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만남 뒤 김건희 언급 않는 韓…여론조사에선 “尹, 金 입장 밝혀야” 과반
로이터통신 “김 여사가 직접 나서 사과, 해명해주길 촉구...대통령실은 침묵”
원희룡, 당정 간에 “의견 일치를 만들어가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안철수 “최선의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그 몫은 대통령실에서 정하는 것”
홍익표 “사과는 기본, 불법 여부를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처벌 받는 것”
野, 맹공 계속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면서 왜 입장을 못밝히나

(좌측부터)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대통령실,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대통령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사과 필요성을 주장한 이후 표출됐던 당정 갈등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 이후 일단 수면 아래로 잦아든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김 여사 이슈에 대해 분명한 결론이 나온 게 아닌 만큼 이 사안이 총선까지 여당에 잠재적 위협요소로 남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해결 안 된 ‘김건희 리스크’…여론조사서 “尹, 입장 표명 필요” 69%

사실상 김 여사 문제로 얼굴을 붉혔던 당정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을 통해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유권자들의 시선은 ‘김건희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데,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이 YTN의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4%에 그친 반면 ‘필요하다고 본다’는 응답은 과반인 69%로 집계됐다.

심지어 보수층에서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인 56%를 기록해 ‘필요하지 않다’(41%)는 응답보다 높았으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조차 필요하다는 비율이 46%, 필요하지 않다가 47%로 박빙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도 ‘필요하다’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 중 63%로 나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김 여사 이슈를 풀어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외신까지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이미 관심을 보이는 실정인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인 대다수는 이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력서 위조 의혹이나 주가조작 의혹까지 꼬집어 “김 여사가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논란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또 다른 정치적 문제를 안겨준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24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 중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주 전보다 2%P 하락한 31%로 나왔으며 총선 구도에 대해서도 ‘야당에 더 힘을 실어주는 선거’란 답변이 46%, ‘여당에 더 힘을 실어주는 선거’란 답변은 37%로 집계됐는데,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는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 묻는 질문엔 민주당 34%, 국민의힘 29%로 나왔으며 비례대표 투표에 대해서도 민주당 29%, 국민의힘 27%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또 다른 외신인 로이터통신에서도 앞서 지난 22일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명품가방 논란’에 대해 김 여사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해명할 것을 촉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침묵을 택했다”며 ‘김건희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 이종훈 정치평론가의 발언을 내세워 4·10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려는 여당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金 논란 풀긴 풀어야” vs “이슈 소진돼”…당내 목소리 엇갈리는 與

