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5조원 부채더미에도 수천억원대 성과급 잔치

전기요금이 연말 내 3~4% 인상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월 4% 인상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2013년 처음과 끝을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서민들에게 특히 부담스러운 이슈가 장식하게 된 셈이다. 2011년부터 치면 다섯 번째라니 “왜 또?”라고 되묻는 이들이 많을만도 하다.

이번에도 정부는 “요금 현실화를 위해서”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87%로 팔수록 손해를 보는 수익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더라도 요금인상을 시원하게 받아들이란 어렵다. 당장 나갈 돈이 늘어나게 되니, 자연스레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나 전기요금 인상의 키를 쥔 한국전력이 매년 성과급 잔치 등 ‘방만경영’ 논란에 휩싸였다는 기억이 스치는 순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은 더욱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한전이 방만경영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분노하는 이유다.

한전의 누적부채는 지난해말 95조원으로 2008년보다 270%나 늘었다. 그럼에도 한전은 지난 5년간 임직원들에게 1조640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만 2893억원. 조환익 사장의 성과급은 1억3600만원(연봉 2억5300만원)이었다. 2011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3조2929억원이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성과급 규모다.

한전은 또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외이사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수백만원대 수당을 지급하고, 금품수수로 해임된 임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쥐어줬다. 기획재정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임직원들의 대학생자녀에게 무상으로 학자금을 584억원(무이자 융자 871억원) 지원하기도 했다. 학자금 지원은 감사원이 수차례 지적해온 사안이었다.

빚만 수십조원인 적자회사가 성과급, 퇴직금 등에서 돈 잔치를 벌여왔다니…. 민간기업이라면 어림도 없을 일이다.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이 있었다면 매년 ‘산적한 빚은 아랑곳 않고 제 배불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불과 며칠 전에도 방만경영 꼬리표를 달아놓고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하겠다면 누가 납득할까.

방만경영 논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한전이 현 수익구조가 기형적이라고 수천번 말하고, 이를 명명백백히 증명해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 있다. 그때마다 한전은 방만경영 행태로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한전이 하루 빨리 재무개선을 위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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