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가볼만한 곳 ④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하서리

뜨겁고 치열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문득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다면 경주로 가자. 고도(古都) 경주의 동해안,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복잡다단한 일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걷는 내내 푸른 바다와 흰 파도가 벗이 되어주는 산책로 이름은 파도소리길. 읍천항을 출발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왼쪽에 바다를 끼고 출렁다리, 부채꼴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등 절묘한 풍경을 차례로 만난다. 이 다양한 주상절리가 파도소리길의 주인공이다. 통일신라 삼층 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문무대왕릉, 이견대까지 둘러보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파도소리길 트레킹 ⓒ이정화

걷기 여행의 미덕은 길과 사람과 풍경,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곳이 세월의 두께 겹겹이 쌓인 풍광 좋은 길이라면 감상은 더 각별할 터. 뜨겁고 치열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문득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다면 경주로 가자. 고도(古都) 경주의 동해안,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km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복잡다단한 일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파도소리길 맑은 물빛 ⓒ이정화

푸른 바다, 흰 파도가 벗이 되어주는 파도소리길

걷는 내내 푸른 바다와 흰 파도가 곁에서 벗이 되어주는 산책로 이름은 파도소리길.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경치가 빼어나 개통 1년 만에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출발지는 어디라도 상관없지만, 넓은 주차장과 공원, 활어 직판장 등이 있는 읍천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데 2~3시간이면 충분하므로, 1.7km가 짧아 아쉬운 여행객은 원점으로 회귀한다.

출렁다리 ⓒ이정화

읍천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하면 왼쪽에 바다를 끼고 출렁다리, 부채꼴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차례로 만난다. 천연기념물 536호로 지정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이 파도소리길의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군부대의 해안 작전지역이었기에 공개되지 못하다가 2009년 군부대가 철수하고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그 기기묘묘한 모습을 드러냈다.

누워있는 주상절리 ⓒ이정화

경주의 동해안은 신생대 말 현무암질용암이 광범위하게 분출한 지역이다.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다각형 기둥(주상절리)은 수직으로 발달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 양남 주상절리는 기울어지거나 수평으로 누워 있거나 부채꼴 등 독특한 모양이다. 압권은 부채꼴 주상절리로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사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곱게 핀 한 송이 해국처럼 보인다 해서 ‘동해의 꽃’이라고 불린다. 나무 계단, 흙길, 몽돌 해안길이 섞인 산책로 곳곳에 쉬어 가기 좋은 벤치와 정자, 포토 존이 설치되었고, 해가 지면 경관 조명이 들어와 야간에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포토존 ⓒ이정화

작은 어촌인 읍천항은 벽화 마을로도 유명하다. 해마다 공모전 형식으로 마을 벽면을 크고 작은 그림으로 장식하는데, 2010년부터 시작된 공모전은 올해 네 번째를 맞이했다. 파도소리길을 걸은 뒤 벽화를 구경하고 활어 직판장에서 파는 자연산 회를 방파제에 앉아 먹는 맛도 기가 막히다.

읍천항 ⓒ이정화

역사와 함께 할 수도

파도소리길 지척에는 경주 동해권을 여행할 때 빼놓아선 안 될 곳이 세 군데 있다. 통일신라 삼층 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 112호), 경주문무대왕릉(사적 158호), 이견대다.

감은사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왕이 왜적을 막고자 경주로 통하는 동해 어귀에 짓기 시작한 사찰로, 아들인 신문왕 때(682년) 완공됐다. 지금은 금당 터와 탑 두 기만 남았지만, 동해를 바라보며 1300여 년 간 한자리를 지켜온 두 탑에는 장중한 기백과 기품이 서려 있다. 금당 하나와 쌍탑으로 구성된 가람 배치, 삼층 석탑의 조형미는 이후 통일신라에서 사찰을 세우고 탑을 쌓을 때 일종의 롤모델이 되었다.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이정화

감은사지를 둘러보고 동해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대종천을 중심으로 왼쪽은 이견대, 오른쪽은 대왕암 가는 길이다. 이견대는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유언한 문무왕이 동해에 나타나자, 용을 본 자리에 세워 호국 의지를 기렸다는 정자다. 이곳에선 봉길해변과 문무대왕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태두 우현 고유섭 선생이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와 〈경주 기행의 일절〉에서 경주에 가거든 꼭 찾으라고 한 바로 그 문무대왕릉이다.