(좌측부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윤 정부 장관 출신으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24일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등으로 충돌했다’는 질문에 “민주당의 갈라치기 선동 드라이브에 끌려갈 이유는 없지만 (논란을) 풀기는 풀어야 한다”며 “가급적 빨리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당정 간) 의견 일치를 만들어가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그냥 묻고 넘어가기 힘들다”며 당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는데, “(당원들은) ‘선거를 여러 번 치르면서 묻고 넘어갔을 때 잊어버리지 않고 표심에 반영되는 것을 굉장히 많이 봤다’, ‘어떤 형식이든 최선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었다. 국민에게 와 닿는 최선의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그 몫은 대통령실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정무적 판단을 정확하게 해서 (명품가방 논란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건강한 당정관계를 통해 국민들의 삶을 좋게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을 나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까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가방을 받은 상황도 있고 또 그런 사람을 대통령 부인이 만나 얘기를 나눴던 사실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의 귀책사유는 김 여사도 일단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국민들이 궁금하고 의심하는 것, 국민들이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들을 해소해야 하지 않나. 이걸 끄려면 가능한 빨리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김무성 전 대표 역시 24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나와 “국민이 보기에 안 좋았다면 ‘(김 여사가) 제가 잘못했다’ 말하고 빨리 끝내는 게 좋은 일”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김 여사가 직접 나올 필요 없이 자기 마음을 실은 사과문 하나 내면 되는 것이고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면 된다”고 덧붙였는데, 반면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더 이상 여권 내에서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의미 없고 이 문제를 이슈화하며 계속 논란을 가져가는 것은 민주당이 원하는 바”라며 “이 문제가 여당 내에서 서로 중구난방으로 나오기 전에 깔끔하게 어떤 입장을 표명했으면 국민들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이미 타이밍이 지나갔고 이슈 자체가 소진됐다. 지금은 사과하든 안 하든 지지율은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급기야 ‘친윤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지난 22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몰카 공작’으로 규정한 뒤 “불순한 목적 가진 분이 몰카 갖고 들어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것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하나”라며 “제가 알기로 절차 거쳐서 (가방을) 던져놓고 국고에 귀속됐는데 국고에 귀속된 물건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다. 그런데 그걸 반환하라, 또 사과하라(고 요구하나). 사과하는 건 불법이라든가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김 여사에 대한 사과 요구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뇌물 주는 사람이 몰래 촬영해놓으면 (뇌물 받은) 사람은 몰카 피해자니까 처벌 못하나.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지금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센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김 여사가) 사저로 가거나 잠시 외국에 나가 있겠다랄지 그 정도 하고 나오면 이 국면이 뒤집어진다. 대통령 같은 경우 이번 총선을 만약 패배하게 되면 남은 임기 동안 매우 어려워지는 건데 그런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이제는 어느 정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여당 내부에서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제각기 시각차가 나오는 가운데 김민수 대변인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누구는 사과를 해야 된다, 누구는 설명을 해야 된다, 또 누구는 이건 공작정치이기 때문에 절대 사과해선 안 된다고 각자 다른 목소리가 나가고 있는 부분이 더 매끄러워지면 좋겠다”면서도 김 여사 논란 관련해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과를 요구한 것을 당 입장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지 묻는 물음엔 “당연하다. 당 대변인으로서 말씀드리면 원칙대로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바라보기에 충분한 이해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 野 “金 의혹, 사과로 끝날 일 아냐…잘못 있으면 처벌 받는 게 상식”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박용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박용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24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 본인은 이미 지난주 무렵에 “사과해서 사안이 해결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사과하고 싶다”며 당 차원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뜻을 여당에 전했으나 여권 내에서 사과 문제를 놓고 찬반이 갈린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보도를 접한 야권에선 같은 날 개혁신당 문성호 정책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사과는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하는 게 아니다. 영부인이 뇌물을 수수했는데 사과하고 말고를 당에 묻는 게 올바른 처사인가”라고 김 여사에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는 기본이다. 수사를 통해 불법 여부를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처벌 받는 그게 공정과 상식”이라며 김 여사를 한층 더 압박했으며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는 나중에 수사 다 끝나면 해도 늦지 않다. 뇌물죄 혐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사과 몇 마디로 끝날 거라 생각하나”라고 글을 올린 데 이어 당정을 겨냥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원칙이 왜 사과 여부로 자기들끼리 밀당하면서 뭉개지고 있는 건지 황당할 뿐이다. 자기들끼리의 갈등과 봉합이 불법묵인의 방조를 가리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닐까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또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이날 잇따라 당정을 동시 압박했는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이 국민의힘 내부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의 본질을 감추려고 발버둥 칠 시간에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수용하라고 직언하라”고 촉구했으며 같은 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이 국민께 국정목표를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와의 단독 인터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여사 특검법안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려는 발버둥이 가관이다. 김 여사 리스크가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의무마저 집어삼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김 여사 리스크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 생각은 충분히 말씀드렸다’고만 답한 한 위원장을 향해서도 “김 여사 리스크 앞에만 서면 현란한 수다가 어디로 사라지나. 5천만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던 한 위원장이 ‘용산의 언어’에 물들어 비겁하게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며 “한 위원장이 스스로 밝힌대로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촉구했는데, 야권의 이 같은 맹공 속에 앞으로 총선까지 70여일 남은 당정이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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