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직 1000여명 줄고 고위직 133명 늘어

▲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전체 정원 중 1023명을 순감축하면서, 예산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 현장직은 1000여명 가까이 대폭 줄어든 반면 5급 이상의 관리직은 오히려 133명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고위직을 위한 조직개편이었다는 비판을 제기됐다.ⓒ뉴시스

우정사업본부의 조직개편을 두고 전국공공운수 노동조합이 “고위직만 승진잔치 한다”며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13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정원 중 1023명을 순감축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저금리 기조로 인해 금융사업에서 흑자폭이 축소되고 우편물량 감소로 우편사업에서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자 직원 1023명을 감축하는 우회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두고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1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우정본부의 이 같은 조직개편은 예산을 연간 약 451억원씩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직은 1000여명 가까이 대폭 줄어든 반면 5급 이상의 관리직은 오히려 133명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고위직을 위한 조직개편이었다는 비판을 제기됐다.

◆ 고위직 위한 조직개편, 외부 새나갈까 ‘입단속’

실제 지난달 우정사업본부가 단행한 조직개편 결과를 살펴보면, 조직개편을 단행하기 전인 올해 1월 6일 기준 5급 이상 관리직은 753명이었지만 조직 개편 후인 4월 20일에는 이보다 133명이 많은 886명으로 확인됐다. 반면 집배원과 우편물 분류를 담당하는 하위직 공무원(우정직 8‧9급)은 같은 기간 7315명에서 6364명으로 정원이 951명 줄었다.

게다가 우정사업본부는 이 같은 정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입단속 까지 시킨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달 14일 작성한 ‘우정사업본부 직제 개정에 다른 진행사항 보고’ 중 ‘본부 당부사항’을 보면 우정사업본부는 “우본 대규모 승진에 따른 검찰 등 예의주시로 승진 전 후 회식 자제”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 노조가 조직개편 개선안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아직 사측과 합의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국공공운수 노동조합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우정노조랑 (우정사업본부가) 긴급노사협의회 3차례 정도 열었지만 협의된 것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 우편지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번 구조조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전국공공운수노조

◆ 노조 “적자논리에 빠진 것” 비판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 우편지부는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구조조정을 규탄하고, 현장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번 구조조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적자논리에 빠져 현장의 손발을 자르는 것은 질 좋은 우편서비스 제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인원 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추가로 구조조정 되고 있다”고 말해 공식문건에 기재된 인원 외 비정규직 직원의 추가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진기영 부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는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구조조정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우정사업본부 산하의 공공기관 우체국 시설관리단은 지난 1월 내부에 노조가 만들어질 조짐을 보이자 노조설립을 주도한 집행부 3명을 독방으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사진은 집행부 3명에게 출근하도록 지시된 본사 5층에 있는 독방 전경. ⓒ전국공공운수노조

◆ 우체국 시설관리단, 노조 설립 조짐에 ‘감금’ 까지

우정사업본부와 노조 측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월 우정사업본부 산하의 공공기관 우체국 시설관리단은 내부에 노조가 만들어질 조짐을 보이자 노조설립을 주도한 집행부 3명을 독방으로 대기발령을 내려 ‘감금’ 논란이 인 적이 있다.

13일 전국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1월 17일 토요일, 우체국 시설관리공단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면서 “집행부 3명이 직접 (직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기 어려워 문자, 전화, 밴드를 이용해 노조설립 소식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틀 뒤인 19일 월요일 집행부 3명은 사측으로부터 ‘본사 대기발령’ 징계를 받았다. 징계사유는 ‘근무태만’이라고 통보됐지만 노조설립을 알리려고 직원들에게 문자와 전화를 돌리고, 밴드에 글을 올린 것이 화근이 됐다. 이들은 국제우편물류센터 소장 박모씨, 부평우체국 소장 윤모씨, 고양집중국 소장 이모씨 등이다.

