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M&A, 건실한 경영 가능 vs 매각기업 부실화 우려

▲ 녹십자가 먹튀냐, 투자의 귀재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녹십자

녹십자가 먹튀냐, 투자의 귀재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2000년 상아제약 인수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을 인수 또는 매각해왔다. 이과정에서 매각 기업의 건실화는 뒷전인채 부실화시켜 자사의 이익 극대화만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건실한 기업은 적대적 M&A가 들어갈 수 없다며 기업 경영 건실화를 도모하는 순기능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녹십자는 일동제약 2대주주로 지난해 기준 29.36%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일동제약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이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는데 반해 녹십자가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03년 경남제약을 인수한 녹십자는 먹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인수 당시 경남제약을 성장시키겠다던 녹십자는 결과적으로 주가를 3배 끌어올려 인수 4년만에 HS바이오팜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녹십자는 120억 원을 들여 원금의 두배에 이르는 130억8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녹십자는 1600억 원을 들여 대신생명을 인수해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2283억 원으로 매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M&A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두고 '투자 귀재'라는 별명도 함께 얻고 있다.

적대적 M&A가 기업을 생각하지 않고 자본만 챙기는 나쁜 제도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적대적 M&A 위협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건실한 기업 경영을 하게 된다는 순기능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반해 적대적 M&A로 인해 매각된 기업은 부실화를 겪는 등 문제가 발생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어 적대적 M&A 기업 윤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적극적 M&A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을 막고 경영권 인수추진까지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하고 있다. 이미 다수 회사에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냈고 게다가 일동제약과 추가로 몇 개의 제약사를 추가로 덩치를 키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동제약 경영권 위협 나선 녹십자

▲ 이번 일동제약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이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는데 반해 녹십자가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5명 내외의 큰 덩어리 개인주주가 대량 지분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이 개인주주들이 연합하면 오너에게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어 오너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에 녹십자의 일동제약 경영권 위협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녹십자생명(현 현대라이프)이 장내매수를 통해 일동제약 지분 5.54%를 가졌다고 신고했다. 녹십자생명은 6개월 동안 2.2%를 추가매입해 보유 지분을 7.7%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녹십자생명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되면서 녹십자가 녹십자생명의 일동제약 지분 8.28%를 되사와 주주명부에 이름을 공식적으로 올리게 됐다.

이때부터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매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012년 녹십자는 환인제약이 보유하던 일동제약 지분 7.06%를 사들여 지분을 15.3%까지 올렸다. 또한 녹십자는 지난해 1월 3대 주주로부터 일동제약 지분 12.14% 매입하는 등 이러한 과정을 거쳐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29.36%까지 끌어 올리며 투자목적도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일동제약이 지주사 전환 등을 위해 연 임시주총에서 반대뜻을 밝힌 녹십자로 인해 지주사 전환이 좌절됐다.

경남제약 잘 키우겠다고선 큰 이익내고 판 녹십자

녹십자는 지난 2003년 당시 경남제약을 인수하면서 OTC부문 주력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잘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인수 4년만에 HS바이오팜에 큰 이익을 내고 매각해 버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충남 아산의 향토 기업으로 설립 50년된 건실한 기업으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던 경남제약이 지난 2003년 창업주 회장의 유고 후 경영권 다툼 속에서 녹십자의 매각이 이뤄졌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경남제약 양인호 사장은 양준호 회장이 별세해 회장 아들 양한주가 상속을 받게 되면 법인상속세가 최하 30억 원 이상 될 듯 하다며, 현금 보유력도 안되고 앞으로 일반의약품(OTC)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합병을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매각을 합리화시켰다.

녹십자는 경남제약 자산을 이익잉여금 포함 300억 원으로 추정 지분의 70%인 210억 원을 출자해 경남제약을 인수했지만, 실제로 녹십자는 경남제약을 인수하는데 채무보증을 섰을 뿐 매각대금으로 70억 원만 지불했다.

경남제약 담보로 받은 대출 130억 원과 사채(40억 원)는 현재 경남제약 법인이 부담하게 함. 이후 1. 2대 주주들이 대부분 출자액을 자산매각. 감자차액. 지분매각 등으로 회수, 유상감자 등으로 기업의 이익잉여금에서 이미 158억 원을 회수해 갔다.

녹십자의 경남제약 인수 전후 자본 변동을 보면 경남제약을 시키겠다는 말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녹십자는 경남제약을 유상감자로 인해 기업이익을 유출했다고 금속노조는 주장했다.

2003년 법인은 구주주등 소유했던 43만8000주를 기업의 자기주식으로 166억 원에 취득했다. 이를 마이너스 자본조정으로 계상했다. 2004년 1월2일 기업은 취득한 자기주식 43만8000주를 소각했다. 2005년 1월5일 자본금은 소각 주식수를 차감한 20만 주를 10억 원으로 2005년 3월9일 2004년 이익잉여금 처분확정 감자 차손액을 이익잉여금에서 전량보존했다.

2004년 이익잉여금 115억 원 감자차손 보전액을 처리하고 자본조정액은 28억 원이 줄었다. 2006년 3월17일 2005년 당기순이익 9억 원과 임의적립금 이입으로 확보한 2005년 이익잉여금 20억 원 전액 감자차손보전으로 확정했다. 2006년 5월 자본조정액은 8억 원으로 추정된다.

