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휘두른 날선 칼에 자신먼저 다쳐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논문표절 의혹 관련 국민일보에 기사누락 외압.(3.22)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 김금수 KBS이사장 만나 정연주 사장 교체 협조 요구.(3.27)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부동산 투기의혹 관련 국민일보 기사누락 외압.(4.28)
신재민 문화부차관 언론난립구조 청산, MBC민영화 발언.(4.29)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대한 기자등급제 추진하다 반대 거세자 철회.(4.30)
방통위 포털사이트 ‘다음’ 측에 쇠고기 파문 관련 대통령 비난 댓글 삭제요청.(5.3)
신재민 문화부차관 ‘언론중재법상 인터넷 매체 포함추진’ 언급.(5.9)
최시중 방통위원장 김금수 KBS 이사장 만나 정연주 사장 사퇴압력.(5.12)
농식품부 광우병 관련 MBC PD수첩에 민. 형사상 소송 제기 검토발표.(5.13)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감사원직원 광우병 관련 EBS 프로그램 결방 압력.(5.14)
부산 동의대 정연주 KBS사장 퇴진 반대하여 KBS 이사직 거부 신태섭 교수, 징계위한 인사위원회개최.(5.15)
KBS 김금수 이사장 사의 표명. 경향신문 언론중재위 제소.

굵직한 것들만 추려봤다. 언론탄압이다. 혹시나 해서 전직 언론인들에게도 물어봤다. 모두가 같은 대답이다. 심지어 군사독재정권 시절 언론탄압에 가담했던 사람들조차도 언론탄압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우리 언론은 탄압받은 아픈 기억들이 많다. 응어리가 졌다. 쩍 하면 입맛이라고 탄압받은 경험자들은 눈치가 빨라서 권력자들이 하는 말 한마디로도 속셈을 안다. 기대할 것이 없으면 국민은 냉정하다. 살아 날 가망이 있으면 정성을 다 하지만 싹이 노란데 무슨 기대를 한단 말인가.

지지율 22% 초반. 세계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누구 탓일까. 명료한 답이 있다. 자기 탓이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한가.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자신만 모르면 더욱 문제다. “안 되면 조상 탓이고 잘 되면 내 복이다.” 우리 속담이다. 조상 탓 한번 대 보자. 언론이다. 잘 하는데 언론이 국민들에게 잘못 알리는 바람에 지지가 바닥을 긴다는 얘기다.

사실인가. 사실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아니다. 억지로라도 핑계를 대야 한다.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험은 가장 좋은 교육이다. 군사독재시절 정치인들은 매우 귀한 경험을 했다. 매와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사실이다. 채찍과 당근이라고도 한다.

언론에 가해진 고통을 회상하는 건 고문이다. 그러나 기억을 되살려 보자. 동아일보 백지광고, 경향신문 정간, 기자 해직……. 1981년 중앙일보에 장편소설 ‘욕망의 거리’를 연재하던 소설가 한수산은 전두환을 야유했다는 이유로 보안사에 끌려갔다.

한수산과 권영빈 당시 중앙일보 출판부장, 정규웅 편집위원, 이근성 기자, 그리고 작가와 친구라는 한 가지 이유로 시인 박정만이 고문으로 죽다 살아났고 문화부장 정규웅은 입원조차 마음대로 못했다.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탄압은 악랄했다. 신문에 광고 중단하라고 광고주 협박하면 신문사 닫으라는 얘기 아닌가. 제대로 신문 만들던 동아일보 그 때 죽을 똥 쌌다. 화가 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백지광고를 냈다. 지금 ‘똥아찌라시’라고 욕먹는 동아일보지만 그 때에 감격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백지광고 이후 동아일보는 ‘찌라시’의 외길을 걸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게 바로 언론탄압의 빛나는 결과물이다.

탄압을 하면 통한다는 경험은 집권세력들이 잊지 못한다. 더구나 언론사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언론의 체질을 잘 안다. 제 몸의 구조를 모른다면 그런 빙신이 어디 있는가.

