한 것이라는 얘기다.

일동제약 측도 윤원영 회장이 우호지분을 합쳐 6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경영권 분쟁이나 M&A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 경영권 분쟁의 승리가 취약한 지배구조를 강화라는 과실로 뒤바뀐 셈이다.

한편 녹십자가 이번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남긴 시세 차익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기업사냥꾼’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이유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각 대금 1398억원은 녹십자가 투입한 매입 대금 739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수익률은 약 90%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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