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속도가 너무 빨라”…당내 최대 의원 모임도 “느닷없는 신당 창당 선언”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포부를 드러내자 민주당 내에서 계파를 막론하고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 새해 초 ‘첫 발표’ 나올 이낙연 신당, 성격과 연대 범위는?
이 전 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오후 SBS ‘편상욱의 뉴스 브리핑’에 나와 신당을 창당하겠다면서 “새해 초에 새 희망과 함께 말하겠다”고 밝혔는데, “국민들 가운데는 양당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모두 싫다는 사람도 있다. 양당 모두 싫다는 분들께 대안을 제시해 드리는 것”이라며 사실상 ‘제3지대’에서 중도층이나 무당층 유권자를 흡수해보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나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과 연대할 의지는 드러냈는데, 14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는 신당이 포괄하는 범위에 대해 “그동안 정치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각 분야의 젊은 전문직들이 많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거기에 종합적인 통찰을 가진 분들이 함께 어울렸으면 좋겠다”며 ‘신당에 감동 줄 수 인물이 포함됐는지’ 묻는 질문엔 “명망이라든가 이런 것에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팬데믹·디지털 전환·기후 변화·에너지 전환·인구 위기 등 5대 위기를 겪고 있고 모두 정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해결 역량을 가진, 그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세력이 반드시 나와야 할 단계”라며 “그런 역량을 가진 국가가 돼야 하고 그런 국가를 뒷받침할 책임과 능력을 갖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신당의 비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금태섭·양향자와 만난 적이 있다고도 밝히면서 “뜻을 모을 수도 있겠다는 여지를 발견했다. 국가 위기에 대한 생각을 같이하고 있고 정치가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큰 줄거리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고”고 강조했고, 지난 13일 동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어느 것도 닫아두지 않고 열어놓고 생각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다른 분들은 아직 연대까진 생각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당에 함께 할 현역의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엔 “정치인들의 거취는 남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바깥에서 이래라저래라 강요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취했는데, 일단 이낙연 전 대표가 연대 가능성을 드러낸 금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YTN ‘더 뉴스’에 나와 “선거 때까지 연대해야 한다. (제3지대) 실체가 생기고 힘을 모아 커지기 시작하면 상당수가 올 것”이라며 “힘을 모아낼 수 있다면 내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내년 총선에 30석 정도로 정치를 바꿀 교두보를 확보하고 2027년 집권세력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전날만 해도 ‘욕심대로라면 제1당이 돼야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던 이 전 대표는 정작 이날은 “어떤 방송 인터뷰에서 갑자기 물어보기에 약간 큰 소리를 쳤다. 요컨대 대안 정치가 가능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드릴 수 있는 내용을 내놓는 데 더 집중하고자 한다”고 이전과는 온도차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창당 시기와 관련해서도 이 전 대표는 “1월 초라는 것은 국민들께 ‘이렇게 하고자 합니다’ 하는 보고 드리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새해 초’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급기야 일부 언론에서 신당 창당 날짜를 내달 15일로 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전 대표는 1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들께 ‘이렇게 하고자 한다’고 보고드리는 것은 새해 초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지금 저로서는 거기서 더 나아간 게 없다. 저도 모르는 날짜고 창당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것 없이 이야기하면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적극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이낙연 신당 ‘부정평가’ 여론 우세…친이낙연계도 거리 두나
이처럼 이 전 대표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현재 ‘이 전 대표 신당’에 대한 우호적 여론보다 부정적 시각이 더 높기도 하기 때문인데,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15일 공개한 12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중심의 신당 창당에 대해 ‘좋게 본다’는 의견은 34%에 그친 데 반해 ‘좋지 않게 본다’는 비율은 46%, 의견 유보는 20%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좋게 본다’는 비율은 21%에 불과했으며 ‘좋지 않게 본다’는 답변은 71%로 나왔는데, 무당층에서조차 ‘좋지 않게 본다’가 37%, ‘좋게 본다’ 25%로 집계됐으며 중도층에서도 ‘좋지 않게 본다’ 46%, ‘좋게 본다’ 32%를 기록해 ‘제3지대’ 유권자들까지 주시했던 이 전 대표로선 실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정작 이 전 대표 신당에 대한 긍정평가는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과반(54%)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는데, 한국갤럽은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는 신당 창당 시지지 의향을 묻는 게 아니라 신당 창당 자체에 대한 인식인데 이낙연 신당 창당은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의 분열 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오히려 여권에서 반기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이 전 대표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호남지역에서도 신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는데, 민주당 전남도당 고문단은 규탄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을 돕는 것이며 민주당 분열을 책동하는 배신행위”라고 이 전 대표를 맹폭했으며 김영록 전남지사도 지난 14일 “당을 나가서 뜻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최후의 방법으로 써야 한다. 