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만난 이재명 “당 단합 위해 못할 게 없다”
정성호 “이재명만으로도 안 되고 이재명 없이도 안 돼”
김영진 “분열, 불행의 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좋을 것”
임종석 “책임있는 李 대표가 이 국면을 빨리 풀었으면”
신당행보 이낙연 “당의 변화...연말까지 시간 주겠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단합을 호소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과 며칠 사이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거듭 만나는 행보로 ‘통합 노력’을 이어가는 모양새인데, 비명계가 적극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이 대표가 대대적인 입장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이재명 만난 김부겸 “당 단합 노력해 달라”…李 “의견 더 수렴”
이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김 전 총리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범민주진보진영의 대표로서 이 대표가 할 일이 많다.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해 당 통합을 위해 충분하게 대화하고 수습방안을 찾아보기 바란다”며 “당의 단합, 혁신으로 가는 모든 노력을 이 대표가 해달라. 분열이 있으면 총선에 큰 악영향이 있기에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총리는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 시사회 행사가 진행된 지난 18일에도 행사장에서 이 대표를 만난 바 있어 이번 회동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이뤄진 셈인데, 오찬 직전 김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당에서 이렇게 어려운데 조금이라도 선배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모으자는 얘기가 있었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 오늘 식사자리를 마련했다”며 “민주당이 범진보세력을 아울러 이 난국을 타개하는데, 통합이 안정되고 쇄신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얘기를 가감 없이 전하겠다. 실행은 당과 이 대표에 달렸다”고 밝혔을 만큼 ‘통합’에 나설지 여부와 관련해 이 대표에 공을 넘겼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다양성·비례성 확보라는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적 취지를 지키는 게 좋겠다. 범민주 진영의 대표자로서 의견을 수렴해 달라”며 사실상 이 대표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지 말라고도 요청했는데, 이에 이 대표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더 수렴해나가겠다.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할 게 없고 작은 차이를 넘어 큰길로 함께 간다”고 답변했다.
김 전 총리로선 ‘범민주 진영의 대표자’라는 표현을 통해 정통성이란 면에선 현재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대신 선거제 등에 있어선 한 발 물러서는 타협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인데, 그는 오찬 이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전 대표와 물밑에서 대화해서 이 전 대표가 처한 처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이 대표에 조언했다). 총선은 우리가 통합·안정·혁신이 어우러져야만 좋은 결과가 오지 정치경험상 선거는 국민은 선거에서 한쪽이 절대 일방적으로 쉽게 이기도록 두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김 전 총리에 호응했던 바와 별개로 이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따로 브리핑하지 않았고 대신 나온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의 구체적인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견을 더 모으고 (당을 향해) 의견 내는 분들과 만남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일단 의견 수렴부터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선거제 관련해선 언급됐지만 당내 비주류이자 비명계 의원들이 모인 ‘원칙과 상식’에서 주장해온 ‘통합 비대위’에 대해선 일절 거론되지 않았으며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등 구체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동 후 김 전 총리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교감이 이뤄진 건가’란 질문엔 “그런 얘기까진 하지 않았다. 통합을 위해 이 대표에 바깥 목소리도 진지하게 경청해달라고 했다”고 답했으며 ‘이 대표로부터 총선 역할을 제안 받은 게 있는지’ 묻는 질문엔 “그런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이 대표가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난 당을 도우러 온 것 아니냐 정도의 대화”라고 강조했다.