금속노조는 “(주)녹십자는 4년 만에 부당하게 이익금 400억 원만 빼간 채, 단체협약마저 위반하며 일방적으로 HS바이오팜 자본에 매각해 버렸다”라며, “2007년 7월 9일 녹십자에서 경남제약을 인수한 HS바이오팜 자본은 신약 개발과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뒤로 한 채,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을 주장하며,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용역경비 투입 등 악질적인 노조 탄압을 자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상처뿐인 경남제약, 최근 회생기미 보여

이렇든 녹십자는 경남제약을 팔아서 막대한 이익을 남겼지만 경남제약은 안녕하지 못했다. 공시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2003년 녹십자에 인수되기 전 흑자를 냈었다. 그러나 녹십자에 인수되고 흑자가 서서히 감소하다가 2006년 적자 전환됐다. HS바이오팜에 인수돼고 당기순손실 37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HS바이오팜에 매각 당시 경남제약의 부채(156억5000만 원)는 275%에 육박했다.

지난 2003년 매각당시 경남제약은 자본금 31억9000만 원, 자본잉여금 7억 원을 기록했다. 2003년 이익잉여금 161억 원에서 2005년 69억 원으로 줄었다. 또한 자본조정액도 2003년 -166억 원에서 2005년 -28억 원 2006년 8억 원으로 줄었다. 순이익도 2000년 30~40억 원에서 2003년 9억 원대로 하락했다.

그러다 지난해 4억7000만 원 흑자로 전환되면서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적대적 M&A, 기업 경영 건실화 순기능 있어

녹십자는 상아제약을 인수전을 성공하면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녹십자의 지주사 녹십자홀딩스(구 녹십자)를 통해 2000년 상아제약 지분 7.30%를 보유하고 2004년 지분 100%를 48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 2011년 녹십자생명(현 현대라이프)이 장내매수를 통해 일동제약 지분 5.54%를 가졌다고 신고했다. 녹십자생명은 6개월 동안 2.2%를 추가매입해 보유 지분을 7.7%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녹십자생명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되면서 녹십자가 녹십자생명의 일동제약 지분 8.28%를 되사와 주주명부에 이름을 공식적으로 올리게 됐다.

이때부터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매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012년 녹십자는 환인제약이 보유하던 일동제약 지분 7.06%를 사들여 지분을 15.3%까지 올렸다.

녹십자는 적대적 M&A를 통해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되판 기업들이 부실화 되거나 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적대적 M&A가 꼭 나쁜 제도처럼 인식된다.

적대적 M&A는 기업사냥꾼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남이 평생이 들여 일군 기업을 빼앗는 나쁜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적대적 M&A는 나쁜 경영자를 위협하고 퇴출시키는 장치다.

적대적 M&A는 경영권이 굳건한 기업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불안한 기업들이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된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지금 많은 국내 기업들이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돼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과도하게 경영자원을 투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내 금융 및 산업자본이 외국에 잠식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위에서 예로 든 경영권 방어 장치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적대적 M&A 제도 자체에 있지 않다. 오히려 국내 자본에 대한 정부의 역차별적인 규제에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적대적 M&A를 제한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 금산법과 같은 역차별적 규제를 완화해 국내자본이 적대적 M&A 시장에서 외국자본과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적대적 M&A, 매각기업 부실화로 노동자 고통받아

금속노조에 따르면, 2007년 7월 9일 녹십자에서 경남제약을 인수한 HS바이오팜 자본은 신약 개발과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뒤로 한 채,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을 주장하며,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용역경비 투입 등 악질적인 노조 탄압을 자행해왔다.

당시 HS바이오팜은 질 좋은 제품생산과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정상 경영보다는, 회사의 겉모습만 포장하여 주가상승을 노리는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형태와 다를 바 없는 기업사냥꾼의 작태를 보여왔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HS바이오팜 자본은 회사를 인수한 이후 주차문제와 퇴근 시간을 빌미로 해 끊임없는 마찰을 야기 시켰고, 이후 이런 사유를 들어 노조 간부들을 해고 및 정직의 중징계를 강행 하면서 노사관계를 의도적 파국으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사관계를 의도적으로 파국으로 이끈 후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노사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포기하고 하루에 2~30만원을 주는 용역 경비 50여명을 생산 현장에 상주시켰다.

노조는 “나아가 CCTV 30여대를 공장 내에 설치해 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공장 주변 담장에 군사기지용 철조망을 3겹으로 설치하고 공장 내 모든 출입문들을 용접으로 봉쇄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경비업법을 무시하고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용역경비의 행태에 대하여 수차례 사측에 시정과 철수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용역경비들은 연약한 여성조합원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성희롱을 하며 도발을 일삼아왔다고 노조는 밝혔다.

이후 당 노조는 용역경비들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퇴거시켰고, 노사간에 마찰을 피하기 위해 경남제약지회 소속조합원 외에는 사내출입을 통제 하는 등 노사간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사측은 경남제약지회 사태를 알려내기 위한 기자회견과 집회를 위해 지부간부들이 상경한 틈을 타, 기습적으로 용역경비를 재투입하고, 살상용 철조망을 재설치 하고, 조합원들을 감금하고 폭언과 성희롱을 자행해왔다고 노조는 밝혔다.

당 노동조합은 HS바이오 팜 자본의 일련의 조치가 신자유주의 이후 등장하고 있는 M&A이후 ‘주가 부풀리기’ 작업 과정에서, 방해가 되고 있는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한 고도의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적대적 M&A로 인해 매각된 기업은 부실화를 겪고 새로 인수한 기업에 의해 구조조정 등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 적대적 M&A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주장이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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