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만난 이재명 “당 단합 위해 못할 게 없다”
정성호 “이재명만으로도 안 되고 이재명 없이도 안 돼”
김영진 “분열, 불행의 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좋을 것”
임종석 “책임있는 李 대표가 이 국면을 빨리 풀었으면”
신당행보 이낙연 “당의 변화...연말까지 시간 주겠다”

김부겸 전 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 전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전 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 전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단합을 호소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과 며칠 사이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거듭 만나는 행보로 ‘통합 노력’을 이어가는 모양새인데, 비명계가 적극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이 대표가 대대적인 입장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이재명 만난 김부겸 “당 단합 노력해 달라”…李 “의견 더 수렴”

이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김 전 총리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범민주진보진영의 대표로서 이 대표가 할 일이 많다.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해 당 통합을 위해 충분하게 대화하고 수습방안을 찾아보기 바란다”며 “당의 단합, 혁신으로 가는 모든 노력을 이 대표가 해달라. 분열이 있으면 총선에 큰 악영향이 있기에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총리는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 시사회 행사가 진행된 지난 18일에도 행사장에서 이 대표를 만난 바 있어 이번 회동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이뤄진 셈인데, 오찬 직전 김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당에서 이렇게 어려운데 조금이라도 선배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모으자는 얘기가 있었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 오늘 식사자리를 마련했다”며 “민주당이 범진보세력을 아울러 이 난국을 타개하는데, 통합이 안정되고 쇄신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얘기를 가감 없이 전하겠다. 실행은 당과 이 대표에 달렸다”고 밝혔을 만큼 ‘통합’에 나설지 여부와 관련해 이 대표에 공을 넘겼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다양성·비례성 확보라는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적 취지를 지키는 게 좋겠다. 범민주 진영의 대표자로서 의견을 수렴해 달라”며 사실상 이 대표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지 말라고도 요청했는데, 이에 이 대표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더 수렴해나가겠다.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할 게 없고 작은 차이를 넘어 큰길로 함께 간다”고 답변했다.

김 전 총리로선 ‘범민주 진영의 대표자’라는 표현을 통해 정통성이란 면에선 현재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대신 선거제 등에 있어선 한 발 물러서는 타협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인데, 그는 오찬 이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전 대표와 물밑에서 대화해서 이 전 대표가 처한 처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이 대표에 조언했다). 총선은 우리가 통합·안정·혁신이 어우러져야만 좋은 결과가 오지 정치경험상 선거는 국민은 선거에서 한쪽이 절대 일방적으로 쉽게 이기도록 두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김 전 총리에 호응했던 바와 별개로 이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따로 브리핑하지 않았고 대신 나온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의 구체적인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견을 더 모으고 (당을 향해) 의견 내는 분들과 만남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일단 의견 수렴부터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선거제 관련해선 언급됐지만 당내 비주류이자 비명계 의원들이 모인 ‘원칙과 상식’에서 주장해온 ‘통합 비대위’에 대해선 일절 거론되지 않았으며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등 구체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동 후 김 전 총리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교감이 이뤄진 건가’란 질문엔 “그런 얘기까진 하지 않았다. 통합을 위해 이 대표에 바깥 목소리도 진지하게 경청해달라고 했다”고 답했으며 ‘이 대표로부터 총선 역할을 제안 받은 게 있는지’ 묻는 질문엔 “그런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이 대표가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난 당을 도우러 온 것 아니냐 정도의 대화”라고 강조했다.

