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사업 수익성 악화 우려에 졸라맨 허리띠, 효과 있을까

▲ 풀무원의 자회사 풀무원식품이 이례적으로 사실상의 무배당을 결정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풀무원 홈페이지

두부·계란·콩나물 등 유기농 식품으로 유명한 풀무원식품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사실상 무배당으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일 풀무원그룹 지주회사 풀무원은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의 2014년도 결산배당을 공시하면서 우선주에만 1101원의 배당을 실시하고 보통주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당금 총액은 15억71만2545원이며, 특히 풀무원식품의 보통주 무배당은 처음 있는 일이다. 주주총회는 오는 26일 개최한다.

그나마 우선주 배당금마저도 사실상 무배당이나 다름없다. 15억여원이라는 배당금 총액은 지난 2011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000억115만여원을 투자해 지분 24.2%를 보유하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자회사 스텔라인베스트먼트홀딩스(SIH)와의 약속인 최저배당률 1.5%에 해당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75.8%의 지분은 풀무원이 갖고 있다.

◆무배당 결정은 사모펀드 자금 회수용?
지난 2월 NH투자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연내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풀무원식품이 해마다 해오던 배당을 사실상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 우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풀무원식품이 재상장시 자금 회수율이 높아지도록 재무제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을 택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원래 풀무원식품은 고배당을 유지하던 회사다. 2010년에는 보통주 1주당 6100원, 2011년에는 7000원을 배당했다. 하지만 2011년 SIH가 1000억여원을 투자한 후 2012년부터 배당률이 크게 떨어졌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보통주·우선주 모두 1110원으로 폭락했고 지난해에는 보통주 배당금이 480원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배당금이 크게 떨어지자 시장에서는 수익성만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과정 또는 배당 과정에서 SIH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올해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풀무원식품이 아예 사실상 무배당이나 다름 없는 결정을 내리자 이러한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더군다나 풀무원식품 대주주인 풀무원의 입장에서도 시장 평가에서 공모가가 높게 형성될수록 자금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배당을 사실상 과감히 생략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양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다. 특히 증시 상장 요건 중 재무제표 건전성이 핵심이라는 점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 풀무원의 미국법인 풀무원USA가 2004년 인수했던 와일드우드의 제품 진열 모습. 풀무원은 풀무원USA 등 해외 법인의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풀무원식품의 상장에도 영향이 미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풀무원 블로그

◆풀무원식품, 상장 위해 허리띠 졸라 매나
더구나 최근 풀무원식품은 주력 제품은 두부사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재지정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두부, 보험대차 서비스업, 문구소매업 등의 54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포장두부 시장에서 대형 식품회사의 사업 확장 자제를 주문했다. 이로써 풀무원식품의 수익성 저하가 불 보듯 뻔해지며 상장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야심차게 공략하고 나선 해외 두부시장에서도 부진을 겪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풀무원의 미국법인 풀무원USA는 2009년 인수한 미국 현지 식품가공 업체인 몬터레이 고메이푸드의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외 9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해외 부문에서 1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풀무원USA의 영업손실은 120억원 수준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에서 국내 수익성마저 타격이 생기면 상장해도 제 값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재무제표 건전성이라도 높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앞서 풀무원식품이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NH투자증권은 선정 경쟁 프레젠테이션 당시 상장 이후 시가총액을 약 5000~6000억원, 공모규모를 13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로 이러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SIH 및 풀무원의 자금 회수에까지 차질이 생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풀무원식품의 시가총액 규모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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