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문수, 여권은 ‘중진차출론’-야권은 ‘단일화’ 관건

김문수 경기지사가 3선 불출마 입장을 밝힌 가운데, 차기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후보군들의 면면이 구체화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 지사가 신진으로 거론한 새누리당 원유철, 정병국 의원과 여론 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원혜영 의원에 이어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안철수 신당에서는 무소속 송호창 의원 또는 김성식 새정치신당 공동위원장 등이 경기도지사에 나설 것으로 거론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4일 밤 JTBC <뉴스9>과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단체장은 재선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도지사 8년 정도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당에도 얘기했다”며 3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신진으로는 원유철 의원, 정병국 의원이 뜻을 갖고 있어 그 분들이 잘 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6.4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예상자. 왼쪽 위부터 원유철, 정병국, 유정복, 김진표, 원혜영, 송호창, 심상정, 남경필 ⓒ뉴시스

새누리, 중진 차출론 속 신진들 도전

그러나 신진으로 지목된 두 의원에 대한 여론 반응은 신통치 못하다. 오히려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남경필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주간경향>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4일 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에서 원유철 의원은 5.7%, 정병국 의원은 5.1%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것은 남경필 의원(37.9%)였다.

리서치뷰가 지난 달 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남경필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남경필, 원유철, 정병국, 홍문종 네 사람 중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남경필 의원은 34.4%의 지지를 얻었다. 원유철 의원은 10.9%, 정병국 의원은 5.4%에 그쳤다.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 ‘필승 카드’로 주목받을 것은 이미 당에서도 예상 된 바였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이 필요로 하는 후보들은 개인적 야망이나 정치적인 계획 등을 뒤로하고 당의 요구에 따른다는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해달라”며 “남경필 의원이 (지방선거에) 나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정몽준 의원과 함께 남 의원을 거론하며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사람이 나가야 한다. 경기도에선 남경필 의원과 김 지사 밖에 이기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진 차출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 지도부가 중진 차출론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데다, 남경필 의원 본인 또한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중진 차출론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현역 국회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국회도 불안정해지고 보궐 선거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역 의원은 최대한 차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국회직과 행정직을 가진 사람은 해당 직에 전념해야 한다”면서 “임기를 충실히 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합당하다”며 당내 중진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남 의원이 홍문종 사무총장의 ‘러브콜’을 고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남경필 의원의 지지도가 여전히 가장 높은 이유는 그만큼 믿을만한 카드가 없다는 반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가 관건

남경필 의원이 아닌, 원유철‧정병국 두 의원이 출마했을 경우에도 승리 가능성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경기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일부터 6일 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도는 원유철 의원이 4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안철수 신당 후보가 21%,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15.2%,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8.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병국 의원이 여권 후보로 나서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정병국 의원은 41.1%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을 포함시킨 4자 대결에서도 원유철 의원과 정병국 의원은 각각 44.5%, 44%로 1위를 지켰다.

여권에서 남경필 의원에 밀리는 주자들임에도 야권 후보들과 붙여놓으면 크게 앞서는 모양새다. 때문에 야권 후보들 사이에서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지난 2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야권단일화 일정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후보를 빨리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조기 경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야권 단일화 논의가 시간에 쫓겨 진행되면 본선 득표에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경선을 빨리 마무리 짓고 야권 단일화 논의에 더 많은 시간을 쏟자는 것이다.

김진표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발표대로 3월 말 창당하면 결국 야권단일화 문제는 후보 등록일(5월15~16일) 직전까지 논의될 수밖에 없다”며 “단일화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결국 유권자의 심판을 통해 단일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혜영 의원 역시 지난 19일 오찬간담회에서 “지난 대선의 최대 패인은 ‘아름다운 단일화’가 안됐다는 것”이라며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단일화해야 한다는 당위론은 이미 폐기됐다”며 “끝까지 절대 해선 안 된다는 것도 기계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 의원은 “나눠먹기식 단일화는 명분도 없고 국민들도 예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월 창당을 앞두고 있는 안철수 신당 측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김성식 전 의원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참고] 조사개요

리서치뷰가 <주간경향>의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만명 (서울‧경기‧인천 각 1000명, 나머지 14개 시‧도 각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서울·인천·경기), ±4.4%포인트(나머지 14개 광역단체), 응답률은 3.8%다.

리서치뷰가 지난 달 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는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093명(서울 : 511명, 경기 : 582명)을 대상으로 RDD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서울 ±4.3%p, 경기 ±4.1%p. 응답률 5.2%다.

리얼미터가 <경기신문> 의뢰로 지난달 4일부터 6일 간 진행한 여론조사는 도내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3천명(도지사·교육감 2000명, 수원시장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p다. 응답률은 5.3%였다.
 

[편집자 주]

올해 설 연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밥상머리에서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르내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이슈들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은 물론, 오는 6월 4일 치러지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 1년 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민주당에 대한 쇄신 평가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새정치’ 세력으로 자임하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성공 여부도 판가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여야 정치권이 전면적 정계개편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과 총선에 이어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가장 큰 선거인 탓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있지만, 이처럼 여야 정치권을 둘러싼 현실적 상황들이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사포커스>는 설 연휴를 맞아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대비한 여야 정치권 분위기를 시리즈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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