문무대왕릉 ⓒ이정화

봉길해변에서는 문무대왕릉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해변에서 불과 200m 앞에 닿을 듯한 바위섬이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내가 죽은 뒤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는 유언에 따라 왕의 시신을 화장해 장사 지내고, 그 바위를 대왕암이라 불렀다.

부족함 없는 숙소와 음식

파도소리길, 문무대왕릉, 이견대, 감은사지로 이어지는 동해권 여행은 하루면 충분하다. 1박 2일 여행을 계획한다면 경주 시내에 숙소를 잡고, 다음날 아침 성동시장과 경주교동최씨고택(중요민속문화재 27호)에 들러보자. 경주역 맞은편에 있는 성동시장은 중앙시장과 더불어 가장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다. 이른 아침 식사가 가능한 5000원짜리 한식 뷔페와 10~30년 된 분식집의 김밥, 순대, 떡볶이 등이 인기다. ‘경주 최부자집’으로 널리 알려진 교동최씨고택은 조선 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으로, 단정한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성동시장 한식뷔페 ⓒ이정화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역시 숙소와 음식.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오픈한 지 두 달 남짓 된 ‘경주디와이관광호텔’은 시설과 서비스, 청결도 모두 만족스럽고, 시내 관광지까지 접근성도 뛰어나다. 경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게스트하우스 바람곳’은 4인실이 기본으로 깨끗하고 조용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경주게스트하우스’는 2․4․8․10인실로 선택의 폭이 넓고 방마다 욕실이 있다.

경주 향토 음식 브랜드 ‘별채반’은 놋그릇에 담겨 1인상에 제공되어 나 홀로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경주천년한우, 단고사리, 곤달비, 양, 곱창 등 6가지 친환경 재료로 끓인 ‘6부촌 육개장’, 경주 산내면에서 재배한 곤달비와 각종 산채를 고명으로 올리고 된장 양념장에 비벼 먹는 ‘곤달비 비빔밥’이 있으며, 지정 음식점 네 곳에서 맛볼 수 있다. 교동최씨고택 옆 골목의 ‘교리김밥’은 달걀지단이 듬뿍 들어간 담백한 김밥으로 출출한 속을 달래준다. 첨성대 앞 첨성로와 대릉원 후문 길 건너편의 봉황로 커피 골목에는 로스팅 카페를 비롯해 개성 있는 카페가 많다.


〈당일 여행 코스〉
감은사지→이견대→문무대왕릉→파도소리길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감은사지→이견대→문무대왕릉→파도소리길→경주 시내 숙박
둘째 날 / 성동시장→경주교동최씨고택(교촌한옥마을)

〈여행 정보〉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21회(05:30~22:00)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서울역-경주역(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KTX,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 환승), 하루 14회(서울역 06:00~19:10) 운행, 환승 시간 포함 3시간 30분~4시간 소요.

[버스]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10~23:55) 운행, 4시간 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2회(07:00~24:00) 운행, 4시간 소요.
경주 시내-읍천항, 양남 방향 시내버스 150번(06:30~21:30, 1시간 간격 운행), 약 2시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경주 IC→서라벌대로→감포․보문관광단지 방면→추령터널→봉길터널→31번 국도→경주 양남 주상절리 방면


○ 축제와 행사 정보
- 봉황대 뮤직 스퀘어(야간 상설 공연) : 2013년 5~9월 매주 금요일, 경주노동리고분군 내 특설 무대

○ 주변 볼거리
골굴암, 기림사, 감포항


출처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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