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불신 종식 않고 단일대오 어렵다”...임종석 공천 배제에 비판적
친명 조직 “홍익표, 지역구 임종석 주려 강남 갔나”...지역구 반납에 의혹
한동훈 “민주당 모든 이상한 일은 이재명 개인의 사익 기준으로 해석돼”
비명계 하위 10% 박영순, 민주당 탈당하고 새로운미래 합류의사 밝혀
중진 설훈 탈당 임박한듯...홍익표 “민주당에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경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좌), 고민정 민주당 의원(중),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좌), 고민정 민주당 의원(중),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이 날이 갈수록 잦아들기는커녕 한층 더 격화되고 있어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의 탈당에 그치지 않고 또다시 당 분열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중·성동갑에 임종석 아닌 전현희 공천…고민정, 최고위원직 사퇴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 의사를 고수해온 서울 중·성동갑에 대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의결했다”며 “중·성동갑은 당의 매우 중요한 의사 결정 사항이었기 때문에 많은 토의가 있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상호 위원들 간 교차 토론과 심의가 있었다”고 전 전 위원장을 전략공천했음을 밝혔다.

무엇보다 임 전 실장 공천 문제는 친명과 친문의 대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었던 만큼 그간 친명 측에선 임 전 실장에게 서울 중·성동갑이 아니라 험지 출마할 것을 요구해온 반면 임 전 실장은 물론 친문 측에선 중·성동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양측 간 평행선을 달려왔었는데, 공교롭게도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로 분류돼 반발한 ‘비명계’ 설훈 의원이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임 전 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소위 ‘여전사 3인방’ 중 “유일한 여전사는 전 전 위원장”이라고 평했던 바로 다음 날 임 전 실장이 출사표를 던진 지역에 전략공관위가 전 전 위원장을 내세웠다.

그러자 당초 임 전 실장 공천 관련 논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친문’ 고민정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20%, 여론조사 문제 등 공정성에 문제제기가 되고 있어 제 문제제기로 논의 테이블이 열리길 바랐으나 제게 돌아온 답은 차라리 최고위원에서 물러나라는 답이었고 민주당 중진 의원의 공개적 답변이어서 무겁게 듣지 않을 수 없었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 지도부 내 유일한 ‘비명계’ 최고위원마저 사라지게 됐는데, 비록 고 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 공천 배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공천갈등과 무전략에 대한 비판을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총선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 지적이 우리 진영 안에서도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지금 민주당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 위기는 다름 아닌 불신”이라고 꼬집었고, 회견 직후에도 “불신을 종식시키지 않고선 총선에서 단일대오를 이뤄 승리를 이끌어 나가기 너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그는 자신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던 것을 일각에서 당무 거부라고 지적하는 데에도 맞서 “오히려 거꾸로다. 당무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라서 오히려 당무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응수했는데, 앞서 안 위원장이 ‘임 전 실장이 다른 지역에 공천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만 답한 만큼 총선 공천으로 인한 친명과 친문 간 계파 갈등은 이번 임 전 실장 컷오프를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원외 친명 조직들은 고 의원 뿐 아니라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현역의원이지만 험지인 서울 서초을 출마를 선언했던 홍익표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이미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같은 날 민주당혁신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임 전 실장에게 지역구 반납하려고 강남을 갔나. 선거구는 친구 사이에 양도하거나 선물하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임 전 실장에게 지역구를 반납한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앞서 지난 25일 또 다른 원외 친명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홍 원내대표를 겨냥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중하라. 특정 인물을 겨냥한 부적절한 개입을 중단하라”며 그가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의 서울 은평을 경선 참여에 대해 문제제기한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다만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의원이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은평을 현역인) 강병원 의원은 비명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이고 김 전 구청장은 친명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 출신이다. 비명을 잡기 위해 친명을 자객으로 보낸 것”이라며 “자객이 얼마나 많이 필요하면 강원도에서 불러 서울로 보낼 지경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비단 권 의원 뿐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27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공천 파동 상황을 꼬집어 “그게 정상적인 정치인가. 특정한 목적 가지고 특정한 집단을 쳐내는 식의 그런 피를 보는 공천, 이 대표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같은 날 오후 당사에서도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상한 일은 이재명 개인의 사익 기준으로 보면 다 투명하게 해석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고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에 대해서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 김윤식 ‘국민의힘’·박영순 ‘새미래’로…민주당 ‘연쇄탈당’ 신호탄?

