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발흥에 대응 수위 고조…나치 집회 추적 앱까지 등장

▲ 22일(현지시각)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서 엄격한 이민법을 요구하는 '페기다' 추종자 17,500여명이 모여 세를 과시, 독일에 다시 나치식 극우 민족주의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가운데 극우 집회 추적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출처=RT 화면 캡처

페기다, ‘서양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

22일(현지시각)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서 극우 성향의 반이슬람 단체인 ‘페기다(PEGIDA)’가 주도한 시위에 17,500명이 참여해 독일의 주요 정치인과 시민들이 극우 확산 저지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페기다, 프레기다)’의 약자인 ‘페기다’ 단체는 25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공산주의 동독에 속해 있던 한 도시에서 탄생했다. 페기다가 지난 10월 첫 집회를 가졌을 때만 해도 참가자는 수백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주 15,000여명이 모였고 이번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젬퍼 오페라 하우스 바깥에 17,500명이 모여 크리스마스 송가를 불렀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페기다에 맞서 4,500명의 시위대가 ‘나치 없는 드레스덴’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도시를 행진했다. 이들은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범한 나라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위를 이끈 활동가들은 페기다를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외국인혐오증을 유포시키는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페기다 추종자들은 자신들은 나치가 아니며 기독교에 뿌리를 둔 문화와 전통이 “희석되는 것”을 걱정하는 애국자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류 정당들이 자신들을 배반하고 언론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민법과 망명제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페기다의 창립자이자 지도자인 루츠 바흐만은 “독일은 이민자들의 나라가 아니다”고 말하며 독일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은 “기독교-유대교에 바탕한 문화” 가치와 “인본주의”를 고수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페기다 지도부는 자신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맞서 일어날 것이며 이민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페기다로 인해 독일 내 극우들의 발흥을 우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뉴스전문채널 러시아투데이(RT) 인터넷판이 23일 전했다.

슈뢰더 전 총리 ‘품위 있는 사람들의 반란’ 촉구
뮌헨 라이터 시장 ‘다른 인종, 언어를 포용할 공간 있다’

이날 페기다 집회를 지켜본 오페라 하우스의 관리부는 건물의 조명을 모두 소등하고 “눈을 떠라”, “마음을 열어라”, “문을 열어라”, 독일 헌법 제1조항인 “인간 존엄성은 신성불가침이다” 등의 내용이 적힌 깃발을 날림으로써 페기다 시위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작센주(州)의 개신교 지도자인 요헨 볼(Jochen Bohl)은 프레기다 추종자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며 “기독교의 상징과 전통을 착취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을 인용해 가디언이 22일 전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을 제외한 정치인들이 이 운동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 계열의 게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극우의 준동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이 외국인 혐오증에 대해 “품위 있는 사람들의 반란”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중들의 대응책이다”고 말했다.

페기다에 반대한 가장 큰 시위는 독일 남부 뮌헨에서 열렸다. 적어도 12,000명이 모여 “자리를 만들어라, 난민(망명자)들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뮌헨의 디터 라이터 시장은 “우리에게는 다른 피부색, 인종 기원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고 시위대를 향해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금요일에 모스크(이슬람사원)에 가는 사람들, 토요일에 시나고그(유대교사원)에 가는 사람들,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사람들. 또한 그냥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를 위한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드레스덴뿐 아니라 소규모의 페기다 유사 단체들도 22일 본, 캇셀, 뷔르츠부르그, 로스토크, 뒤셀도르프에서 집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들 집회의 규모는 각각 2백여명에 불과했다. 경찰들은 전국적으로 중대한 폭력 사태는 없었다고 전했지만 캇셀에서 8명이 체포되기도 했다고 데페아통신이 전했다. 본에서는 수백 명의 페기다 반대 시위자들이 반이슬람 단체인 보기다(이슬람에 반대하는 본)와 충돌 직전 상황에 경찰이 개입하기도 했다.

나치·페기다 집회 위치 추적 앱 등장

이 극우 반이슬람 운동은 유럽 최대의 경제권인 독일이 난민 및 망명 희망자들의 희망 1순위 지역으로 떠오르는 것과 맞물려 일어났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이주자들이 많이 찾는 나라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여러 아프리카와 발칸 제국(諸國)들로부터 온 이주자들의 유입으로 지자체 정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 정부들은 이들 이주자들을 위해 학교, 사무실과 군대 막사까지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국민들에게 외국인 혐오증 선동가들의 희생물이 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독일 시민들은 발호하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기는 극우 확산 경향에 맞서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는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집회나 나치 모임을 추적해서 원하는 이들에게 그 정확한 위치를 알려줘 집회 자체를 방해하거나 무산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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