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인데 낙동강 녹조…4대강사업 검증하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낙동강에 녹조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녹조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그 원인을 두고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관계당국은 4대강 공사와는 상관이 없다며 그 원인을 이상고온과 가뭄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두 달이나 빨리 녹조현상이 일어나면서 다시금 녹조와 4대강 사업의 관련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 낙동강 고령 우곡교 부근에서 발생한 녹조. 사진제공 : 대구환경연합

낙동강 녹조, 작년 대비 2달 빨리 발생
녹조는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보’ 때문
“조류제거제(PAC)로 근본적 해결 안돼”

대구환경연합은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도 않은, 올 6월에 이미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녹조의 원인은 4대강사업 때문이란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4대강사업 전과 이후 낙동강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그 중 물의 흐름이 급변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작년에 발생했을 땐 정부쪽에서는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설을 부인하는 데에 급급했다”며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은 물론 기후 탓도 있지만 녹조발생의 또 다른 요인은 정체시간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황 팀장은 “낙동강에 보가 들어서면서 4대강 사업 이후 9개의 호수로 바뀐 셈이다. 8개의 보가 들어섰기 때문에 정체시간이 많이 늘어났고, 그래서 이 정체시간 증가가 녹조발생의 요인”이라고 역설했다.


지금 낙동강의 수질 상태는 육안으로 보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본포취수장이나 대구 달성군 앞에는 작년처럼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강변에 진한 녹조가 발생했다.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이 일어난 것. 보의 상류에는 부착조류가 번성해 있고, 강바닥엔 모래 대신 뻘이 뒤덮어, 그 안에서 녹조와 미생물들의 사체들이 섞어 개스 상태로 수시로 올라와 악취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명박정부는 환경파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비 22조2천8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조8천500억원을 낙동강 사업에 투입해 대형 보(洑)를 세우고 강바닥을 준설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량이 늘어나게 되면 수질이 개선될 거라 장담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환경부 물환경 정보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낙동강 상주강 상주보 상주3지점은 지난 2008년 평균 BOD가 0.9ppm으로 1급수를 유지했지만 2009년 1.1ppm,2010년과 2011년 1.2 ppm에서 보가 들어선 지난해에는 1.3ppm으로 2급수로 떨어졌다.
대구시민의 식수원인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달성지점은 2008년 2.3ppm에서 2010년과 2011년 1.6ppm으로 개선됐다가 강정보에 물을 가두면서 다시 나빠져 지난해에는 2.0ppm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16개 보의 수질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9% 증가했고 조류 농도는 1.9% 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자체 조사에 의하면 조류농도의 척도가 되는 클로로필-a의 경우 조류경보제의 발령 기준(15㎎/㎥)을 이미 넘어선 경우가 많다. 특히 조사지점 ‘대암-1’은 116.1㎎/㎥(2013년 3월), 조사지점 현풍은 100.4㎎/㎥(2013년 2월) 등으로 조류경보제의 대발생 수준(100㎎/㎥ 이상)까지 올라갔다.

 

녹조현상, 무엇이 문제인가?

 

녹조현상이 계속된다면 하천의 생태계나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녹조현상은 부영양화된 호수 및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류, 남조류가 많이 늘어나 물빛이 녹색으로 변화는 현상을 말한다.


황 팀장은 “녹조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은 어디든 있는데 문제는 이상적으로 많이 번식하는 녹조는 생태계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면이 녹조로 덮이게 되면 물속 용존 산소량이 부족해 물고기가 폐사한다”고 말했다. 또 “작년에 녹조가 발생했을 때도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죽은 물고기들만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녹조로 죽은 사체들이 강바닥에 쌓이게 되면 강물의 오염은 가속화 되고 다시 물고기 폐사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녹조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남조류가 만들어 내는 독성물질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올해 남조류가 발견된 지역은 지난 해에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우점했던 곳”이라며 “이것에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올해 발생한 남조류도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며 낙동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영남주민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두 달 가까이 일찍 녹조현상이 발생해 기온이 높은 7,8월 중에 낙동강 상류지역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당국은 녹조현상을 줄이기 위해 폴리염화알루미늄(PAC)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환경청은 이번 시범사업에 사용되는 폴리염화알루미늄은 수처리제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환경부 고시 제2008-69호)에 적합한 제품으로, 오랜 기간 정수장에서 수돗물 생산을 위해 수처리제로 사용되고 있는 안전한 약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관계당국의 주장과 달리 환경단체는 PAC와 같은 응집제는 알루미늄을 주요 성분으로 포함하고 있어 수서생물에게 미칠 독성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학계에는 ‘알루미늄 농도는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신경성 장애로 인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질환 및 고등동물의 신경원에 신경원 섬유변성을 일으킨다’고 보고돼 있다.

대구환경연합은 “조류제거제 투입을 중단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의 화학약품이 맹독성은 아닐 지라도 피부 점막 손상이나, 음용으로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도 장기 점막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물질임은 차지하도라도 이는 참으로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환경관련 단체들은 녹조현상의 해결책으로 수문을 열고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팀장은“‘조류제거제’라는 인공의 약품으로 진실을 덮을 수 없다”라며 “보를 제거함으로써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류제거선이나 황토살포 등 단편적인 대책들만 마련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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