사측은 이들 집행부 3명이 근무시간 내 노조설립 홍보활동을 한 것에 대해서 징계를 내렸지만, 1월 22일 정작 본사 직원들이 노조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밴드를 만들고 직원들을 설득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소장은 “관행적으로 휴게시간으로 인정받았던 시간을 이용해 노조가입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했다는 이유로 1개월간 대기발령은 한 것은 인사권 남용이고, 사측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발령을 받은 후 이들 3명은 본사 5층에 있는 독방 3곳으로 각각 출근할 것을 지시받았다. 이들은 사무실 집기라고는 책상만 놓여있는 빈방에 앉아 다른 직원들과의 접촉이 금지된 상태로 지내야 했다. 근무시간인 9시부터 6시까지 8시간 동안 이들은 5층을 벗어날 수 없었고, 벗어날 경우 근무지 이탈로 간주된다는 말도 들었다. 사실상 CCTV로 감시를 당해 감금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또한 사측은 집행부 3명에게 독방 대기 명령을 내린 후 백지를 나눠주고 ‘노사상생을 위한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글을 쓰도록 해 노조활동에 대한 의지를 뿌리 뽑으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와 관련해 우체국 시설관리단 원대연 이사장은 “현장 직원 중 노조 가입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노조가입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염려했다”며 “현장을 안정시켜려 노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노사상생방안에 대해 글을 쓰게 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대기발령을 하면 보수를 70%밖에 줄 수 없어 보수를 100% 지급하기 위해 과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 우본의 중고폰 매입, 수수료 장사 의혹

공공운수노조가 우체국 시설관리단이 노조 설립을 방해한 정황을 두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등 좁게는 우체국-노조 간 넓게는 우본-노조 간 갈등이 불식되지 않은 가운데, 우정사업본부가 신사업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았다.

특히 지난 1월 7일부터 우정사업본부가 전국 221개 주요 우체국에서 중고 휴대폰 매입대행 서비스를 시작하자 그 취지를 두고 수수료 장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중고폰 매입 대행’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개인 간 중고 휴대폰 거래 시 사기 및 분실과 도난 폰 거래,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이 중고 휴대폰 이용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돼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분실‧도난 휴대폰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경우 강화유리 파손, Wi-Fi, 카메라, 화면잔상 등 4가지 요건과 기종을 기준으로, 폴더폰은 1대당 1500원을 보상액으로 책정해 판매자에게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언뜻 공익적인 사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매입한 휴대폰을 어디로 판매해 수수료로 얼마를 챙기는 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매입대행을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정사업본부가 책정한 보상액을 두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데 입을 모으면서“ 중고 휴대폰 매입 후 해외로 수출하거나 국내 알뜰폰 업체에 공급하면 매입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연이은 집배원 사망사고, 면피성 대책만

한편,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우정사업본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난여론도 일었다.

앞서 2013년 12월 3일 우정사업본부는 안정행정부와 함께 전국 145개 농어촌 시군과 우체국 사이에 ‘행복배달 빨간자전거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집배원이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독거노인 등의 생활상태와 주민불편 및 위험사항 등을 지자체에 제보하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민원서류를 배달하는 등 집배원을 활용한 ‘농어촌 지역 민원 돌봄 서비스’다.

하지만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이 서비스를 두고 “(우본 측의) 행복 배달 빨간 자전거 보도자료는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집배원 사망재해에 대한 언론의 대대적 질타를 덮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언론플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본 측이 언급한 사례들은 원래 집배원들이 자발적으로 해오던 미담 사례를 모아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2월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우정본부 산하 집배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2008~2013년 까지 5년간 집배원 순직자가 17명이고, 부상자가 수천명에 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노조는 “우정사업본부는 사망재해를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는 대신 ‘안전모 착용 강조’와 ‘외부강사초청 안전교육’ 등 면피성 사업만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집배원들은 과도한 우편물량을 오토바이에 적재한 채 달리면서 치명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사망사고의 원인을 집배원 개인에게 돌리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고 비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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