◆ 친명계 “이재명 없인 승리 불가…이낙연 신당 창당? 쉽지 않을 것”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김영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김영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비명계 일각에서 요구하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이날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정성호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비대위 체제든가 당 대표의 결단을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 총선 관련 준비와 절차를 완료해놓고 (이 대표) 본인이 결정적 선택을 해야 될 시기가 혹시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나 지금 단계는 공천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이미 자격 심사는 시작됐고 곧 공관위가 구성돼야 되는데 이런 단계에서 당 대표가 사퇴한다고 그러면 그 진행을 어떻게 하겠나. 제가 늘 얘기하는 게 이재명만으로도 안 되고 이재명 없이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민주당 권리당원들도 있고 당원들의 뜻도 있다. 권리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라며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이 167명인데 그 중 5%도 안 되는 (원칙과 상식 소속) 4명의 의원이 민주당 전체 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아니지 않나.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통합 비대위 얘기하는데 결국엔 주류, 비주류 각 계파 나눠먹기 하자는 것 아니냐. 그렇게 돼 갖고 공천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현 지도체계 또는 방향에 서운한 점이 있다고 해도 민주당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이 키워온 인물 아니냐.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총선 승리해야 된다고 하는 공감이 있을 것”이라며 당내 현역 의원 100여명이 이 전 대표 신당에 반대한다는 연판장을 돌린 데 대해서도 진행자가 ‘오히려 이 전 대표를 내쫓는 고립작전 아니냐’고 질문하자 “나가선 안 된다는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영진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반대한다는 연판장을 100명 넘는 자당 의원들이 돌린 데 대해 “그런 서명들이 보기엔 불편할 수 있지만 실제로 다수의 민주당 당원들 생각도 비슷하다. 더 이상 민주당의 정치 지도자들이 분열하고 반목하는 형태로 가선 안 된다고 하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옹호하면서 “이 전 대표와의 분당은 엄청난 분열이고 불행이다. 그 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이 전 대표 측에 촉구했다.

비록 김 정무조정실장은 “원칙과 상식도 보면 요구하는 바들이 있어서 충분하게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할 길도 있다. 어떤 시기에 어떤 태도로, 어떤 내용을 가지고 만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런 부분들이 좀 필요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통합 비대위를 얘기하고 이 대표 사퇴를 얘기하니까 그런 전제로는 대화하기엔 쉽지 않다. 이 대표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나 이 대표 없이는 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대표를 비판하는, 아니면 반윤석열 세력들이 같이 모여 총선 승리해야 된다는 취지를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일방의 주장을 하게 되면 국민 뜻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역시 정 의원처럼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에 대해선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중도층이라고 하는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은 제3의 세력이 있다고 하는 그 가정인데 그 가정 자체가 안 맞고 우리나라는 중도적 이념, 정책적 이념과 이념적 컬러로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이 지금 없는 상태”라며 “그게 100일 안에 만들어져서 그 정당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비전과 정책을 보여줄 것인가, 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 이낙연 “당 변화할지 진전 없어 보여…나로선 해오던 일 계속할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반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신당에 대해 “지금쯤이면 ‘난 이 전 대표와 함께 하겠다’ 이런 분들이 실명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개 의사들을 언론에 알려주는데 국회의원 중에 세력은 아직 없는 것 같다”면서도 “이 전 대표가 여러 번 신당 관련 의사를 시사했고 언론에서도 ‘사실상 신당이 공식화됐다’ 이렇게 보도했을 때 그걸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재확인하는 말씀을 한 것을 보면 신당 창당에 상당한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란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약간 속도 조절 같아 보인다. 그 다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드리겠다’고 시한을 못 박지 않았나. 그건 그 시한 이후 다른 정치 일정에 대한 구상이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는데, 같은 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원래 처음부터 신당 얘기를 했던 것은 아니고 당 혁신에 대해 얘기했는데 응답이 없다 보니까 너무 많이 나갔었던 것 같다. 책임이 있다고 할 이 대표가 이 국면을 빨리 풀었으면 좋겠다”고 이 대표에 적극적 변화를 촉구했다.

심지어 임 전 실장은 “필요하면 삼고초려하고, 당신들이 앞장서달라고 하고 내가 뒤에서 받치겠다 하고 민주당 바깥에 있는 많은 세력들에 대해서도 함께 하자고 해서 이 선거를 치르는 게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비명계 측이 요구한 ‘통합 비대위’에 대해서도 “비대위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저는 공감하고 그게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하는 거냐 하는 문제는 충분히 내부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당이 예전보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못 주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대표 혼자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할 이유도 없고 손을 내밀면 우선 (이 대표) 본인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 대표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데, 일단 이 대표가 이날 김 전 총리와 가진 회동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실망스럽다. 발표된 내용만 보면 당이 변화할 것인지 진전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혹평하면서 “나로선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신당 창당 의지를 여전히 내비쳐 이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표는 “다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며 당 변화 여부에 따라 탈당하지 않을 가능성도 계속 열어둬 사실상 이 대표의 향후 행보로 거취를 판단하겠단 뜻으로 풀이되는데, 민주당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이탄희·이학영·장철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이 대표를 찾아가 병립형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이 대표도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민 의원이 전해 우선 선거제 부분부터 이 대표가 당 변화를 보여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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