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금호타이어…채권단 반대로 박세창 부사장 대표 선임 철회

 

▲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에서 채권단과 마찰을 빚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번엔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제동으로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철회될 위기에 놓였다. ⓒ금호아시아나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각적인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금호타이어 채권단 측에 따르면 전날 채권단은 박세창 부사장의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임명에 절차상 하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임명 철회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2일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의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사에서 긴급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세창 부사장의 공동 대표이사 취임은 주주협의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모았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채권단 측에서 절차상의 하자를 언급하며 반대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박세창 부사장의 대표이사 재선임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현재까지는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세창 부사장 대표선임, 절차 하자로 제동
최근 박세창 부사장은 활동의 보폭을 넓히면서 경영 일선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이로써 최근 경영 일선에 나서던 박세창 부사장의 광폭 행보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금호타이어의 영향력 확대에서 실패하면서 향후 그룹 재건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금호타이어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기획관리총괄인 박세창 부사장과 이한섭 영업담당 부사장을 지난 1일자로 대표이사에 추가 선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금호타이어 측은 여기에 박세창 부사장과 이한섭 부사장을 더해 4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표면적으로 밝힌 4인 체제 전환의 이유는 책임경영이다. 박세창 부사장은 이날 산업은행을 찾아 해명하면서 “책임경영을 위해 4인 대표이사 체제로 가기로 했던 것인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상 대표이사 선임 등 주요 사항의 결정에 대해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약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특수한 약정이 적용된 만큼 실수로 이 절차를 누락한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은행(14.1%), 산업은행(13.5%) 등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현재 금호타이어 지분의 42.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 금호타이어 측은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서 금호고속·금호산업 인수전에서 금호아시아나측과 채권단과의 갈등을 지켜본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지분 매각 공식화를 앞두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채권단과 잇단 마찰…금호타이어도 재현될까
하지만 투자은행 업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타이어 채권단과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징후가 아니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특히 업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올해 그룹 재건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채권단과 파열음을 내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그룹 전체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은 인수의향서 제출을 기점으로 흥행 열기가 한 풀 꺾인 상황이다. 인수의향서 제출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나항공 등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신세계, 삼성, 애경, CJ, 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해 인수전을 뜨겁게 달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돌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언급되던 대기업 후보들 중 실제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신세계 한 곳 뿐이었고, 이마저도 신세계가 이틀 만에 “롯데 측을 견제하기 위해 제출한 것이었다”며 발을 빼면서 남은 후보는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과 사모펀드 4곳으로 교통정리가 된 상황이다.

금호산업 채권단 측은 매각 방해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여러 차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통첩을 날렸고 후보들과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측과 손잡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인수전 흥행을 위해 만전을 기했지만, 결국 재무적 투자자로라도 참여하는 대기업도 나타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정·재계 전반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 탓에 대기업들이 상도의상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금호고속 인수전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행보는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과 금호고속 대주주 측은 그간 물리적 충돌이 여러 차례 발생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해 9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인사인 김성산 전 금호고속 대표는 자회사인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IBK투자증권-케이스톤스 파트너스(이하 IBK펀드)의 분노를 샀다. 유상증자 불참으로 금호고속의 금호리조트 지분은 50%에서 48.80%로 떨어져 자회사를 잃게 됐고, 이는 금호고속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IBK펀드 측의 주장이다.

이에 IBK펀드 측은 “회사에 해가 되는 행위를 했다”며 김성산 전 대표를 해고하고 수장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절차상 협의 없는 해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양측은 IBK펀드 측이 선임한 두 명의 공동대표의 인정 여부를 놓고 격한 대립을 이어왔다. 서울강남터미널 금호고속 사무실에서는 IBK펀드 측의 공동대표 출근을 놓고 용역업체와 금호고속 직원들간에 수 차례 대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양측은 인수 제안을 놓고도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IBK펀드 측이 우선권을 지닌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인수를 제안을 하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타이어의 금호리조트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인수가를 낮추겠다는 역제안을 하면서 새국면을 맞았다.

역제안 자체에 대한 의견도 IBK펀드 측 내부에서 엇갈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인수 주체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도 IBK펀드 측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BK펀드 측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에 대한 답변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금호고속 인수의 주체 중 하나로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중인 금호산업을 내세웠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아직 매각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동의도 없이 금호산업을 금호고속 인수 주체로 내세운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또 다른 주체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역시 금호산업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채권단의 학습효과? 금호 길들이기 나서나

▲ 자금 조달과 지배구조 면에서 금호타이어의 가치는 날로 상승 중이다. 특히 금호타이어 지주사 전환설이 꾸준히 대두되면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박삼구 회장이 이번 박세창 부사장의 선임 철회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따라서 금호산업 매각이 종료된 후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의 사안마다 채권단과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인수전의 규모가 매우 크고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의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넘어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타이어의 비중은 날로 상승하는 추세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타이어를 활용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현금성 자산과 매출 채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로운 지주회사가 된다.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금호산업이라는 점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금호산업이 지주사 지위를 되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호타이어를 통해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금호타이어가 옥상옥 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는 지주사로 군림할 수 있다.

따라서 박삼구 회장이 현재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금호타이어에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대표이사에 또 앉힌 것은 경영 승계의 목적도 있지만, 비중이 커지고 있는 금호타이어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박세창 부사장은 지난 2월 항공예약·여행정보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아시아나애바카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기는 했지만,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선임과는 그 의미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다각적 측면에서 타격 전망…재건 계획도 제동
박세창 부사장은 최대 주주의 반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경영 수업, 영향력 확보, 인수전 구도, 이미지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금호고속 인수전 행보에 대해 “그룹 해체에 책임을 져야 할 박삼구 회장이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 살아난 회사를 온갖 편법과 특혜를 동원해 되찾으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현재 실사를 진행중인 금호산업 인수전이 내달 중으로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금호타이어 채권단 역시 내달 중 금호타이어 인수전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채권단이 지분 42%를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 금호재단 등의 지분은 9%대에 불과하다. 채권단 지분의 매각 규모는 약 7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수 차례 채권단과 갈등을 빚어 오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행보를 지켜본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번 조치를 통해 본격적인 목소리 내기에 시동을 걸게 됐다. 그룹 재건에 사활을 쏟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이어지는 대형 M&A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이끌어내야 하는 처지지만 연달아 채권단과의 관계에서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 재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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