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대 이슬람극단주의 간 무력 충돌 세계 곳곳에서 격화될 듯

▲ '샤를리 엡도'가 게재한 이슬람의 교주 무하마드를 풍자하는 그림. 제목은 '사랑은 증오보다 강력하다'는 뜻이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하마드를 그린다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출처=샤를리 엡도

무장괴한, 이슬람 풍자한 ‘샤를리 엡도’ 사무실 테러

프랑스 파리에 있는 풍자적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테러 공격을 가해 12명을 살해한 용의자 중 한 명은 죽고 두 명이 체포됐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이들 용의자들은 모두 알제리계 프랑스 시민으로 사이드 쿠아치(34), 셰리프 쿠아치(32) 형제와 하미드 무라이(Hamid Mourai·18)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사법 당국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칼라슈니코프형 자동소총을 든 검은 색의 복면을 한 두 사람이 건물 보수원 두 명에게 샤를리 엡도 사무실이 어디냐고 묻고 나서 발포해 그 중 한 명을 살해했다.

이어 이들 무장 괴한은 2층의 샤를리 엡도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때는 마침 전 직원이 회의를 하기 위해 한 방에 모여 있었다. 괴한들은 총기를 난사해 이 자리에서 10명을 죽였다. 이들 중에는 편집자와 유명한 만화가를 포함해 기자 8명이 포함돼 있었다.

프랑스 사법 당국이 인용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알라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소리쳤고 예언자 모하메드에 대한 복수를 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줄잡아 3,000명이 추적을 펼쳐 이들 용의자들을 파리 교외인 랭스에서 체포됐다고 경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도 NBC 뉴스에 용의자가 체포됐다고 말했으나 체포한 위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수사관들은 이들 형제들의 신원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용의자들은 테러 공격할 때 이용한 검은색 시트로엥에 ID 카드를 남겨두고 도망쳤다. 어린 무라이는 도망 중에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대 이슬람 극단주의 대결…이제 예측불허

이들 테러리스트들은 이슬람의 교조인 예언자 무하마드를 풍자한 만평 시리즈를 실은 ‘샤를리 엡도’에 대한 보복으로 사무실에 침입해 회의 중이던 전 직원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12명이 죽고 11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이 중 4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죽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무기를 들고 싸우는 군인들이 아니었다.

프랑스 당국은 이들 형제 중 한 명은 이슬람 전사를 모집해 이라크로 보내고 있는 파리의 극단주의 단체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프랑스 주간지 ‘르푸앵’이 전했다. 이들은 시리아에서 시간을 보낸 후에 지난 해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들 형제 중 누가 이슬람 전사 모집원으로 활동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서방과의 투쟁의 역사에서 망각하기 쉽지 않은 사건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향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 유럽은 어떤 식으로든 격화되는 갈등과 대결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서방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에 대한 총체적 전면전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이슬람권 내부에서도 온건파와 극단주의 세력 간의 투쟁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전세계 이슬람권 전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그동안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프랑스가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연합군에 참가하고,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유럽식 세속주의를 강요하며, 여성들이 얼굴에 쓰는 니카브나 부르카를 금지해온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자와하리는 프랑스가 이슬람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1차 공격목표로 지목해왔다.

‘데일리비스트’는 7일 알카에다가 유럽계 이슬람 전사들을 모집해 다시 서방에 되돌려 보내 그들과 싸우게 한다는 목적으로 시리아에 특수부대인 호라손 그룹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대 유럽…총성 없는 전쟁 시작됐나?
독일, 스웨덴, 영국 등 집회와 방화, 정치 전 영역에서 충돌

이번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은 독일의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반이슬람 정서가 유럽에서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드레스덴에서는 지난 10월 이후 매주 반이슬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최소 18,000명이 모인 시위대가 독일 동부의 도시 드레스덴에 집결해서 반이슬람 시위를 벌였고 이에 반대하는 집회도 여러 대도시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서양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이라고 알려진 극우 포퓰리즘 운동을 지지하는 시위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를 가리켜 인종주의자들의 집회라고 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거리로 나와 시위대 최다를 기록했다.

또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약 140km 정도 떨어진 에스킬스투나에 있는 이슬람사원이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안에 있던 15~20명 중에서 5명이 연기 질식과 열상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 대변인 라스 프란젤은 로이터통신에 “목격자가 이슬람사원으로 사용되는 건물의 창문을 통해 뭔가를 던지는 것을 보았다. 그 후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스웨덴의 극우파들이 이민(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현재의 진보적인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온 것과 맞물린다. 이슬람 반대를 부르짖는 극우파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에서 증가했다.

게다가 이민자 반대를 주장하며 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스웨덴 민주당이 지난 9월 총선에서 13%의 득표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이 선거로 인해 스웨덴의 중도좌파연합은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다.

지난달 초 스웨덴민주당 소속 비에른 죄더(Björn Söder) 사무총장은 유대인, 라플란드인과 쿠르드인들은 스웨덴의 지배적 문화에 동화되기 전까지는 진정한 스웨덴인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자유지향적인 스웨덴인들 사이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 의회는 유치원 선생들이 그들의 아이들 중에서 과격화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감시하게 하는 법안까지 고려 중이다.

유럽은 그동안 여러 차례 테러를 겪어왔으나 중심을 잃지 않고 반테러 히스테리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리아-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 사태 이후 유럽과 이슬람 극단주의 간의 억제돼왔던 갈등이 독일 드레스덴 집회와 스웨덴 모스크 방화 등으로 불거져 나온 데 이어 터진 이번 샤를리 엡도 테러는 정치 경제 인권 등 유럽의 거의 전분야에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세력을 떨치는 시리아-이라크는 물론, 아프가니스탄, 리비야, 나이지리아,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 미-서방의 대이슬람 극단주의 진압작전 명분이 강화되면서 올 한 해 분쟁 지역 곳곳에서 전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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