◆ 친명계 “이재명 없인 승리 불가…이낙연 신당 창당? 쉽지 않을 것”
하지만 비명계 일각에서 요구하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이날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정성호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비대위 체제든가 당 대표의 결단을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 총선 관련 준비와 절차를 완료해놓고 (이 대표) 본인이 결정적 선택을 해야 될 시기가 혹시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나 지금 단계는 공천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이미 자격 심사는 시작됐고 곧 공관위가 구성돼야 되는데 이런 단계에서 당 대표가 사퇴한다고 그러면 그 진행을 어떻게 하겠나. 제가 늘 얘기하는 게 이재명만으로도 안 되고 이재명 없이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민주당 권리당원들도 있고 당원들의 뜻도 있다. 권리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라며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이 167명인데 그 중 5%도 안 되는 (원칙과 상식 소속) 4명의 의원이 민주당 전체 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아니지 않나.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통합 비대위 얘기하는데 결국엔 주류, 비주류 각 계파 나눠먹기 하자는 것 아니냐. 그렇게 돼 갖고 공천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현 지도체계 또는 방향에 서운한 점이 있다고 해도 민주당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이 키워온 인물 아니냐.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총선 승리해야 된다고 하는 공감이 있을 것”이라며 당내 현역 의원 100여명이 이 전 대표 신당에 반대한다는 연판장을 돌린 데 대해서도 진행자가 ‘오히려 이 전 대표를 내쫓는 고립작전 아니냐’고 질문하자 “나가선 안 된다는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영진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반대한다는 연판장을 100명 넘는 자당 의원들이 돌린 데 대해 “그런 서명들이 보기엔 불편할 수 있지만 실제로 다수의 민주당 당원들 생각도 비슷하다. 더 이상 민주당의 정치 지도자들이 분열하고 반목하는 형태로 가선 안 된다고 하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옹호하면서 “이 전 대표와의 분당은 엄청난 분열이고 불행이다. 그 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이 전 대표 측에 촉구했다.
비록 김 정무조정실장은 “원칙과 상식도 보면 요구하는 바들이 있어서 충분하게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할 길도 있다. 어떤 시기에 어떤 태도로, 어떤 내용을 가지고 만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런 부분들이 좀 필요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통합 비대위를 얘기하고 이 대표 사퇴를 얘기하니까 그런 전제로는 대화하기엔 쉽지 않다. 이 대표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나 이 대표 없이는 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대표를 비판하는, 아니면 반윤석열 세력들이 같이 모여 총선 승리해야 된다는 취지를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일방의 주장을 하게 되면 국민 뜻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역시 정 의원처럼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에 대해선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중도층이라고 하는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은 제3의 세력이 있다고 하는 그 가정인데 그 가정 자체가 안 맞고 우리나라는 중도적 이념, 정책적 이념과 이념적 컬러로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이 지금 없는 상태”라며 “그게 100일 안에 만들어져서 그 정당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비전과 정책을 보여줄 것인가, 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 이낙연 “당 변화할지 진전 없어 보여…나로선 해오던 일 계속할 것”
반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신당에 대해 “지금쯤이면 ‘난 이 전 대표와 함께 하겠다’ 이런 분들이 실명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개 의사들을 언론에 알려주는데 국회의원 중에 세력은 아직 없는 것 같다”면서도 “이 전 대표가 여러 번 신당 관련 의사를 시사했고 언론에서도 ‘사실상 신당이 공식화됐다’ 이렇게 보도했을 때 그걸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재확인하는 말씀을 한 것을 보면 신당 창당에 상당한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란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약간 속도 조절 같아 보인다. 그 다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드리겠다’고 시한을 못 박지 않았나. 그건 그 시한 이후 다른 정치 일정에 대한 구상이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는데, 같은 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원래 처음부터 신당 얘기를 했던 것은 아니고 당 혁신에 대해 얘기했는데 응답이 없다 보니까 너무 많이 나갔었던 것 같다. 책임이 있다고 할 이 대표가 이 국면을 빨리 풀었으면 좋겠다”고 이 대표에 적극적 변화를 촉구했다.
심지어 임 전 실장은 “필요하면 삼고초려하고, 당신들이 앞장서달라고 하고 내가 뒤에서 받치겠다 하고 민주당 바깥에 있는 많은 세력들에 대해서도 함께 하자고 해서 이 선거를 치르는 게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비명계 측이 요구한 ‘통합 비대위’에 대해서도 “비대위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저는 공감하고 그게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하는 거냐 하는 문제는 충분히 내부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당이 예전보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못 주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대표 혼자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할 이유도 없고 손을 내밀면 우선 (이 대표) 본인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 대표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데, 일단 이 대표가 이날 김 전 총리와 가진 회동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실망스럽다. 발표된 내용만 보면 당이 변화할 것인지 진전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혹평하면서 “나로선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신당 창당 의지를 여전히 내비쳐 이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표는 “다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며 당 변화 여부에 따라 탈당하지 않을 가능성도 계속 열어둬 사실상 이 대표의 향후 행보로 거취를 판단하겠단 뜻으로 풀이되는데, 민주당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이탄희·이학영·장철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이 대표를 찾아가 병립형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이 대표도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민 의원이 전해 우선 선거제 부분부터 이 대표가 당 변화를 보여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