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 탄생 당연시되는 때 속히 오길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시작으로 최근 '금융권'에서는 여성들의 약진이 부각됐다. 기업은행처럼 여성이 수장이 된 경우는 아니었을지라도 신한은행에선 여성 부행장보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선 여성 전무가 각각 탄생했다. 이외 농협은행, 수출입은행 등도 '여성임원 배출행렬'에 동참하긴 마찬가지였다. 금융권의 그간 보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듯 하나같이 '사상 첫'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워서 말이다.

이는 금융권에서만 분 바람은 아니었다. 검찰에선 '첫 여성 검사장(조희진 서울고검 차장검사)'이, 코레일에선 '첫 여성 사장(최연혜 사장)'이 탄생했다. 병무청과 국립국악원에서도 '첫 여성 지방청장(최은순 제주지방병무청장)'과 '첫 여성원장(김해숙 원장)'이 나왔다. '사상 첫'은 아니지만 기업들도 앞 다퉈 '여성임원 승진규모'를 확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여성 15명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며 '사상 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많은 이들은 이 같은 인사를 '유리천장'이 깨지는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사상 첫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안겨주는 씁쓸함도 상당하다. 바꿔 말하면 우리사회가 그간 철저히 '남성중심' 문화였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또한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후에야 '여풍(女風)'이 전보다 강세를 띄었다는 점에서 '정부 눈치보기'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다.

수치를 봐도 '여성들의 약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사실 민망하다. 하나같이 '사상 첫 여성임원' 혹은 '사상최대 여성 승진규모'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실상 여성임원 승진자는 전체 몇 명에 불과했다. 다소 과장된 듯한 홍보열기는 이를 '정부 눈치보기'로 치부하는 시각에 힘을 싣고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리더들의 노력마저 '운'이라고 깎아내리는 시각을 양산해내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실감할 수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여풍은 '보여주기식'으로 잠깐 분 바람이 되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리천장을 깬 여성과 장차 유리천장을 깰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발휘가 필수적이다. 능력으로 정당히 얻은 결과였다고 보란듯이 입증하는 것이다. 여기다 사회적 인식변화는 물론 일·가정 양립환경 조성 등 여성이 남성과 함께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는 정부의 제도 및 정책 개발도 요구된다. 이로 인해 '여성리더' 탄생이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 되는 때가 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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