당내에서 싸워 뜻을 관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이 전 대표의 지역구를 이어 받아 3선을 한데다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이었던 이개호 의원조차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6년 호남에 국민의당 돌풍이 불었을 때도 저는 홀로 민주당을 지켰다. 지금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라며 신당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고, 이 전 대표 정무실장을 한 바 있는 ‘친이낙연계’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15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이 전 대표를 향해 “나가시면 안 된다. 이건 다양성이라고 보기보다 분열”이라며 “저는 제 평생의 정당 딱 하나, 처음부터 민주당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당내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인데 이걸 당에 남아 고쳐야죠”라고 밝혔다.
이밖에 친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도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신당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 전 대표와 이야기한 적 없다. 너무 속도가 빠른 것 같다, 좀 더 당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셔도 되는 것 아니냐,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 거냐는 말씀을 드린 적은 있다”며 “지금 이 전 대표가 이미 민주당에 대한 기대치를 버리고 창당해야 된다는 신념이 강한 분들하고 말씀을 나누고 계신 것 같다”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윤 의원은 신당 합류 제안을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원칙과 상식에서 활동하고 있고, 활동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정치를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역에서 같이 해왔던 분들의 의견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원칙과 상식 소속의원) 네 명이 행동을 같이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행동을 같이 하는 부분들이 어디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여러 가능성만 열어뒀다.
◆ 홍익표 “신당 ‘동의 불가’ 의견 다수”…더미래 “신당 철회하라”
이런 가운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많은 의원들이 저한테 연락해 신당으로 가지 않겠다는 얘기를 전하고 있다. 지금의 신당 움직임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신당에 같이 할 의원들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파악하나’란 진행자의 질문엔 “현재로선 제가 들어본 적 없다.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에게 그런 압박이 더 강한 것 같은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이런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홍 원내대표가 전한 당내 분위기를 증명하듯 같은 날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까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를 겨냥 “민주당 당 대표와 민주 정부의 총리까지 역임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그저 민주당과 지지 세력의 분열만 가져올 것이고 민주당이 분열한다면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은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국민의 정치 불신과 크나큰 절망을 책임질 수 있겠나. 함께 했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지켜 달라”고 신당 창당 선언 철회를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더미래 소속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더좋은미래 뿐 아니라 우리 민주당 의원 일동이 (이 전 대표의 창당에) 반대한다고 생각한다.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해서 이 전 대표를 한번 만나야 하지 않을까”라며 “무엇보다 지도부가 움직여야 한다. 당 대표가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이 전 대표를 만나고 이 흐름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표에 주문했다.
실제로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의 단결과 통합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 당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비롯한 각 의견그룹을 적극 만나 소통해 달라”며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동시에 압박했는데, 이 대표 최측근이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 유튜브 ‘노컷’의 ‘지지율 대책회의’ 인터뷰에 출연해 “이해찬-이낙연 구도도 2월말~3월 초에 나왔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주로 다니면서 바람을 만들었던 예가 있는데 앞으로 변동의 시간이 꽤 있고 그 시기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항상 남겨진 카드”라고 ‘이낙연 선대위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이해찬 당시 대표가 현장 지원유세는 나가지 않은 채 선거전략 수립 등 선거판을 지휘하는 대신 당시 차기 대권후보였던 이낙연 전 총리는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전국 순회 지원 유세를 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전례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하지만 이미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이 전 대표가 이 같은 민주당 내 호소나 설득에 흔들려 정치적 부담이 큰 입장 번복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