요즘 언론탄압과 관련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재민이라고 하는 차관이다. MBC에 입사해서 한국일보 조선일보를 거쳤으니 방송과 신문에 대해서는 달통하고 있을 것이다. 빠꿈이라고 해야겠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차관이 됐다. 언론담당이라고 한다. 언론인이면 5공 때 허문도를 저승사자처럼 기피한다. 허문도 같다고 하면 언론인은 가장 치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규제나 지원도 언론에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언론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5공식 당근과 채찍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라 선진국답게 정부언론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할 것”

얼마나 지당한 말씀인가. 당연하다. 절대로 언론에 개입을 해서도 안 되고 탄압은 천부당만부당이다. 그렇다면 과연 탄압은 없는가. 잡아다가 물 먹이고 두들겨 패야만 언론탄압인가. 칼럼 앞줄에 쭉 나열한 사례들을 언론탄압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난 바보요 하는 고백이다.

가장 우려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금수 KBS 이사장이 사표를 냈다고 한다. 그 뒤에 올 사태는 너무나 분명하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KBS의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서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아니라고 아무리 도리질을 해도 그건 바로 나는 양심도 없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정연주는 내 쫓고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라면 못 할 것도 없겠지. 이제 18대 국회는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넘었으니 법을 만들면 된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그러면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치솟을 줄 아는가.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들이 맛있게 먹을 것 같은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이 KBS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판단이다.

생각해 보자. KBS가 허위보도를 했는가. MBC가 날조를 해서 방송을 했는가. 인수위 때 나온 중구난방 식 정책이 방송에서 하라고 해서 한 것인가. 내각 후보자들을 방송에서 추천했던가. 고소영 강부자 청와대 땅 부자는 언론이 만들어 낸 말들인가. 모두가 자업자득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입만 열면 말을 바꾸는 장관들을 보면서 저런 장관들과 이명박 대통령이 함께 한다면 국민이 사랑하고 싶어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누구나 다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공부원들에게 수입 쇠고기 국을 먹인다는 정운천 장관의 말을 듣고 온전한 정신이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오죽하면 공무원들이 우리가 ‘마루타’냐고 분통을 터트린다.

미국 사람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먹는데 우리는 30개월 이상의 소도 수입을 한다니 우리 국민이 조용히 있으면 이게 속이 있는 국민인가. 대통령은 30개월 이상 된 소는 수입업자들이 수입 안하기로 결의를 해서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업자들은 그런 결의를 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렇게 대통령이 부정확한 정보를 발표하니 국민은 헷갈리고 이것은 바로 대통령의 권위와 연결된다. 대통령의 권위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가. 더 이상 말 하고 싶지도 않다.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변명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정부발표가 말짱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나니 이제는 춘향이가 열녀라고 정부가 발표하면 믿지 않을 판이 됐다. 그래서 정부는 정직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제 어쩔 것인가. KBS 정연주 사장은 내 쫓고 마음에 둔 사장을 임명하고 MBC는 공영화 하고 포탈도 정부 영양아래 두고 그러면 국민이 정부의 쇠고기 수입도 지지하고 한반도 대운하도 쌍수로 환영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올라갈 것으로 믿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언론 탓인가. 언론 때문에 지지율이 땅을 긴다면 이 나라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향력 막강한 조중동이 그렇게 띄워주고 빨아주는데도 왜 그리 지지율이 안 뜨는가. 바로 이유는 한가지다. 정직하지 않은 정부라는데 있다. 거짓말 하는 정부는 세상없어도 믿지 못한다는 국민의 공감대 때문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안 되는 것은 모두 언론 탓으로 돌리니 언론도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언론이 죽는가. 처절하게 탄압받던 유신독재와 5공 치하에서도 이 땅의 언론은 살아났다. 언론을 장악하려는 백일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했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잘 판단이 안 된다. 왜냐면 지금까지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처럼 듣는 소리다. 책임은 자기에게 있을 뿐이라고 한다. 주변정리는 안 한다는 의미다.

사과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이번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이 믿게 하려면 자신의 책임과 함께 주변 인물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은 정리하는 것이다. 말썽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사라지면 국민이 믿어준다. 언론탄압의 주역들도 정리해야 한다. 쇠고기 말썽을 일으킨 장관도 바꿔야 한다. 보여줘야 믿을 것이 아닌가. 말만으로 믿으라는 것인가.

말만이 아닌 행동의 대통령을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소통의 부재를 고백하고 잘못을 사과하고 시정하는 대통령을 누가 사랑하지 않겠는가. 실천이다. 언론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기도를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 언론만 장악하면 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KBS 감사도 당장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진정을 믿어준다.

언론은 장악하지 않아도 정부가 잘하기만 하면 부탁 안 해도 박수친다. 격려한다. 언론탄압의 칼은 빨리 접어라. 잘 못 뽑아든 날 선 비수는 자기 자신을 다치게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