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자동차는 증기기관자동차다. 1769년 프랑스 포병장교인 ‘니콜라스퀴뇨’가 무거운 대포를 운반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증기자동차는 보일러에 물을 넣고 석탄을 태워 열을 가하면 물이 끓으면서 높은 수증기의 압력차를 이용한 자동차다.

그런데 승용차는 영국의 광산기술자가 만들었다고 한다. 1801년 영국의 광산기술자였던 ‘리차드트레비딕’이 눈비를 피할 수 있는 마차모양의 승용 증기자동차를 처음 만들어 사람들이 타고 다닐 수 있게 했는데, 제임스 와트의 증기엔진과 세계 최초로 발명된 퀴뇨의 증기자동차에서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트레비딕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진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대장간에서 1년을 보냈고, 마침내 1801년 12월에 직경 80츠인 한 개의 앞 바퀴와 직경이 무려 2m나 되는 두 개의 뒷바퀴에 증기엔진이 달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누비던 역마차 모양의 9인승 승용차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트레비딕의 증기기관자동차 성능은 보일러에 물을 넣고 석탄으로 불을 지펴 증기를 만들었는데, 첫 주행에서 9명이 타고 시속 16Km 속도로 1.6Km를 단숨에 주행했다. 이 자동차는 ‘칙칙폭폭’ 소리를 내서 ‘딕의 칙칙폭폭’으로 불렸는데, 총 26Km의 장거리 시험도 통과했다.

또한 이런 장거리 주행시험에선 에피소드가 많다. 마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낮은 다리를 건너다가 뒷바퀴 한쪽이 개울에 빠지기도 했고, 가다가 술을 마신 탓에 핸들을 잘못 꺾어 앞 바퀴가 물속 바위를 들이받고 핸들이 부러지기도 했다. 다행히 엔진은 멀쩡했지만 넘어질 때 물이 새나간 것을 모른 채 불이 계속 타다가 차가 모두 타버리기도 했다. 이것이 최초의 음주운전 사고다.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드레비딕은 한 대를 더 만들어 1802년 ‘증기로 달리는 차’의 특허를 받았지만 후원자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증기기관자동차를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동네에서 철로를 부설하고 바퀴가 철로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오늘날 기차바퀴 모양으로 개조한 다음 자동차를 철로 위에다 올려놓고 동네 아이들을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였다. 곧 소문이 퍼졌고, 이 회전 증기기관자동차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게 바로 사실상 세계 최초의 기차다.

트레비딕의 기차가 지금 세상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영국 왕실에서 공로상을 주려 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그 후 트레비딕은 자신의 자동차회사를 팔고 광산을 전전하며 힘든 인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트레비딕을 보면 무엇이든 처음에는 낯설지만 반드시 훗날 인정을 받을 때가 온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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