민주당 박영순 의원(좌), 이상헌 의원(우)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민주당 박영순 의원(좌), 이상헌 의원(우)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미 민주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경쟁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인사들은 속속 나오고 있는데,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4년 전에 저 김윤식을 전략공천으로 뭉개더니 이번엔 부적격 처리로 또 뭉갰다. 이재명 일당은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민주당을 이재명 사당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야당으로써 역할은커녕 대한민국 민주주의, 도덕성 심지어 준법정신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혼쭐내고 이재명 사당을 심판하는 게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시장은 “총선 이후 8월 전당대회에 이재명은 다시 당대표가 되고 당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방패로 쓰일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입당해 조 사무총장이 있는 시흥을에 출마할 뜻을 밝혔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경기 시흥을에 대해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던 지역이지만 지금에 와선 새로운 흐름이 있다. 이제 ‘더는 안 되겠다’는 기류도 있어 이번에는 상당한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날 오후엔 박영순 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며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는 “이재명 지도부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비명계란 이유로 저를 하위 10%라며 사실상 공천 탈락 표적으로 삼는 결정을 내렸다. 망천을 강행하는 무모함과 뻔뻔함에 질렸고 더 이상의 기대와 미련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낮거나 필요성이 약해지거나 심기를 거스르면 반드시 보복 당하거나 버림받는 게 지금 일어나는 현실”이라고 민주당 공천 상황을 비판했다.

아울러 회견 뒤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에 출마해 완주할 의사를 분명히 한 박 의원은 “윤석열 정권도 심판받아야 하지만 민주당도 심판받을 것이라 단언한다”고 역설했으며 향후 민주당에서 10명 내외의 추가 탈당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 박 의원이 입당하려는 새미래의 이낙연 대표도 앞서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민주당 공천을 꼬집어 “(이 대표) 비판하거나 거리가 있는 사람에게 불이익 주기로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뿐 아니라 같은 날 문재인 정부 당시 독립소방청 초대 청장을 맡았던 조종묵 전 청장을 인재로 영입했다고 발표하는 등 ‘친문’ 측에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이밖에 울산 북구가 지역구인 이상헌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지역구에 진보당 후보를 내세우기로 민주당이 진보당 측과 단일화 합의한 데 대해 “정당한 협상과 합의를 위해선 당사자에게 정보 제공하는 게 필수적이지만 제게 설명이나 상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진보당의 일방적 요구와 압박에 의한 야합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행동”이라며 “주민 선택 받을 경선에 임할 것을 요구한다. 28일까지 응답하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출마 강행 준비가 돼 있다”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 재판으로 못 온다던 이재명, 의총 참석…분열 수습될지 ‘미지수’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사진 / 이훈 기자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이런 상황 속에 27일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홍 원내대표는 “선거 승리는 매우 중요한데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당초 정권심판론이 압도적이었고 우리 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열기가 높았던 시점이 있었지만 지난 설 전후로 경고등이 울리고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단순히 한 개인의 낙선, 민주당의 실패가 아니라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임혁백 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기록한 의원들의 평가 결과 열람을 지난 23일 거부한 데 대해 “공관위원장은 당초 열람하게 해 주려는 것처럼 하다가, 당헌당규를 이유로 열람할 수 없다며 당사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임 위원장의 결정에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절차도 거칠고 투박했다. 이 문제는 의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이날 오전 임오경 원내대변인이 이 대표의 의총 참석 여부에 대해 “조사가 있어서 불참한다”고 밝혀 지난 21일 의총에 이어 이번 의총에도 불참하는 것으로 관측됐던 이 대표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재판에 출석한 뒤 시간 맞춰 의총장에 등장했는데, 비록 공개발언은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공천 파동으로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의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입장을 바꿔 참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의총 뒤 “의원들이 여러 의견을 줬는데 당무에 많이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임 전 실장 컷오프’나 ‘고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 등에 대한 질문엔 입을 다문 채 떠났으며 홍 원내대표가 임 전 실장 컷오프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유감스럽다는 발언이 있었다. 통합과 당 단합 차원에서 아쉽지 않느냐고 말한 의원이 몇 분 있었다”고 기자들과 만나 의총 결과를 전했다.

하지만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로 분류된 데 반발해온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고별사를 했고 내일 아침 (탈당 입장문을) 전하겠다”고 밝혔는데, 홍 원내대표는 탈당을 예고한 설 의원 등에 대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까지 우리 당에서 함께 해왔던 중진인데 개인적으로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을 떠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탈당을 만류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고 의원을 향해서도 “(최고위원직) 복귀를 호소한다. 최고위원은 당원들이 뽑은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