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여놓고 서울시·강남구 갈등 격화…현대차 협상도 걸림돌

 

▲ 강남구와 서울시의 구 한전부지 공공기여금 갈등이 격화되면서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 감지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 컨소시엄이 10조원대의 금액으로 낙찰받은 삼성동 구 한국전력 부지의 공공기여금 사용범위를 놓고 벌어지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다툼이 법정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과 관계없이 다른 자치구에서도 공공기여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발 이익을 보게 될 기업 등 민간이 제공하는 공공기여금의 사용범위가 지구단위계획에 묶인 특정 지역으로 제한돼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법) 시행령 제24조의2(지구단위계획의 수립) 2항 13~14호에는 기업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기여의 경우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관할하는 시·군·구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강남구와의 논란을 잠식시킬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에 건의해 공공기여금 관련 국토부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정리가 됐다”며 조만간 공공기여금의 사용 제한이 없도록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서울시, 공공기여 통째로 뺏아가려는 것”
현재 구 한전부지를 놓고 강남구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는 앞선 지난 8일 제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잠실종합운동장까지 확대하는 계획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코엑스 주변으로 계획됐던 지구단위계획이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과 탄천 일대까지 확대되면서, 서울시는 구 한전부지의 공공기여금을 잠실운동장 리모델링 등 송파구에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한전부지와 코엑스, 잠실운동장이 한 데 묶이면서 국제교류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반면 강남구는 이런 서울시의 변경안이 ‘꼼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는 특정 지역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한 규정을 우회해 국토부 시행령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는 “공공기여는 지구단위계획이나 자치구 내 취약한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이나 아셈로 지하주차장 조성 등을 예시로 들면서, 강남구에서 생긴 개발 이익을 송파구에 사용하는 것이 부당하며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지난 6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주민자치위원 10여명과 함께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요구했고, 강남구 주민자치위원 40여명은 서울시 청사 1층 로비를 점거한 뒤 “한전부지 개발 등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확대 결사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시장실 앞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항의시위를 펼쳤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하자 “서울시가 공공기여금을 통째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혀 두 지자체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현대차와 서울시의 공공기여금 협상도 현재진행중이다. 서울시는 2조원 정도의 공공기여금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이에 못 미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현대차, 아직 떡 안줬는데…벌써 김칫국?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현대차의 공공기여 계획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에 한전부지 개발제안서를 제출했으나 공공기여 비율이 턱없이 낮고 교통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공공기여금이 사전협상 종료 시점 감정가의 40%선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현대차의 개발 계획에 따른 감정가 상승으로 5조원 정도의 감정가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2조원 정도의 공공기여금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구 한전부지 입찰 당시의 감정가는 3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산정하면 1조3천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1월 현대차는 이에도 못 미치는 1조원대의 공공기여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현대차가 최소 1조4천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결국 서울시의 방침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가 제출한 용적률 799%, 지상115층 개발안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해당 부지가 용적률을 최대 250%까지밖에 적용받을 수 없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개발안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를 결정하는 곳이 서울시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현대차와 서울시의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대차가 약 2조원을 공공기여로 서울시에 납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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